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투입된 KBS 대합창은 무엇을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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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KBS 광복70년 프로그램, 종착점은 박근혜 대통령?

▲ KBS <나는 대한민국> ⓒKBS

“지금 대한민국 박근혜 대통령께서 무대로 나오고 계십니다.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이현주 KBS 아나운서, 2015년 8월 15일 KBS <나는 대한민국>)

지난 15일 KBS가 인적·물적 역량을 총동원해 만들었다는 광복70년 국민대합창 프로젝트 <나는 대한민국>이 방송됐다. 오랜 기간 공들인 프로젝트가 정점을 찍던 대망의 날, 이미 알려진 대로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해 합창을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그간 KBS는 광복 70주년을 위한 초대형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내부의 원성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KBS 내부 사안에 대해 미묘하게 입장이 엇갈리던 KBS노조와 언론노조 KBS본부가 이례적으로 한 목소리를 내면서 '대국민 합창 프로젝트'를 비판했다. 타 프로그램들 제작에 영향을 주면서까지 무리하게 자원을 총동원하다 보니 조대현 사장의 연임을 위한 도구로 방송을 사유화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 상황이다. 이런 비판에도 달려온 광복70주년 프로젝트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을까.

<나는 대한민국>은 진행자부터 출연진, 무대까지 화려한 면면을 자랑했다.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이현주 KBS 아나운서와 신동엽, 최불암의 사회로 진행됐고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정치인들을 비롯해 김연아, 이승철, 윤도현, 이선희, 지오디, 엑소 등이 출연했다. 여기에 현란한 연출까지, 화려함의 최대치를 보여준 듯한 무대였다.

▲ KBS <나는 대한민국> ⓒKBS

그러나 “국민 전체가 즐기는 축제가 되고자 기획한 프로젝트”라는 진행자들의 멘트는 와 닿지 않았다. 고작 몇 시간의 일회성 행사를 위해 오랜 기간 그 많은 자원이 총동원될만한 가치가 있었는지, <나는 대한민국>이 결국 남긴 게 무엇인지 의문만 생길 뿐이었다.

프로그램은 연신 ‘대한민국’과 ‘하나됨’을 강조했다. 그러나 함께 모여 합창을 한다고 해서 화합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크게 청춘, 여야정치인, 재외동포, 해방둥이 등으로 분류된 합창단들의 무대는 감동적이라고 하기엔 작위적이었다. 프로그램은 특히 여야정치인과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로 구성된 아침 합창단을 두고 진영을 초월한 화합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20대로 구성된 연아합창단에 대해서는 ‘이 시대 청춘들의 노래’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치와 청춘이라는 이 두 카테고리가 직면한 수많은 문제들은 뒤로 한 채, 합창 한 번에 ‘화합의 감동’을 강요하고 과한 의미 부여를 하는 부분에서는 불편함마저 느꼈다.

사회자들은 무대를 보며 “그야말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하나가 되는 순간”이라며 감격스러워 했다. 그러나 <나는 대한민국>이 다루고 싶었던 것이 정말 ‘대한민국의 하나됨’이었다면, 일회성 행사에 그 많은 자원을 쏟아 부을 게 아니라 화합의 방향을 진지하게 모색해보는 다큐멘터리 한 편을 만드는 게 나았을 것이다. 대통령이 무대에 올라 노래 한 번 부른다고 해서 ‘국민이 하나가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국민 모두를 위한 프로젝트라는 말이 허울처럼 느껴진 이유다.

KBS는 올 초부터 ‘광복 70년 미래 30년, 대한민국 100년의 드라마’라는 슬로건을 걸고 광복 70년을 주제로 정규·특집 프로그램, 캠페인, 시청자 이벤트 등을 장기간에 걸쳐 진행해왔다. 그러나 그 장기간의 프로젝트가 결국 보여주고자 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대한민국> 이전에도 ‘광복70주년’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프로그램이 방송됐지만 ‘광복70주년’을 맞이해 기획된 프로그램 중에 정작 일제청산이나 광복의 의미 자체를 다룬 프로그램은 거의 없었다. <나는 대한민국> 홍보성 프로그램이나 통일·경제 등 특정 주제에 치우친 프로그램들이 대다수였다. <70년의 세월 70가지 이야기>, <뿌리깊은 미래> 등 그나마 ‘역사 프로그램’이라고 분류할만한 것들도 대부분 ‘성장 신화’와 맥을 함께하거나 영화 <국제시장>을 연상케 하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이었다.

2015년 상반기를 몽땅 투입한 KBS 광복70주년 프로젝트가 보여준 것은 무엇이고 남긴 것은 무엇인가. 내부에서 제기된 비판처럼 그 모든 것이 ‘박근혜 대통령 모시기’를 위한 수순은 아니었는지, 국민대합창은 의문만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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