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기자들이 최종 게이트키퍼 되는 조직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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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 ‘저널리즘으로의 회귀, 또는 진보’ 주제로 기조연설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이 지난 30일 서울 항동 성공회대학교 새천년관에서 열린 한국언론정보학회 2015 봄철 정기학술대회 ‘폭주하는 권력, 공모하는 언론, 냉소하는 공중: 비판언론학의 앙가주망을 위하여’에서 ‘저널리즘으로의 회귀, 또는 진보’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맡았다.

손 사장은 “회귀 또는 진보라는 것은 저널리즘이 제대로 가고 있는가? 원래 기능을 하고 있는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본래 저널리즘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회귀라고 표현한 것”이라며 “또 미디어 환경이 굉장히 많이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본래적 의미의 저널리즘만 생각한다고 해서 발전이 있겠는가. 그 안에서 진보도 이뤄져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PD저널>에서는 이 같은 손 사장의 기조연설을 정리해 봤다.<편집자주>

■전통적 매스미디어 역할론은 유효한가

“(전통적 매스미디어는 여전히)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올드미디어가 곧 사라지지 않겠느냐는 말도 나오도, 당장 신문은 많이 어려워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앞으로 그 역할은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뀌는 게 있지 않을까.

플랫폼의 기반이 아직은 TV다. 지금은 인터넷 기반이긴 하지만, 소위 말하는 PC에서 모바일로 다 옮겨간 상황이다. JTBC 뉴스의 경우 TV에 묶여있기 뭐해서 인터넷과 모바일로 상당 부분 옮겨간 상황이다. TV와 모바일을 보는 사람의 비율이 차이가 많이 나는 건 있지만 아직은 TV가 더 많다. 20대는 70%가 모바일로 TV를 본다고 한다.

굉장히 많은 분이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다. 우리도 모바일에 적합한 콘텐츠를 신경 써서 만들고 있다. 그렇게 변해가는 데, 콘텐츠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중이 센더(sender)로 변해가는 상황에서 옛날식 디바이스만 고집하긴 그렇지 않나. 우리는 7월 중에 개편하려고 하는데, 뉴스 생산자로서의 대중을 메시지 센더로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 고민 중이다.

내가 JTBC에 와서 했던 것 중 잘했다고 생각하는 건 플랫폼을 개방한 것이다. 우리는 플랫폼을 일단 허물기로 했다. 앞서가기 때문에, 뉴미디어 시대에 맞춰서가 아니라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종합편성채널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적 인식과 기술적 한계 때문이다.

(중략)

앞으로 더 개방할 것이냐 말 것이냐 가지고 고민하고 있다. 플랫폼을 개방했더니 우리 플랫폼이 허약해져서. 포털이 언론사를 잡아먹는 것과 비슷하다. 아직은 우리는 확산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태까지는 개방하고 있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

“‘누가 게이트키퍼인가?’ <뉴스9>(현 <뉴스룸>)을 시작하면서, 그 전부터 고민했다.

내가 최종 게이트키퍼는 맞다. 되도록 내가 안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가능하면 내 역할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국 최종 결정을 내가 다 해야 하는데, 초기에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며 최상위 게이트키퍼가 역할을 안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조직이 살아난다고 생각했다. 기자들이 나름 현장에서 게이트키핑을 하면서 가져오지만 그게 막힌다는 경험이 쌓이면 현장에서 게이트키핑이 심해져서 뉴스를 변화시키는 데 최악이라 생각했다.

나나 아니면 국장이나 부장이나 이런 사람들이 일선 기자들에 대한 제약을 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분위기는 어느 정도 잡혀 있지 않나. 감히 이야기하건데, 내가 이야기 들어본 바로는, JTBC 보도국에 여러 한계는 있으나 일하는 데 있어서는 자유롭고, MBC보단 자유로운 거 같다.

누가 게이트키퍼인가 했을 때 기자들이 최종 게이트키퍼가 될 확률이 높은 조직을 만드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누가 게이트키퍼를 통제하는가?’ 자기 자신이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에 대한 자율성은 확보해주려 노력한다. JTBC 뉴스 콘텐츠가 바뀌었다는 것을 여러분이 인정한다면, 그게 가장 큰 원동력 아닌가 싶다.”

▲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이 ‘저널리즘으로의 회귀, 또는 진보’를 주제로 기조연설 중이다. ⓒPD저널

■Agenda Setting → Agenda Keeping

“세월호를 200일 가까이 했더니 안팎에서 우려가 많았다. 생방송 오프닝에서 우리는 의제를 세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켜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선언했다. 보다 구체화시키는 작업을 했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정확히 200일 했다. 그 이후에도 보도 이어가지만, 사람들이 200일 동안 하니까 한다고 하더라. 다시 말해 우리는 현실적인 제한 같은 게 있는데, 우리는 시청률이 높지 않다. 핫한 채널임은 틀림없는데 아젠다 세팅으로 해서 하나의 사회적 변화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채널 파워가 강해야 한다.

KBS가 문창극 과거 연설을 하나 내면서 뒤집어졌다. 채널 파워가 높다는 거다. 우리는 반기문 UN사무총장 조카의 부동산 사기극을 3주 동안 보도했는데, 별로 타격이 없다. 다른 데서 안 따라와 주니까. JTBC가 보도하면 다른 데서 잘 다뤄주지 않는다. 그 이유는 따로 설명드리지 않겠다. 자존심의 문제도 있겠고, 다루기 뭐한 것도 있겠고. 아무래도 파괴력은 형식적으로는 덜할 거다.

