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대선 직전 이탈리아 해킹업체의 불법감청 프로그램 RCS(Remote Control System)를 구매해 사용했다는 의혹이 나오며 논란이 일고 있지만 지상파 방송 3사의 메인뉴스에선 이 사안을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이 사건이 국내에 처음 알려진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지상파 방송 3사 메인뉴스의 보도를 모니터한 결과 단 한 차례도 이 사안을 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종합편성채널인 JTBC의 메인뉴스(<뉴스룸>)에선 여섯 건의 관련 보도가 이어졌다. JTBC는 지난 10일 첫 보도 이후 이 사안에 대한 보도를 꾸준히 늘려 왔는데 지난 13일의 경우 네 개의 리포트 외에도 앵커브리핑, 전문가 인터뷰 등도 진행했다.
최 의원은 "이탈리아 해킹팀이 지난 6일 누군가로부터 해킹 당해 400기가(GB)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인터넷에 유출되면서 외신에선 이와 관련한 보도가 이어졌고, 그 데이터 속에 RCS 거래 당사자로 한국의 5163부대(국정원 추정)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가 있었음에도 국내 언론에서는 관련 보도가 전무하다시피 했다"며 "보다 못한 프로그래머 한 명이 지난 9일 직접 유출 자료를 입수해 분석하고 외신을 번역해 자신이 블로그에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지적한 글을 올린 이후에야 겨우 언론 보도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언론의 나태, 무지로 국내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을 수도 있던 사안이 전문가의 노력으로 비로소 알려진 것인 만큼,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을 때부터라도 언론이 이 내용을 적극 취재하고 분석해 보도했어야 하는데, 지상파 방송은 철저히 외면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민간인을 상대로 국정원이 RCS 불법 감청을 했다면 이는 국민의 기본권 침해이자 민주주의와 헌법에 반하는 만행이 아닐 수 없으며, 과거 크게 논란이 됐던 안기부(국정원의 전신) 미림팀의 '불법 도청'보다 훨씬 심각한 정보기관이 불법 일탈행위"라고 꼬집은 뒤 "과연 이 사안이 진보와 보수의 문제인가. 지상파 방송의 맹성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