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심의 개정 가장 큰 수혜자는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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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개정 반대 1인 시위 벌이는 김동찬 언론연대 사무처장·오병일 진보네트워크 활동가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12일 오전, 길가의 사람들이 강렬한 태양을 손바닥으로 가리며 지나갈 때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위치한 서울 목동 방송회관 입구 한 편에서 뜨거운 열기를 온몸으로 받으며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는 두 남자가 있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이하 오 활동가)와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이하 김 사무처장)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 이하 방심위)가 심의규칙을 피해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신청 또는 방심위의 직권으로 명예훼손 게시물을 삭제·차단할 수 있도록 변경할 경우 사실상 대통령 등 공인에 대한 비판글이 차단될 수 있다고 이들은 우려하고 있다. 현행 심의규정은 당사자가 신청을 해야 심의가 이뤄지는 친고죄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래서 개정 시도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방심위가 명예훼손성 게시물에 대한 심의 규정을 친고죄에서 반의사불벌죄로 변경하려는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개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참여연대를 비롯한 언론·시민단체들은 방심위의 심의규칙을 ‘친고죄’에서 ‘반의사불벌죄’로 바꾸려는 움직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며 지난 10일부터 방심위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언론·시민단체들은 3일 박효종 위원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개정안의 부당성을 설명하고 개정안을 철회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방심위는 그대로 밀어붙일 태세다.

▲ 1인 시위 중인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와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의 모습 ⓒPD저널

1인 시위 중인 김 사무처장은 “방심위는 오는 17일 공청회를 개최하고 이달 중으로 입안예고를 계획할 예정”이라며 “이것은 방심위가 개정 절차를 계획대로 밟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이를 막고자 이렇게 거리에 나왔다”고 취지를 밝혔다.

오 활동가는 개정된 심의제도가 권력자들을 향한 비판을 차단하는 수단으로 남용될 가능성을 가장 걱정했다. 오 활동가는 “(친고죄에서 반의사불벌죄로 변경이 돼) 제 3자가 제소를 할 수 있도록 개정될 경우 일반인보다는 대통령에 대한 지지자 혹은 지지단체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옹호대상을 보호하기 위해 남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미 지난해 8월 보수단체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풍자그림을 그린 작가를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보수논객 심상근 씨도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이 사라진 7시간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정치인과 언론인 등을 무더기로 검찰청에 고발한 바 있다. 이러한 흐름이 개편된 제도에 힘입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김 사무처장은 2014년 1월 개정된 친고죄를 갑자기 반의사불벌죄로 바꾸려는 방심위의 속내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김 사무처장 말에 따르면, 2014년 1월 전까지 심의 규칙은 반의사불벌죄의 방식을 법적으로 명시했으나 실무적으로 제3자가 지명하는 명예훼손 당사자를 찾아 그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가 어려웠으므로 그 전에도 이미 ‘친고죄’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고, 이러한 실무적 부분과 명시된 심의 규칙의 간극을 해소하기 위해 작년 초에 ‘친고죄’로 규칙을 변경했다.

김 사무처장은 “1년 반 사이에 갑자기 이것을 뒤집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방심위는 이 규칙을 되돌리려는 점에 대한 부분을 전혀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탓에 이게 내부적 움직임이 아니라 다른 차원에서 지시를 받고 진행되는 게 아닌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심위가 개정 명분으로 내세우는 ‘근거법률과의 일치’와 ‘인신공격성 악성댓글 차단’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 활동가는 “반의사 불벌죄를 택하고 있는 정보통신망법이 근거법률로 이를 따라 해야 한다는 논리인데, 사실 정보통신망법은 근거법률이 아니다”라며 “방심위의 심의 권한을 규정한 법은 정보통신망법이 아니라 방통위설치법”이라고 주장했다.

악성 댓글 차단에 대해서 김 사무처장은 “지금도 인터넷 악성댓글은 당사자가 자신의 명예가 훼손 됐다고 생각하면 다양한 방식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개정이 됐을 때 수혜를 받는 대상은 일반인이 아니라 권력자들”이라고 비판했다.

오 활동가는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절차와 행정심의는 그 메커니즘이 다르다”며 “현 규정에서도 법적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법률가로부터 수렴 중이고 이에 대한 입장도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심위는 17일 공청회를 개최하고 이달 중으로 전체회의를 열어 개정안을 입안 예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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