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시대, 라디오 청취율 조사는 ‘아날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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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중계] 네번째 넥스트 라디오 포럼 ① 조성동 방송협회 연구위원

▲ 지난 16일 서울 상암동 YTN 카페에서 열린 ‘넥스트 라디오 포럼’에서 라디오PD들이 조성동 방송협회 연구위원의 발제를 듣고 있다. ⓒ한국PD연합회

매체 경쟁이 심화되면서 늘 라디오의 위기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제대로 된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위기의 실체를 확인할 길은 요원하다. 물론 라디오 청취율 조사가 있지만 일부 수도권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수준에 그친다. 이마저도 ‘어제 어떤 프로그램을 들었나’와 같은 질문 형식이어서 피플미터 방식인 TV 시청률 조사와는 거리가 멀다.

지난 16일 서울 상암동 YTN 카페에서 열린 ‘넥스트 라디오 포럼’에서는 라디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대안으로 라디오 청취율 조사의 전면적인 시행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주제 발표를 한 조성동 방송협회 연구위원은 “규제기관이 라디오의 가치를 인정하고 청취율 조사를 통해 표적 수용자를 찾아내야 제대로 된 라디오 전략이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넥스트 라디오 포럼’은 급변하는 방송 환경 속에서 ‘라디오 이후의 라디오(Next Radio)’를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 라디오 PD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자리다. 이날 참석한 20여명의 라디오 PD들은 라디오 청취율 조사 필요성과 미래 라디오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다음은 조성동 연구위원의 강의와 질의응답 중 주요 내용 정리다.

"라디오 청취율 조사 전면적인 시행 필요"

단편적인 자료로만 보면 ‘라디오의 위기’로 단정 짓기는 힘든 상황이다. 2014년 12월 ‘방송매체 이용 행태조사’에 따르면 라디오 매체 보유율은 최근 5년간 크게 줄지 않았다. 라디오가 차, 핸드폰 등 기기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 라디오 매출은 2012년 6300억에서 2013년 6200억으로 크게 줄지 않았다. 제일기획의 라디오 광고비 자료를 보면 2014년 2000억에서 올해 2100억으로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규제기관에서조차도 라디오가 정말 위기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진다. 큰 문제가 없어 보이니까 규제기관이 적극적인 라디오 정책을 펼치려 하지 않는 것이다.

주목할 부분은 청취율이다. 라디오 청취율은 2010년 30%에서 지난해 23%로 줄었는데 주 5일 라디오를 매일 듣는다는 응답자는 9,5%까지 줄어들었다. 더 심각한 상황은 라디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다. ‘라디오가 일상생활에서 필수 매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0.5%에 그쳤다. 신문(0.9%)보다도 못한 수치다. 게다가 기존에 라디오가 갖고 있던 소통, 휴대성, 편리성 등 수많은 기능들을 새로운 플랫폼들이 가져가고 있다. 이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 라디오의 고유 가치를 규제기관에 설득하고 진흥을 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무리일 때가 있다.

결국 라디오의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 청취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하고, 그들이 듣고 싶은 라디오를 만들어야 한다. 젊은층이 <컬투쇼>를 많이 듣는다. ‘보이는 라디오’의 부정적 측면도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라디오가 이슈화 되는 부분도 인정해야 한다. 최근 파격적인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하려는 시도가 별로 없다. 라디오의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을 규제기관, 청취자들이 인정하도록 새로운 시도를 해야 라디오 진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청취자가 원한다’는 말은 규제기관을 설득시킬 수 있다.

“대책 없는 라디오 진흥 정책”

광고제도, 편성제도, 진흥제도 부분에서 라디오 진흥을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광고제도 부분은 협찬고지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중간광고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프로그램 전후에 하는 협찬 고지를 프로그램 중간에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또한 라디오와 관련된 편성 규제, 채널 운용 규제 등이 개선되어야 한다. 현재 관행적으로 라디오가 TV와 거의 유사한 편성 정책으로 규제를 받고 있다. 라디오가 TV에 같이 묶여 있는 지상파 방송 이라는 기준 때문이다.

라디오방송발전지원특별법도 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지역방송 진흥을 위해 지역방송발전지원특별법을 만들었는데, 여기에 라디오 방송도 지원 대상으로 포함된다. 지역 라디오로서의 역할을 하고, 지역의 내용을 담으면 지역발전지원 특별법에 포함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규제기관에서는 라디오가 서울에 본사가 있는 경우에는 발전 지원 대상에 잘 포함을 시키려 하지 않는다. 수많은 매체 환경에서 라디오의 매체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거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라디오방송발전지원특별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여기에 적극적인 진흥정책도 더해져야 한다. 먼저 라디오 정보 포털의 구축이다. 라디오 PD 등 라디오 관련 당사자들이 라디오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장을 마련해 라디오가 자생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정확한 청취율 조사와 함께 청취자 중심조사가 더해져야 한다. 라디오의 표적 수용자들을 파악하기만 해도 광고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라디오 프로모션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시민들과 함께 오픈 행사를 통해 라디오를 이슈화하는 것이다. 또한 라디오 진흥 전문가 위원회를 운용해 정보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도 라디오는 계속 위기일 수도 있다. 다만, 적극적인 진흥 정책을 펼치는 동시에 제작영역에서는 파격적인 재미와 상상력을 더한다면 라디오의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조성동 방송협회 연구위원 ⓒ한국PD연합회

Q. 팟캐스트 시장의 가능성과 미래는?

팟캐스트가 파격적이고 재미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팟캐스트 시장 역시 80대 20의 법칙이 작용한다. 팟캐스트라고 해서 쉽게 인기를 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팟캐스트는 다운로드가 아니어도 클릭 수만으로 모든 사람들이 다 듣고 있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다. 빠르게 시장이 변한다는 생각에 편승만 하려고 하면 위험하다.

오히려 실제로 라디오 청취자들이 많이 빠져 나가고 있는 게 맞는지 현황을 파악해야 하는 게 먼저다. 실제 30% 이상의 청취자는 기존 편성을 통해 청취를 한다. 능동적인 청취자만 고려해서 콘텐츠를 만들기보다는 실제 라디오를 듣고 있는 청취자들을 찾아내는 청취율 조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청취자들에게 더 소구력 높은 프로그램으로 서비스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팟캐스트보다 라디오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

Q. 청취자 몇명을 대상으로 라디오 청취율 조사를 해야 하고, 예산은 어느 정도가 필요한가?

기본 1만 명 정도의 청취자 조사가 필요하다고 본다. 또 단순히 청취율이 아니라 청취점유율을 파악해야 한다. 특정 프로그램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듣는지 파악하고 나면, 어떤 사람들이 해당 프로그램을 듣는지 표적 수용자를 파악해 전략적으로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례로 운전기사 들이 듣는 프로그램을 파악하고 나서, 운전용품 관련 광고를 한다면 광고 수익 측면에서도 더 효과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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