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불식간 예능에서 알려주는 정부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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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간접광고로 정부 정책 홍보 논란…선거 앞두고 규제 사각지대 ‘재핑광고’ 악용 우려

간접광고가 허용된 2010년부터 현재(2015년 8월 기준)까지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이하 코바코)를 통해 KBS와 MBC에 총 4억 8400만원을 들여 15개의 간접광고를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정부가 공영방송에 집행한 간접광고 중엔 유형의 상품이 아닌 ‘정책’이 포함돼 있어 적절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쉬운 해고”를 위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노동시장 개혁안에 대한 비판 여론을 돌파하기 위해 정부가 인기 예능 프로그램 등에 관련 간접광고를 집행하고 출연자 대화 등을 통해 이를 홍보한다면 시청자들이 과연 이를 광고로 인지할 수 있겠냐는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국회 미래창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개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0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코바코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앞두고 발표한 자료에서 정부정책의 간접광고 실태를 밝혔다. 이에 따르면 2010년 간접광고 허용 이후 정부와 공공기관 10곳에서 코바코를 통해 KBS와 MBC에 집행한 간접광고는 총 15개로 2012년 2건, 2013년 5건, 2014년 6건 2015년 2건(8월 기준) 등이었다.

▲ 고용노동부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를 통해 집행한 ‘일家양득 캠페인’ 홍보 간접광고가 2014년 11월 21일 MBC <나혼자 산다>를 통해 방송됐다.

대부분은 유형의 상품이나 지역 등에 대한 홍보였지만 정부 정책을 간접광고로 집행한 내역 또한 존재했다. 일례로 지난 2014년 11월 21일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선 고용노동부의 ‘일가(家)양득 캠페인’에 대한 간접광고를 내보냈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광고사를 통해 코바코와 간접광고 계약을 체결하고 MBC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출연진을 통한 고용노동부 일가양득 캠페인 내용 노출 및 슬로건 키메시지(일家양득) 자막 노출’ 이행을 의뢰했다. 광고 단가는 2000만원이었다. 실제로 이 방송에선 출연자 김용건과 김광규의 대화와 자막을 통해 계약을 이행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정부 정책 홍보가 과연 방송법 상 간접광고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행 방송법 제73조(방송광고 등)는 간접광고를 ‘방송 프로그램 안에서 상품을 소품으로 활용해 그 상품을 노출시키는 형태의 광고’라고 적고 있다. 유형의 상품이 아닌 무형의 정책 홍보가 간접광고 대상이 될 수 있는 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오는 이유로, 이 의원은 “정부 정책 홍보의 경우 공익광고를 통해서 알려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간접광고는 시청자들이 광고라는 사실을 인지하기 어렵고 방송 프로그램의 내용으로 알기 십상인데, 특히 상품이 아닌 정책의 경우라면 더욱 더 광고로 인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나 혼자 산다>에서 방송된 고용노동부 정책 간접광고의 경우 공익성이 있기에 논란을 비켜갔지만,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시장 개혁이나 FTA(자유무역협정) 추진 등과 같은 정책 또한 간접광고로 사용될 수도 있는 게 아닌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의원은 채널전환공간광고에 대해서도 “관련 규제가 없어 광고 내용에 대한 문제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채널전환공간광고는 채널 변경 시 발생하는 전송 지연 시간(1~3초의 재핑(Zapping)시간)을 이용해 셋톱박스에 저장된 이미지를 노출시키는 광고로, 흔히 재핑광고로 불린다. 케이블 방송인 씨앤앰은 2014년 11월부터, 티브로드는 올해 7월부터 이 광고를 시행 중이며 CJ헬로비전과 KT스카이라이프 등도 연내 채널전환공간광고 시행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채널전환공간광고는 인터넷망을 사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방송법에서 정하고 있는 방송광고 유형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현행 방송법 제73조 2항은 방송광고의 유형으로 방송프로그램광고, 중간광고, 토막광고, 자막광고, 시보광고, 가상광고, 간접광고 등 7개만 규정하고 있다. 즉, 채널전환공간광고는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상황으로, 현재 방송광고가 금지된 병원과 전문의약품, 그리고 선거 시기 정부정책 홍보와 정당광고, 심지어 특정 후보자의 선거운동에 활용된다 하더라도 속수무책 상황인 것이다.

이 의원은 “방통위도 현행법으로 규제가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채널전환공간광고 서비스 사업자들에게 방송광고 금지 품목이나 선거 관련 광고에 대해 자제해 달라고만 주문하고 있는 실정이나, 현행법으로 규제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며 “방통위가 미래창조과학부와의 협의를 통해 가이드라인 등을 시급히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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