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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30초 예고, 1시간 본방 안 부럽다

방송사 PD들에게 직접 듣는 생생한 '예고의 이해' 최선우 기자l승인2015.07.30 08:2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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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완전 궁금한데 방송시간 확실히 알겠고 감동도 있는 가운데 배꼽은 뽁! 빠지면서 ‘와 내가 방송 안보면 큰일 나겠구나’ 하는 위기감까지 들게요?” (KBS 드라마 <프로듀사> 10회 ‘예고의 이해’ 중 승찬의 대사)

조연출 승찬(김수현 분)에게 특명이 내려졌다. 30초짜리 예고 만들기. 승찬은 밥도 거르고 며칠 밤을 모니터만 들여다보고 있다. 신참 PD에게 28시간의 촬영분 중 최고의 30초를 뽑아내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쩔쩔매는 승찬에게 선배 라준모 PD(차태현 분)는 광고에 대한 일장연설을 하고 탁예진 PD(공효진 분)는 아이스크림을 사주며 승찬의 ‘예고 입봉’을 축하한다. 방송사의 ‘배달 어플’ 같은 존재인 조연출 PD들은 예고를 어떻게 만들고 있을까.

▲ KBS 드라마 <프로듀사> 중 밤새 편집실에서 첫 예고를 만드는 승찬의 뒷모습. ⓒKBS

조연출에게 예고란: 목숨걸고 예고한다

예고 제작은 막내 조연출의 주요 업무다. 분량이 짧을 뿐 구성과 편집, 콘셉트, 자막까지 조연출의 몫이다. 조연출에게 유일하게 허락되는 편집 영상이기도 하다. 자신의 역량을 맘껏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그만큼 부담감도 크다. 조연출 시절 만든 첫 예고는 ‘입봉’ 과도 같은 일이다. 자신이 편집한 영상이 전파를 타고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는 순간을 잊지 못한다고 조연출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예고를) 목숨 걸고 만든다. 앞으로 PD로서 나의 가능성을 스스로 가늠할 수도, 선배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에게 내 잠재력을 보여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방송사 신입PD)

30초에서 길게는 45초의 짧은 영상은 <프로듀사>의 승찬이 느낀 것처럼 조연출들에겐 목숨과도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KBS 교양문화국 최승범PD 역시 “예고는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누군가 내가 만든 영상을 본다고 생각하니까 부담스럽다. 예고가 PD 인생에서 꼬리표처럼 붙어 다닐 거 같아 늘 열심히, 잘 만들려는 책임감을 가진다. 나의 성과물이니까 짧은 영상이지만 애착이 많이 가는 건 사실”이라며 예고에 대한 애정과 부담감을 드러냈다.

▲ 장승민 PD가 직접 내레이션을 맡았던 <무한도전-미남이시네요> 예고편의 한 장면. ⓒMBC

예고의 정석⓵: 웃음과 궁금증으로 ‘낚기’

예고는 낚시다. 때로는 자극적인 장면만을 골라 배치하거나 앞뒤 맥락 없는 대사를 편집하기도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30초 안에 방송의 매력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압축해야 하기 때문에도 어렵다. 욕심을 내다보면 정해진 길이를 넘거나 처음 구성한 방향대로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인지 예고는 항상 부족함과 아쉬움이 남는 작업이라고들 한다.

시청자를 잘 낚는 예고를 위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뭘까. 우선적으로 ‘재미’를 꼽았다. SBS 박소현 예능 PD는 “무조건 재미다. 재미없으면 예고의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짧은 시간 내에 웃음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한다.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프로듀사>의 FD(이주승 분)가 말했듯 재미없는 예고는 예고를 본 시청자들이 그 방송을 절대 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MBC <라디오스타> 현정완 PD는 시청자로 하여금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 게 관건이라고 하면서 예고가 지나간 뒤에도 뇌리에 남는 예고를 좋은 예고로 평가했다. 현 PD는 덧붙여 “제작 시 만드는 사람(PD)과 보는 사람(시청자)의 차이를 좁히려 노력한다. 만드는 사람은 본 방송을 다 본 상태에서 편집하기 때문에 어떤 맥락인지 알고 있지만 시청자는 모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를 궁금하게 하되 예고에서도 개연성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 늘 새롭고 재밌는 예고를 선보인다는 좋은 평을 받고 있는 SBS <런닝맨> ⓒSBS

예고의 정석⓶: 새롭게, 더 새롭게

PD들은 천편일률적인 예고를 만들지 않기 위해 다른 장르의 영상을 모니터링하고 모티브를 얻기도 한다. 특히 프로그램 예고와 성격이 유사한 영화의 예고편, 뮤직드라마, 짧은 상업 광고 등에서 영감을 받는 이들이 많았다.

