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예뻤다’ 가 진짜 예쁜 4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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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I 지수 ‘무도’ 제치고 1위 우연이 아니다

“시청률 20% 돌파하면 명동에서 프리허그 하겠다!”

요즘 대세드라마 MBC <그녀는 예뻤다>(이하 그예)에 출연 중인 배우 고준희는 지난 9월 말에 깜짝 공약을 내걸었다. ‘마의 시청률’로 여겨지는 20%를 돌파하겠다고 한 그녀의 약속은 방송 초반 무모해 보였다. 하지만 방송 중반을 넘어서면서 <그예>는 로멘틱 코미디 특유의 진부함을 넘어서는 매력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면서 시청률 20% 고지 탈환을 앞두고 있다.

<그예>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서 발표한 ‘프로그램 몰입도 지수(PEI)’에서도 <그것이 알고싶다>와 <무한도전>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화제성과 참여도, 몰입도 등을 반영해 산출하는 '콘텐츠파워지수(CPI)'에서도 1위를 차지했으니 <그예>가 대세인 것은 수치로서 확실해졌다. <그예>가 시청자로부터 사랑을 받는 비결은 무엇일까. 시청자의 몰입을 끌어내는 요소 4가지를 짚어봤다.

1. 퍼펙트 캐스팅, 완소 캐릭터로 이어져

드라마를 관통하는 에피소드-좋아하는 사람과 만나는 자리에 친구를 대신 내보내는 것-는 어디선가 본 듯 진부한 내용이다. 이후의 전개도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서로를 애지중지하는 친구사이인 김혜진(황정음 분)과 민하리(고준희 분)는 지성준(박서준 분)의 등장으로 인해 감정의 격량에 휩싸이겠지만 결국엔 모든 오해가 해소될 것이란 전망쯤은 드라마를 보기 전에도 읽히던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 끄는 것은 입체적인 캐릭터를 가능케 한 배우들의 열연이다.

▲ '그녀는 예뻤다'에서 김혜진 역을 맡은 황정음은 '로코퀸'이라는 수식어를 얻을 만큼 활약을 펼치고 있다. ⓒMBC

믿보황. 믿고 보는 배우 황정음의 줄임말이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로 차곡차곡 연기 내공을 쌓아온 황정음에게 내려진 수식어다. 네티즌들은 <그예>가 매회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스토리를 이어나가는 요소로 ‘로코퀸’ 황정음의 연기를 꼽는다. 전작 <지붕뚫고 하이킥>과 <킬미 힐미>에서 유쾌하고 에너지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던 황정음은 김혜진 역을 완벽 싱크로율로 연기했다는 호평을 듣고 있다. 연출을 맡은 정대윤 MBC PD조차 기획 단계부터 황정음을 염두해 두고 캐스팅에 공을 들였다고 했으니 이 드라마에서 그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인 셈이다.

황정음 뿐만이 아니다. 지성준 분을 맡은 배우 박서준 또한 드라마 초반에는 독단적이고 자기 고집 강한 글로벌패션매거진 ‘더 모스트’지의 부편집장으로 연기하다가 이후부터는 벽에 부딪혀 잘 넘어질 만큼 어리버리하고 빈틈 있는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연기했다는 평을 받는다. ‘더 모스트’지의 피처에디터 김신혁 분을 맡은 최시원도 극중 ‘똘기자(또라이 기자)’라는 별명에 잘 어울리는 능청스러운 연기를 잘 소화했고, 고준희 또한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섬세한 심리를 잘 보여주었다는 평이다.

김원 문화평론가는 <그예>의 흥행 요인에 대해 “배우 자신의 매력과 캐릭터의 매력이 잘 맞아 떨어졌다. 거기다 현재 시청자가 로맨틱드라마에서 요구하는 것들이 드라마에 잘 구현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2. 여-여도 ‘케미’ 돋는다

지난 9월 제작발표회에서 "여자들의 우정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 정대윤 PD의 의도대로 서로를 ‘부인’ ‘마누라’라고 부르며 함께 생활하는 혜진과 하리의 모습에 시청자들의 입가엔 어느새 흐뭇한 미소가 절로 번지고, ‘나에게도 저런 친구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도록 한다. 이 두 여자의 케미(두 사람 사이의 호흡이나 궁합 등을 뜻함) 또한 드라마 전체를 유쾌하면서 따뜻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물론 막장 드라마였다면 하리가 성준을 좋아하게 되는 순간 친구 혜진을 져버리고 성준에게 집착하는 흐름이 되었겠지만, <그예>는 그렇지 않았다. 남몰래 사랑의 감정을 키우면서도 자신을 가족보다 더 챙겨 주었던 혜진에게 미안해 전전긍긍하는 하리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이후 하리의 비밀을 알게 된 혜진 또한 ‘네가 친구냐, 그럴 수 있느냐’고 몰아붙이지 않는다. 그저 하리에게 모든 것을 되돌릴 시간을 줄 뿐. 누군가는 이러한 전개에 답답함을 느끼겠지만, 하리와 혜진 사이의 두터운 우정을 이해한다면 충분히 개연성 있는 전개다.

