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멀티플렉스 ‘다이빙벨’ 대관 거부 의혹 ‘무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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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 행위 입증 증거 부족”…참여연대 “정권 등 눈치보며 조사 시늉만”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에 대한 상영관 배정에 있어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의 불공정 행위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지난 7월 31일 ‘무혐의’ 처분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1월 19일 <다이빙벨>의 배급사 ‘시네마달’과 함께 참여연대는 <다이빙벨>의 상영관 배정과 대관을 거부한 혐의로 대형 멀티플렉스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참여연대는 11일 공정위의 멀티플렉스 3사에 대한 무혐의 처분서를 공개했다. 참여연대가 공개한 공정위 통보 내용은 이렇다. 멀티플렉스 3사는 개봉 영화를 모두 상영하는 게 아니라 개봉 영화의 기본 정보와 관객 선호도, 홍보 활동, 경쟁작 현황, 배급사와의 협의, 사회적 논란 등 다양한 요소를 기초로 흥행가능성과 예상수익이 높다고 판단되는 영화 위주로 상영 영화를 선정한다. 그러나 <다이빙벨>은 예고편 등의 조회수가 높지 않고, 배급사 측의 홍보가 미흡하였으며, 영화 배급 요청이 차주 스케줄 배정 종료 후 촉박하게 진행돼 스크린을 배정하지 않은 것인 만큼 부당한 거래 거절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의 장면

공정위는 배급사 등에서 <다이빙벨>의 흥행성 근거로 제시한 검색 순위에 대해 “관객 선호도의 참고 지표가 될 수 있지만 높은 검색 순위가 바로 영화 관람으로 인정되기 어렵고, 당시 상영 논란에 대한 언론 보도 등을 감안하면 검색 순위가 영화 자체의 흥행성만을 나타내는 절대 지표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일부 관객들 사이에서 <다이빙벨> 상영 금지 요청까지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흥행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멀테플렉스에서) 경쟁을 제한할 의도나 목적으로 상영관을 배정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된 바 없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단체 관람을 위한 대관 요청을 멀티플렉스에서 거절한 데 대해서도 공정위는 “단순 전화예약 문의에 대해 특정 상영관의 상영 일정이 확정돼 어렵다고 답변하거나, 상영작에 대해서만 대관을 진행하는 원칙에 의거해 대관이 어렵다고 안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어 “직접 상영하지 않는 영상물의 경우 내용이 확인되지 않아 극장 이미지 훼손 우려, 상영시스템과의 호환성 문제로 재생되지 않을 위험 등을 이유로 상영작에 대해서만 대관을 진행하는 멀티플렉스 3사의 정책을 비합리적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공정위의 이 같은 통보에 참여연대 등은 공정한 심사에 따른 결론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공정위는 지난 연말 CGV와 롯데시네마가 계열사 배급 영화에 대해 흥행 예상 순위나 주말 관람객수 순위와 다르게 자사 계열사 배급 영화들에 유리하게 상영관을 배정한 사실을 인정하고 타 배급사에게 불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하지 말라고 시정명령을 내리는 동시에 검찰 고발조치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해당 사건 의결서에 따르면 롯데시네마와 CGV는 각각 지난 2011년 1월부터 2014년 4월까지, 2010년 9월부터 2014년 4월까지 계열사 배급 영화들을 우선적으로 상영관에 배정해 왔다. 참여연대는 “해당 사건의 시정명령은 지난해 12월 23일께 공표됐고, 공정위가 이례적으로 검찰에 먼저 고발까지 할 만큼 두 멀티플렉스의 불법‧불공정 행위의 정도가 심각하다고 판단했던 점, 그리고 <다이빙벨>의 개봉 시점이 지난해 10월 23일이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다이빙벨> 또한 이들 극장의 계열사 배급 영화 상영관 우선 배정으로 피해를 입은 게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 공정거래위원회 무혐의 처분서 ⓒ참여연대 제공

참여연대는 “공정위 지적처럼 인터넷 검색 순위가 흥행의 절대지표가 될 순 없지만 <다이빙벨>은 멀티플렉스의 상영관 미배정으로 전국 예술전용극장과 개인극장 등 20개관의 턱없이 부족한 상영관에도 불구하고 한국영화 전체 개봉작 6위(2014년 11월 17일 기준)를 기록하고 전체 다양성 영화 중 1주차 3위와 2~3주차 1위를 기록했으며, 개봉 18일 만에 3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지적했다.

멀티플렉스는 상영 중인 영화에 대해 흥행 성적이 좋은 영화 순으로 상영회차를 배정하는데 상영관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전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을 통해 주말 관람객 수 현황을 분석, 관람객 수가 많은 영화의 스크린 배정을 확대하는 게 원칙이라고 공정위는 지적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는 “개봉 전 <다이빙벨>의 흥행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웠다 하더라도 개봉 후엔 관객 호응도는 물론 관람 열기 또한 높았다”며 “공정위에서 언급한 멀티플렉스의 편성 원칙대로라면 개봉 다음주에는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에서 상영관을 배정했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이어 “공정위는 관객들의 대관 요청 전화가 단순 문의에 불과했다고 판단했지만 당시 대관 요청을 했던 관객들을 한 차례도 직접 조사한 바 없는 공정위에서 단순 문의 전화로 쉽게 결론 내린 근거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공정위는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대기업의 영화산업 수직계열화로 인한 불공정 행위를 막기 위한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자마자 CGV, 롯데시네마의 2010년, 2011년의 해묵은 자료까지 뒤적이며 시정명령에 과징금 부과, 검찰고발까지 진행했지만 <다이빙벨>에 대해선 배급사 얘기는 전혀 들어보지 않은 채 멀티플렉스 3사의 얘기만 듣고 성급히 조사를 마무리 지었다”며 “공정위가 정권의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조사하는 시늉만 하는 기관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한편 참여연대는 “멀티플렉스 상영관에서 한 영화가 스크린을 과도하게 독점해 다른 영화들의 상영기회를 부당하게 빼앗을 수 없도록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고 특정 영화를 석연치 않은 이유로 차별하는 일도 금지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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