MBC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의 예고를 제작하는 최희현 PD는 주로 박진감 넘치는 영화들의 예고편에서 힌트를 얻는다. 그는 개인적으로 다이나믹하고 화면 전환이 빠른 방식의 예고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마블(MARVEL) 사의 영화 <어벤저스>가 국내에서 개봉해 한창 인기를 끌 때 <어벤저스>의 예고에서 콘셉트를 빌려와 같은 형식으로 <복면가왕>의 예고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SBS 위상현 교양 PD의 무기는 상업광고다. “CF를 많이 참고하는 편이에요. 오히려 전 프로그램 예고들 보다는 방송 중간 중간 나오는 TV 광고를 유심히 봐요. 광고도 예고처럼 컷들이 넘어가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거든요. 광고는 짧은 시간에 보는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잖아요. 심도 있는 표현도 볼 수 있고요. 특히 저는 효과나 구성에 대한 힌트를 얻는 편입니다. 최근에는 ‘배달의 민족’ 광고의 시각효과를 참고했어요.”

▲ CG와 자막 등 시각 효과에 두각을 보이는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예고. ⓒMBC

예고의 정석⓷: 귀를 쫑긋 세우도록

음악이 때로는 예고 제작의 핵심 열쇠가 되기도 한다.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의 권해봄 PD는 “나의 노하우는 음악이다. 음악을 고르고 그 음악에 맞춰 장면을 넣는 편이다. 신나고 흥이 나는 음악을 선곡한 뒤 재미있는 장면들을 편집하는 게 내 방식이다” 라며 조연출 때의 노하우를 소개했다.

MBC 예능국의 목소리를 담당하는 MBC 현정완 PD 역시 음향효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 PD는 막내 때 <무한도전> 예고에 자신의 목소리로 내레이션을 삽입하기도 했다. “내레이션뿐만 아니라 음악도 중요해요. 확실히 배경음악이 결정되면 편집의 방향성이 바로 서죠. 음악의 분위기에 따라 편집의 방향이 달라지기도 하니까요. 콘셉트를 못 잡아서 헤매고 있다면 배경음악부터 정하면 됩니다. 빠른 시간 내에 제작을 끝낼 수 있어요”

시사 교양 프로그램의 예고는 드라마나 예능의 그것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배경음악의 비중이 높다. 예능과는 달리 웃음 포인트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고 역시 다음 회 정보를 제공하는 단조로운 형식으로 제작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음악이 해결해 줄 수 있다.

KBS <다큐 3일>의 김장환 팀장 역시 예고에 있어서 배경음악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기고 있었다. 그는 “무엇보다도 예고가 나가는 본방과 본방 사이에는 시청자의 긴장과 주의력이 떨어지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소리로 주목을 끄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편집실엔 오늘도 불이 켜져 있다

요즘 영상의 트렌드는 ‘짧고 굵게’다. 그만큼 예고뿐만 아니라 티저 영상, 주요 장면 요약본 등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수단은 점점 다양해진다. 시청자들은 더 이상 TV 예고를 통해 다음 방송을 기다리지 않는다. 인터넷에 올라온 번외영상을 보거나 방송 전부터 이미 나온 스포일러 성 기사로도 내용을 미리 접하기에 충분하다. 어떤 이는 현재는 예고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평가한다. 혹자는 예고의 위상과 중요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분명 예고만이 가진 힘은 있다.

‘다모 폐인’이라는 신드롬을 일으켰던 MBC 드라마 <다모>(2003)의 마지막 회 예고. 지금도 인터넷상에 예고편 영상이 올라올 만큼 네티즌 사이에서 ‘걸작 예고’로 회자되고 있다. 10년이 더 지난 지금, 우리가 <다모>라는 드라마를 다시 꺼내 추억할 수 있는 건 짧지만 강렬한 여운을 남긴 예고 덕분이기도 하다. 예고 역시 또 하나의 작품이라 칭해지는 이유다. 오늘 밤에도 방송사 편집실의 불은 환하게 켜져 있을 것이다. ‘30초의 미학’을 구현해내기 위해서 말이다.


최선우 기자  frankiesu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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