SBS 또 ‘일베’ 방송사고…정말 내부에 일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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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발방지 시스템 구축 약속은?…방통심의위 제재 ‘형식적’ 논란

SBS에서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방송사고 논란이 또 다시 발생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다음날이었던 지난 24일 SBS <8뉴스>는 ‘관광버스에서 술 마시고 춤판…처벌은 기사만’이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노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기 위해 극우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에서 만든 음악을 5초 동안 내보냈다.

SBS는 해당 리포트에서 관광버스 안에서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의 영상을 방송했는데, 배경 음악으로 ‘일베’에서 노 전 대통령 폄훼를 위해 만든 ‘MC 무현’의 일부분을 사용했다. 해당 음악은 “부끄러운지 알아야지”와 “기분 딱 좋다”라는 노 전 대통령의 육성 가운데 ‘부’와 ‘딱’을 따서 만든 것이다.

해당 뉴스 방송 이후 논란이 커지자 SBS는 당일 즉각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SBS는 “해당 영상은 즉시 삭제하고 노무현재단 측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며 “경위를 신속히 파악한 뒤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 고 노무현 대통령과 유가족, 시청자들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 SBS <8뉴스>가 지난 24일 방송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희화화 목적으로 '일베'에서 만든 음악을 내보내 물의를 빚었다. ⓒSBS 화면캡쳐

또 다음날인 25일 SBS <8뉴스>의 신동욱 앵커는 클로징 멘트를 통해 “해당 영상은 담당 기자가 인터넷에서 검색한 것으로 ‘일베’ 측에서 고의로 합성해 만든 음악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다시 한 번 사과한 뒤 “책임자를 엄중 문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SBS가 ‘일베’ 관련 콘텐츠를 사용하고, 이로 인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제재를 받은 게 이미 여러 차례이기 때문이다.

SBS는 2013년 8월 <8뉴스> ‘日 수산물 현지 검사 잘 되고 있나’ 리포트에서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일베’ 이미지를 사용했고, 같은 해 9월 방송한 <8뉴스>의 스포츠 뉴스에선 정기 연고전 농구대회 결과를 보도하며 연세의 ‘ㅇㅅ’를 일베의 ‘ㅇㅂ’으로 바꾼 대학로고를 내보냈다. 두 방송 모두 방심위로부터 법정제재인 ‘주의’(벌점 1점) 처분을 받았다. 또 2014년 3월 SBS의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에서도 유재석과 고려대 학생들이 한 팀을 이뤄 한강을 건너기 위해 직접 만든 배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일베가 편집한 고려대 로고를 내보내 행정지도인 ‘권고’ 제재를 받았다.

이어 같은 해 10월엔 SBS 교양프로그램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는 종이아트 기술과 관련한 사연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이미지를 사용했다. 조선 후기 화가인 혜원 신윤복의 ‘단오풍정’ 원작과 모방본을 비교하며 원작 속 목욕하는 여인을 훔쳐보는 동자승이 있어야 할 자리에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이미지를 내보낸 것이다. 이는 ‘일베’에서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이미지로, 해당 방송 또한 방심위로부터 ‘주의’ 처분을 받았다. 당시 SBS 측은 방심위 소명 과정에서 “외주제작사에 편집을 맡겨 벌어진 실수”라며 “제작자를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MBC 등 다른 방송에서도 ‘일베’ 제작 콘텐츠를 내보내 방심위로부터 제재를 받은 일이 있지만 유독 SBS에서 유사 사례가 잦다 보니 SBS 안에 ‘일베’ 직원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논란이 이어지자 SBS는 지난 4월 21일 자사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뉴스 서비스 <스브스뉴스>를 통해 일베 제작 콘텐츠로 인한 방송사고에 대해 다루며 “인터넷에서 고화질 이미지를 찾다가 발생할 실수로, 방송사 안에 일베는 없다”고 밝혔다. 또 일베 방송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로고만 모아놓은 별도의 라이브러리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 '일베' 이미지를 사용한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2014년 10월 16일 방송 ⓒSBS

그러나 일련의 해명에도 또 다시 일베 방송사고가 발생하자 누리꾼들 사이에선 방송사 내부에 일베 직원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또 다시 나오기 시작했고, 급기야 26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선 김성완 시사평론가와 이에 대한 대담까지 진행했다.

이 대담에서 김성완 평론가는 “SBS에 진짜 일베가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누리꾼들 입장에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진행자의 말에 “그게 합리적 의심일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실수도 한두 번이지 똑같은 일이 이렇게 반복되면 실수라고 보기 어렵고, 만약 일베가 없다면 SBS 조직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SBS가 (일베 방송사고로) 논란이 될 때마다 발표한 사과문을 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논리가 ‘외주제작사에서 만들다 보니’, ‘스태프가 외부 업체에 CG를 의뢰하는 과정에서’, ‘파견직이 이미지를 검색하다’ 등의 내용”이라며 “모두 외주제작사와 파견직 책임으로 돌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그만큼 SBS의 외주화가 심각함을 보여주는 것인 동시에, SBS가 책임을 지지 않는, 전형적으로 문제가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조직 내부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김 평론가는 지적했다.

반복되는 일베 방송사고에도 불구하고 기계적으로 비슷한 수위의 제재만을 반복하는 방심위에 대한 문제제기 또한 나온다. 재발방지 시스템 구축을 통합적으로 권고하고, 이후부턴 시스템 작용 여부를 기준으로 실효성 있는 제재를 해야 하는데 일련의 역할을 방심위가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이에 대해 방심위 관계자는 “SBS의 경우 벌써 다섯 번째 일베 방송사고인 만큼 이번엔 좀 더 분명하게 책임 문제를 따져야 할 것”이라면서도 “제재 외 방심위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는 것도 사실”이라며 한계를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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