▲ '그녀는 예뻤다'에는 김혜진(황정음 분)과 민하리(고준희 분) 사이의 돈독한 우정도 잘 묘사돼 있다. ⓒMBC

물론 <그예>에서 극강의 케미를 보여주는 것은 박서준과 황정음이다. 이미 전작 <킬미, 힐미>에서 호흡을 맞춰본 적 있는 이 둘은 <그예>에서 최고의 캐릭터 싱크로율을 선보이며 교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박서준은 지난 제작발표회에서 황정음과 “연기코드가 맞는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내비친 적이 있다. 황정음의 유쾌 발랄한 연기는 보는 이에 따라서는 ‘오글거림’을 소환할 수 있어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었는데, 다행스럽게 박서준은 그 코드가 맞았던 것. 박서준은 황정음의 다소 튀는 연기를 잘 뒷받침하면서 자신의 매력 또한 어필했다.

3. “짹슨” “모스트스럽게” 입과 귀에 들러붙는 대사와 매력적인 조연배우들

김원 평론가는 <그예>에는 “대사 하나하나, 에피소드 하나하나에 구체적인 느낌이 있어 몰입이 잘 된다”고 말했다. 이 드라마에는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만큼이나 인상적인 대사들이 많다. 발목까지 오는 짧은 검은 바지에 흰색 양말을 신고 첫 출근한 김혜진에게 김신혁이 붙여준 “짹쓴”이란 별명은 이 둘의 관계뿐만 아니라 극 전체를 유쾌하게 이어나가는 데 도움을 준다. ‘더 모스트’지의 편집장이자 진성그룹 회장의 막대 여동생인 김라라(황석정 분)가 입에 달고 다니는 “모스트스럽게”는 드라마를 보는 사람은 아는 ‘대박’ 유행어가 됐다.

특히 황정음=박서준-고준희-최시원이라는 주연들 못지않게 그 외 조연 배우들의 매력도 만만찮다. 드라마의 주요 배경은 ‘모스트 사무실’에는 각각의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살아 숨 쉰다. 화려한 의상과 언변의 소유자 김라라와 '예쁜 애들은 뽑아봐야 금방 관둔다'는 그동안의 경험에 비춰 ‘김혜진’을 뽑은 진성매거진 관리팀 부장 부종만(김하균 분)은 잠깐의 등장이지만 코믹한 연기로 시청자의 시선을 잡아두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 모스트지 편집장 김라라(황석정 분)의 등장은 짧지만 강렬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신스틸러로 평가받는다. ⓒMBC

그 외에도 덥수룩한 수염에 더벅머리의 소유자로 이후 진성그룹 회장 아들로 밝혀져 모스트 식구들에게 충격을 안겨 준 김풍호(안세하 역), 겉은 까칠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신입인 김혜진을 살뜰하게 챙겨주는 편집팀의 왕언니 같은 존재 차주영(신동미 역), 그리고 회사는 적당히 다니다 빨리 시집가는 게 목표였던 한설(신혜선 역)과 재벌집 아들인 줄 알고 한설의 레이더 에 걸렸으나 평범한 세탁소 집 아들이었던 김준우(박유환 역) 사이의 알콩달콩 ‘케미’도 재미를 느끼는 데 한몫을 했다.

4. 새드엔딩? 끝까지 눈을 잡아두는 알 수 없는 결말

이제 <그예>는 마지막 2화를 남겨두고 있다. <그예>의 열광팬들은 29일 방송 말미에 김혜진이 ‘행복 총량의 법칙’을 언급하며 새드 엔딩을 암시하자 그 전 화에서부터 ‘불행’을 예고하는 복선들을 찾아내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게다가 주인공 4명을 둘러싼 모든 갈등이 총 16회 중 11회에 다 해소되었다는 점도 이제 행복에서 불행으로 반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증폭시켰다. 여기에 <그예>의 작가인 조성희 작가가 전작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주인공의 죽음으로 극을 마무리한 전력이 있어 새드 엔딩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제작진은 누리꾼들 사이의 새드 엔딩 논란에 난처해하면서도 한편으론 다행스러운 눈치다. 사실 드라마의 가장 큰 에피소드였던 ‘거짓말 소동’이 모두 밝혀지면서 맥이 빠지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 김혜진 귀신설, 지성준 상상설, 김혜진-지성준 동반사망설 등 수많은 설들이 엇갈리면서 오히려 <그예>의 결말에 관심이 집중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지난 수요일 방송(14화)에서는 김신혁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설가 ‘텐’이었다는 점과 진성그룹 회장 아들이 안세하였다는 점이 밝혀져 시청자들에게 깜짝 반전을 안겨주었다. 그 동안의 다양한 설들을 의식해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긴장감을 이어나가려는 제작진의 고뇌가 반영된 전개랄까. 남은 2화 동안엔 또 어떤 반전이 일어날까? 지난 방송의 시청률은 다소 떨어진 모습이다. 반짝 뒷심을 발휘해 20%의 고지를 점령할 수 있을까? <그예>의 남은 방송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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