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무시한 큐레이팅, 언론계에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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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키캐스트와 뉴스큐레이션’ 주제로 진단포럼 열려

“피키캐스트는 사적인 영리기업이다. 현재도 매출 발생하고 있고, 네이티브 광고(Native ad, 일반 뉴스 콘텐츠와 거의 구분이 어렵게 제작된 뉴스기자 형태의 광고)를 1500만원 정도에 만들어내고 있다. 피키캐스트가 실제로 수입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디지털 공유지라고 하는 공간에서 또 다른 누군가의 창작물과 저작물을 사적으로 전유해 자기들 것으로 만들어 수익화하는 것이다.

복제문화의 풍성한 토대 위에 서있지만 자신들은 복제 문화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미 복제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피키캐스트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으며 수익을 만들고 있다.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증여 부분에 대해 피키캐스트가 구체적으로 (방법을) 내놓는 게 맞다고 본다. 디지털 공유지의 혜택을 입고 있는 곳이라면 사회적 증여의 부분에 대해 전향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특히나 피키캐스트는 강하게 철학을 바꿔야 한다.”(이성규 블로터미디어랩 랩장)

“우주의 얕은 재미”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하는 콘텐츠 큐레이션 업체 피키캐스트. 지난해 1월 모바일 앱 출시 후 1년 만에 누적 다운로드 600만 건을 돌파했고, 월간 방문자 640만 명, 주간 콘텐츠 공유 수 25만 건에 달하며, 현재 종합 모바일 서비스 기업인 옐로모바일에 10억원(지분 20%)에 인수돼 콘텐츠&뉴미디어 사업부문의 중간지주 회사로 자리 잡았다. 피키캐스트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532억 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연대 주최로 지난 28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가브리엘관에서 열린 ‘디지털 생태계 진단포럼1: 피키캐스트와 뉴스큐레이션’에서는 국내 대표적인 큐레이션 업체로 불리는 피키캐스트의 이 같은 성장 이면에는 ‘무단전재’, 즉 저작권법 위반이 있었다는 지적과 함께 이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 문화연대 주최로 지난 28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가브리엘관에서 열린 ‘디지털 생태계 진단포럼1: 피키캐스트와 뉴스큐레이션’에서 참가한 사람들이 국내 대표적인 큐레이션 업체로 불리는 피키캐스트의 이 같은 성장 이면에는 ‘무단전재’, 즉 저작권법 위반 문제와 이에 대한 해결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PD저널

“무단전재는 퇴행적 복제문화 불러와…콘텐츠 이용에 대한 사회적 증여 필요”

발제를 맡은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디지털문화정책 전공)는 피키캐스트가 뉴스업계 논쟁의 중심에 선 까닭으로 ‘불법 콘텐츠 큐레이팅’ 방식을 지목했다.

이 교수는 피키캐스트의 사업방식을 크게 ‘네이티브 광고’와 저작권 클리어 비용 절감으로 꼽았다. 가장 문제되는 것은 ‘저작권 클리어 비용 절감’이다.

이 교수는 “‘저작권 클리어 비용을 최대로 절감하면서’라는 말은 무단전재도 가능하면 해 왔다는 것”이라며 “피키캐스트의 지난 1년간 행적을 되돌아보면, 그렇다고 복제문화에 대한 자유 철학의 사유가 있어보이지도 않고, 그저 현행 저작권 규제를 이리저리 피해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방식이 발 빠르게 진행된 측면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피키캐스트 등 상업적 뉴스콘텐츠 큐레이터의 콘텐츠 복제문화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업적 기자들과 아마추어 누리꾼들(블로거 등)이 제작한 콘텐츠, 그리고 이들의 논평과 해석된 뉴스를 무단으로 수집・전제하고 “우주의 얕은 재미”만을 추구한다면 이는 ‘퇴행적 복제문화’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 피키캐스트 안내. ⓒ피키캐스트 홈페이지 화면캡처

특히 이 교수는 향후 몇 년 안에 피키캐스트와 같은 모든 뉴스원을 대상으로 가공 및 복제를 하는 3차 뉴스콘텐츠 큐레이션이 네이버, 다음 등 포털 뉴스서비스인 2차 뉴스콘텐츠 큐레이션을 누르고 ‘중심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피키캐스트의 프로 저널리즘 원칙의 부재, 이윤 증식 중심의 플랫폼 모델, 퇴행적 뉴스콘텐츠의 양산 등은 뉴스콘텐츠 생태계에 큰 악재로 작용할 확률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안타깝게도 3차 뉴스큐레이터들은 지금보다 더 뉴스 저널리즘의 정치적 연성화를 주도할 미래 플랫폼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젊은 구독자들을 대상으로 네이티브 광고 등으로 대중을 광고주가 지닌 욕망의 ‘가두리에 가두는’ 극단의 이윤추구형 플랫폼 모델로 달릴 것”이라며 “기업 수익의 근원이 되는 복제 행위의 사회적 귀속분과 누리꾼들에게 지급되지 않은 부불노동에 관한 사회적 증여나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콘텐츠에 대한 이용허락, 새로운 콘텐츠 생산 제약할 수도”

