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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속 잠든 FM라디오를 깨워라

넥스트라디오포럼 ‘스마트라디오 5000만대 보급방안에 대한 긴급 제언’ 최영주 기자l승인2015.09.25 08:2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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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윤 MBC 라디오 PD(MBC 미래방송연구소 소속)가 ‘프리 라디오 온 마이 폰(Free Radio on my Phone)-긴급제안 스마트라디오 5000만대 보급 방안’을 주제로 발제를 맡아 하이브리드 라디오의 편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PD연합회

“우리가 잘 모르지만 스마트폰에도 맹장이 있습니다. 들어있긴 한데 쓰진 않는 거. 무엇일까요? 바로 FM수신칩입니다.”(임재윤 라디오 PD/MBC 미래방송연구소)

스마트폰에 내장된 FM수신칩. FM수신칩은 스마트폰 이용자가 라디오를 들을 경우 스트리밍(주로 소리나 동영상 등의 멀티미디어 파일을 전송하고 재생하는 방식의 하나) 방식이 아닌 FM 신호를 수신하도록 하는 장치다. 대부분의 스마트폰에 FM수신칩이 내장돼 있지만 그 중 3분의 2는 비활성화 상태다. 즉 있어도 쓰지 못한다는 뜻이다.

한국PD연합회(회장 안주식)가 지난 23일 서울 상암동 YTN 2층 비안빈 카페에서 넥스트 라디오 포럼을 진행했다. 이날 ‘프리 라디오 온 마이 폰(Free Radio on my Phone)-긴급제안 스마트라디오 5000만대 보급 방안’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임재윤 MBC 라디오 PD(MBC 미래방송연구소 소속)는 스마트폰 속에 내장된 채 잠들어 있는 FM수신칩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에 따르면 애플, 삼성, LG 등에서 제조해 유통하는 미국 스마트폰 대다수에 FM 라디오가 내장됐지만 이 중 3분의 2는 라디오가 작동하지 않는다. ‘비활성화’ 된 채로 출고되기 때문이다.

미국 방송사나 방송 관련 협회들은 FM 수신을 통한 라디오 청취의 필요성을 꾸준히 주장했고, 이에 미국 내 3~4위를 지키고 있는 이동통신사인 스프린트는 FM수신칩 활성화를 약속했다. 올 여름에는 AT&T 등 다수의 이동통신사도 FM수신칩 활성화에 동참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 ⓒ임재윤 MBC PD

그렇다면 스트리밍으로도 라디오를 청취할 수 있는 시대에 왜 굳이 FM수신칩을 활성화해야 하는 걸까. 임 PD는 미국 방송사와 유관 단체들이 FM수신칩 활성화를 촉구하며 공동으로 운영중인 ‘프리 라디오 온 마이 폰(Free Radio on my Phone)’ 사이트 내 제시된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이유를 들었다.

                   1. (스트리밍과 달리) 데이터 부담이 없다.
                   2. 배터리를 오래 쓸 수 있다.(스트리밍 대비 3~7배)
                   3. 유용한 재난 대처 매체다.
                   4. 해당 부품에 대한 가격을 이미 지불했다.

임 PD는 특히 재난 발생시에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매체로 라디오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음을 강조했다.

임 PD는 그 예로 지난 2013년 4월 15일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에서 개최된 ‘2013 보스턴 마라톤’ 당시 결승선 직전에서 폭탄이 터져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을 들었다. 사고 당시 네트워크 서비스가 마비되면서 휴대전화가 불통이 됐던 것. 언론에서는 통신사들이 원격 기폭으로 인한 추가 폭탄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차단 조치를 취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가 하면, 통신사들은 현장에 있던 다수의 시민이 동시에 네트워크에 접속하면서 발생한 트래픽 과부하 문제라고 이를 부인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휴대전화는 마비됐고 정보를 전달할 수단은 사라졌다. 임 PD는 “이 같은 상황에서 (네트워크나 스트리밍과 상관 없이 구동될 수 있는) FM라디오는 유용한 재난 대처 매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FM수신칩을 활성화하는 일이 만만치만은 않다. 스마트폰 제조사 내지는 이동통신사가 나서야 한다. 그러나 ‘FM’에 대한 이미지, 즉 ‘올드한 매체’라는 이미지 때문에 FM수신칩 활성화를 업계에서 꺼려할 것이라는 임 PD의 추측이다. 실제로 임 PD가 만난 업계 관계자들도 FM라디오 기능이 있는 기기는 ‘효도폰’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올드 미디어’라는 라디오가 가진 고정된 이미지를 탈피하면서도 공익적 기능까지 살릴 수 있는 FM수신칩 활성화 방안으로 임 PD는 ‘하이브리드 라디오’를 제안했다.

하이브리드 라디오는 적은 비용으로 동시전송이 가능한 방송(Broadcast)과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며 빅데이터 수집이 가능한 인터넷(Internet)의 장점을 결합한 형태다. 즉 실시간 오디오는 FM 등 지상파를 통해 수신하고 나머지 방송 정보 전달, 피드백, 외부 음원서비스와의 연동 등은 기존 인터넷망을 통해 전달하는 방식인 것이다.

임 PD는 단순히 FM수신칩만 활성화 시켜 이를 구동시키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라디오를 청취한다면 기존 라디오를 스마트폰으로 옮겨온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라디오의 경우 청취자의 청취 경험이 진화될 뿐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로도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 ⓒ임재윤 MBC PD

콘텐츠 사업자의 경우 청취율・청취행태에 대한 전수 조사가 가능하고 이 같은 빅데이터를 활용함으로서 청취율 조사의 고도화도 꾀할 수 있다. 또한 ‘스마트미디어’로의 진화를 통해 라디오도 올드미디어라는 기존 이미지를 탈피할 수도 있다.

이동통신사나 제조사 입장에서도 FM수신칩을 활성화할 경우 재난 매체 기본 탑재에 따른 공익적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 정부 역시 가성비가 높은 재난 대용 매체를 보급할 수 있고 스마트라디오의 IT융합에 따른 산업 생태계 활성화도 가능하다. 라디오 디지털 전환의 최대 장애물이었던 별도 단말기 공급 역시 기존 스마트폰의 FM수신칩 활성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이 같은 설명에 이날 포럼에 참석한 라디오 PD들 사이에서는 이동통신사들의 참여 여부와 정책의 부재 등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하이브리드 라디오를 도입하기 위해선 정부에서 FM수신칩 활성화에 대해 적극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대해 임 PD는 “(하이브리드 라디오 도입 시) 한국 라디오가 당면한 과제들, 본질적 문제들을 관통하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며 “정책적으로 FM수신칩 활성화 또는 탑재를 추진하고 또한 이동통신사와 제조사를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임재윤 MBC PD

최영주 기자  yj719@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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