(중략)

처음에 설정하고 유지하고 소멸까지 가는데 대개 다른 언론은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이면 결론이 난다. 내가 MBC에 있을 때 보니까 그랬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몇 있지만 대부분 한 달 이상을 끌기 어렵다.

여기엔 굉장히 어려운 함수관계가 있다. 사람들이 지겨워한다. 세월호 이야기를 요즘 하면 지겨워한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도 지금 뉴스를 내놓으면 지겨워한다. 또 다른 걸 계속 해야 한다. 그걸 잘 가늠해야 하는데, 이게 고집만으로는 안 되는 부분 있어서, 지난 2년 동안 <뉴스룸>을 해오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어떻게 대중에게 이 아젠다를 유지해나가면서 정당성을 확보해나가느냐 하는 것이다. 그것에 대한 고민이 거의 절반 정도다.”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JTBC에 처음 부임했을 때 첫 부장회의에서 어느 부장이 물어보더라. 뉴스 전달에 대한 평소 소신은 무엇인가? 갑자기 내가 뚝 떨어져 들어왔으니 이 사람은 과연 무슨 생각하고 있을까. 속마음을 뭘까. 궁금했을 것이다.

그래서 흔히 이야기하는 사실・공정・균형을 이야기했는데 마지막에 애드리브로 붙였다. ‘품위’. 평상시 생각했던 건 아니지만, 애드리브로 붙였다. 왜 저게 떠올랐느냐?

새로 생긴 채널의 행태가 품위와 너무 상관없이 돌아가기에, JTBC도 품위가 쳐지는 일이 있으면 안 되겠다, 내가 있는 한은. 내가 오기 전에도 JTBC는 품위에 있어서 다른 채널보다 나았다.

사실・공정・균형은 기본이고 품위에 묶이다보니 다른 제작진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품위를 지키면 시청률이 떨어진다. 틀림없다. JTBC의 낮 프로그램은 밤에도 그렇지만 시청률에서 다 고전한다. 아무나 출연시키면 안 된다고 하고 아무 이야기나 하면 안 된다고 하기에. 그래서 낮에 목욕탕이나 사우나를 가면 JTBC는 절대 안 본다. 구멍가게에 가도 안 보고 JTBC 뭐하는데야? <비정상회담>? JTBC도 뉴스를 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왜? 안보기 때문에.

그러나 품위를 포기할 수 없고, 큰 기조 상으로는 포기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내가 나중에 언제 떠날지 모르겠지만, 품위에 대한 인식은 상당 부분 돼 있어서 쉽게 무너지지 않지 않을까.”

■무엇을 바꿀 것인가?

“우리들 편집회의는, 다른 언론사는 30분이면 끝나는데 우리는 2시간을 할 때가 많다. 오전에 2시간, 낮 회의 1시간. 낮 회의도 대개 다른 방송사는 20분이면 끝난다.

토론하는 이유는 공유하기 위해서다. 처음 내가 말했던 게이트키퍼가 현장에 있는 기자로 끝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토론이 필요하더라. 피곤하지만 토론을 하고, 사장이랍시고 명분상 앉아 있지만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다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더 알아야 할 필요는 있다.’ 내가 만든 말이다. 어떻게 다 알겠나. 더 알아야 할 필요는 있다. 뉴스를 100분 하는데 다 알게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 뉴스를 보면 알겠지만 정보량이, 양으로 치면 오히려 더 적은 경우도 있다. 그러다보니 뉴스가 어렵다, 각 잡고 봐야 한다, 강의하는 것 같다는 등의 말이 있어서 그게 고민이다.

더 알아야 할 필요는 있다. 채동욱 전 검찰청장의 아이가 누구의 아이인지에 대해 우리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 집중보도한 바가 없다. 다만 그 정보를 도대체 어떻게 캐냈느냐에 대해서, 국가가 개인의 일에 지나치게 개입한 게 없는가에 더 방점을 찍었다.

플랫폼은 왜 개방했냐면, 몇 년 전 홍콩을 가봤는데, 일단 중국의 식당은 원탁 테이블로 해서 다른 사람과 같이 앉는다. 혼자 않는 일본의 도서관식 식당은 상상할 수 없다. 내가 놀란 건,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앉아서 말을 한다. 거기서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한다. 원탁 테이블이 많이 있다. 이쪽에서 대화에 못 낀 사람은 옆 테이블로 가 대화를 하더라. 한참 지나가며 보니,모든 식당 안이 테이블끼리 대화가 다 가능했다.

아, 이거구나. ‘네트워크’. 그 식당 안에서는 쌍방을 넘어서 식당 전체가 네트워크화 되는 구나 하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우리도 플랫폼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과거 매스미디어적인 것이 아니라, 개방에서 쌍방을 넘어 네트워크로 가보자.

궁극적으로는 어떤 믿음 가지고 있냐면, 과거 매스미디어적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네트워크화함으로서 네트워크 규모가 커질수록 사회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디어가 사회 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 미디어를 잘 만들기 위해서 사회 운동을 할 수는 있다. 미디어가 사회 변혁에 기여할 수 있다. 앞으로 미디어가 사회 변혁에 역할이 있다면 네트워크를 만들고 네트워크를 크게 만드는 게 하나의 방법론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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