이 같은 발제에 대해 토론에 참가한 오병일 정보공유연대 대표는 저작권 문제와 관련해 저작물의 원출처 확인 과정에서 드는 비용 문제는 물론 ‘큐레이션’이라는 새로운 방식이 가져온 디지털 생태계의 변화가 위축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오 대표는 “인터넷 시대로 바뀌면서 뉴스가 될 수 없었던, 소수의 관심사 등이 뉴스가 되기 시작했고, 뉴스와 뉴스 아닌 것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다양한 뉴스 혹은 뉴스 아닌 것에 기존 저널리즘적 가치와 팩트 체킹(사실 확인이나 원출처 확인) 등을 요구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며 “경제적 측면에서 봐도 이용허락을 받으려면 처음 발견한 사람 뿐 아니라 그 이전 창작자까지 발견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해외에 있는 사람이면 이용허락을 받기가 힘들고, 이용허락이 가능해도 엄청난 비용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 대표는 “그런 방식으로만 해야 한다면, 큐레이션이나 매시업(mash up, 복제된 뉴스들의 큐레이팅)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엄청나게 제약된다”고 덧붙였다.

▲ 피키캐스트 광고. ⓒ화면캡처

“피키캐스트의 큐레이션 방식, 공정한 게임의 룰 아니야”

그러나 나머지 토론자들은 피키캐스트가 갖는 저작권법 위반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민노씨 <슬로우뉴스> 편집장은 콘텐츠의 무단전재는 “법 이전에 상식의 문제”라며 창작자의 입장에서 피키캐스트의 큐레이션 방식이 갖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민노씨는 “피키캐스트는 전 세계 모든 콘텐츠가 자기 것이다. 피키캐스트 뿐만이 아니라 위키트리, 인사이트 등도 전 세계 모든 콘텐츠가 자기 것이다. 공정한가? 상식적인가? 법 이전에 상식의 문제”라며 “콘텐츠에는 누군가의 땀과 기쁨, 슬픔 등 그 사람의 시간이 담겨 있다. 피키캐스트는 창작자들의 시간을 적극적으로 뺏는 것으로, 생산자 차원에서는 공정한 게임의 룰이 아닌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노씨는 “소비자에게 이게(피키캐스트의 콘텐츠) 유익한 것인가? 난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다수의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할 수 있다고 본다. 왜냐면 훔쳐온 콘텐츠가 굉장히 좋은 콘텐츠이기 때문”이라며 “조직적이고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미디어가 시장에서 승리했다는 이유만으로 누가 봐도 명백한 도둑질을 묵인한다면 이는 시장에 순응하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 대표는 “피키캐스트에게 권고하고 싶은 건 (무단전재한 콘텐츠를) 빨리 삭제하라는 것이다. 버즈피드도 과거 문제 됐던 걸 대규모, 조직적으로 삭제하고 있는데 피키캐스트도 배워야 한다”며 “버즈피드는 저널리즘 뿐 아니라 오락 영역에서도 미의 기준, 동성애 이야기 등 다양한 유머 코드에서도 사회적 아젠다에 접근하고 있다. 트래픽이 많은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떻게 한국사회의 아젠다를 만들어내는 미디어 컴퍼니가 나올 것인가인데, 피키캐스트는 그러지 못할 거라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 대표는 “사회적 책임 부분에서 구체적 요구로서 증여를 이야기한 것은 좋은 패러다임”이라고 덧붙였다.

▲ 미국의 뉴스 및 엔터테인먼트 웹사이트 <버즈피드> 홈페이지 화면. ⓒ화면캡처

기존 미디어, 피키캐스트 성장에 대한 긴장 필요해

피키캐스트의 저작권법 위반 문제와 함께 이날 포럼에서는 피키캐스트가 언론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이성규 블로터미디어랩 랩장은 버즈피드가 시작은 엔터테인먼트로 했지만, 어느 정도 성장곡선이 만들어지자 탐사보도에 투자한 것을 봤을 때 기존의 미디어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랩장은 “피키캐스트가 저널리즘에 미칠 영향은 장기적으로 보면 클 수밖에 없다고 본다. 궁극적으로 피키캐스트의 현 성장세가 계속 확장되고 있고, 이미 장기적으로는 뉴스 콘텐츠, 저널리즘 관련 행위를 회사 수익의 파이를 플러스 시키는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올드 미디어의 수익이 계속 떨어지면서 가치 연성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피키캐스트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잘 옮겨 타서, 저널리즘 행위를 적극적으로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기존 미디어들은) 긴장할 필요 있다”고 강조했다.

이광석 교수도 “뉴스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하드하고 딱딱한 게 아니라 이동하는 매체 속에서 소비할 수 있는 재미있는 것들을 원한다”며 “그 부분에 빠르고 좋은 양질의, ‘우주의 깊은 재미’를 줄 수 있는 콘텐츠들의 플랫폼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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