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자유는 언론사의 자유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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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언론의 집회 시위 보도'에 대한 긴급 좌담회 개최
  • 최선우 기자
  • 승인 2015.11.25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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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언론의 집회 시위 보도, 이대로 괜찮은가?’ 라는 주제로 긴급 좌담회가 열렸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이하 언론노조)는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대회 및 관련 후속 보도가 연일 주요 뉴스로 다뤄지고 있는 가운데 언론의 집회 시위 보도 프레임을 점검하고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동훈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 민주언론실천위원회 간사,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가 참석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사회에 여러 관점은 잇을 수 있다. 하지만 양쪽의 의견을 골고루 반영하는 게 저널리즘의 기본이 아닐까 생각한다. 언론부터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가 필요하다는 기본을 지켜야한다. 앞으로 어떻게 보도해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긴급히 마련했다”고 긴급 좌담회의 취지를 밝혔다.

실제로 언론은 집회 시위 보도 시, 주최 측의 주장과 의견보다는 시위 과정의 충돌만을 사건화해 다뤄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한 시위에서의 충돌부터 단체 수사, 체포 및 압수수색 등에 대한 보도는 축소하거나 아예 다루지 않고 시위대의 폭력성만을 부각한다는 비판도 계속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영향력이 큰 공영방송, 종합편성채널이 동일한 관점을 반복 보도해 여론 편향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언론계 안팎으로 공감을 얻고 있다.

▲ 25일 긴급 좌담회에 참석한 패널들의 모습.ⓒPD저널

'폭력 시위' 프레임에 갇힌 종편들

이날 좌담회에 참여한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은 TV조선의 ‘민중 총궐기 보도’가 특히 문제가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TV조선은 지난 11월 14일 민중 총궐기 현장 생중계를 시작으로 충돌 위주의 영상을 계속해서 내보내고 있다. 관련 영상도 시민들이 경찰차에 올라타거나 쇠파이프를 들고 있는 모습만을 부각시켰다. 기사의 제목도 “폭력 시위” “폭력 불법에 무너진 공권력”등 균형과 객관성을 잃고 충돌과 선동에만 집중해 ‘폭력 시위’ 프레임을 조장했다. 집회 참여 세력은 종북이라는 종북 프레임 역시 등장했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TV조선과 채널에이는 14일부터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한 앵커와 패널들이 강경진압을 왜 안하냐고 되묻거나(14일 TV조선 뉴스) 경찰이 물대포를 쏘는 것 외에는 특별히 하지 않았다(채널A<쾌도난마> 14일 방영분) 며 내심 아쉬워하는 모습도 있었다. 심지어 패널로 출연한 황태순 씨는 ‘위수령 발동’을 요구하기(채널A<뉴스 스테이션> 11월 14일 방영분)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민언련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채널A와 TV조선은 자극적인 멘트와 영상뿐만 아니라 기사량 역시 압도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TV조선은 지상파 3사와는 달리 민중 총궐기 관련 보도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민언련 모니터링 자료에 따르면 TV조선은 13~15일 3일 동안 약 23건의 기사를 내보냈다. 지상파 3사는 14일 당일은 1~2건 정도 보도했고 채널에이는 9건, JTBC는 8건의 기사가 나갔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엄청난 수준이다. 14일 이후에도 TV조선은 계속해서 후속보도를 통해 집회에 참가한 시민과 노동계 인사를 불법으로 몰아갔다. 17일에도 TV조선 저녁종합뉴스는 14일 시위와 관련한 6.5건의 방송 기사가 나갔다.

그나마 공정한 보도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곳은 단연 JTBC였다. 살수차 물대포 시연, 집회 신청 절차의 정당성 등 여러 내용을 다루며 불법 폭력 시위를 매도하는 TV조선과 채널A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무보도로 일관하거나 숨기거나

종편의 ‘너무 많은’ 보도가 문제라면 지상파 3사 중 MBC와 KBS는 집회 관련 소식을 전달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 14일 강경진압으로 인해 중상을 입은 농민 백 모씨의 소식을 전하기보다는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의 조계사 피신소식만을 짧게 보도하는 정도였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충돌 장면보단 언론이 14일에 수많은 사람들이 왜 모였는지를 분석하고 전달해줘야 하는데 기사 리드 부분에 ‘역사교과서 반대와 노동개혁 반대하는 시위’라는 수식어로 언급하는 정도다. 그동안 노동개악과 국정교과서에 대해서 거의 보도하지 않은 채로 갑자기 시위 사실만 부각하면 그 사안을 잘 모르는 일부 국민은 (시위 주최 측의 주장을) 오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류 활동가 역시 근본적 문제점을 다루기보다는 현장을 왜곡해 묘사하는 언론 보도 행태를 비판했다. “언론이 이 사안을 마치 게임처럼 보도하고 있다. 만약 14일 시위가 같은 날 일어난 프랑스 테러처럼 진짜 위협적인 테러였다면 종편을 비롯한 일부 언론이 그렇게 즐기는 태도로 보도할 수 있었을까. 이미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을 보도 전부터 이미 폭도로 규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류 활동가는 “언론이 왜곡하는 방식은 세 가지다. 첫째는 악의, 둘째는 누락 또는 삭제, 셋째는 현장이든 현장의 전후 맥락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다. 언론은 무조건 사안을 다룰 때 일부러 왜곡하기 위해 사안의 초점을 ‘현장’에 맞춘다. 이건 비단 종편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언론이 범하고 있는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방송뉴스 형식과 관행에 갇힌 언론사

▲ 방송 뉴스의 한계에 대해 직접 경험담을 밝힌 이호찬 MBC 기자. ⓒPD저널

이호찬 MBC 기자 역시 미류 활동가가 지적한 방송 보도 형식에 대해 “뉴스를 만드는 기자로써 오히려 언론이 집회 시위 문화에서 폭력을 부추기는 역할을 앞장서 하는 게 아닌가라는 고민을 이전부터 해왔다”고 밝혔다.

이호찬 기자에 따르면 방송뉴스 보도의 기준은 ‘그림이 되는지’ 혹은 ‘시위 과정에서 충돌이 있었는지’의 여부다. 실제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화 시위는 방송 뉴스에서 보도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곧, 충돌이 있어야 보도가 되기 때문에 이를 아는 집회 주최 측은 현장에서 오히려 충돌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봤다.

또한 이호찬 기자는 방송 뉴스 어법을 지나치게 고집하는 방송사의 관행도 비판했다. 통상 약 1분 20초~2분의 짧은 뉴스에서는 도입부에 현장 영상과 함께 삽입할 스케치(묘사) 문장을 꼭 넣어야 하는데 이는 항상 충돌과 자극적 영상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도입부에 현장 묘사를 하고 나면 남은 3~4문장에 시위와 집회의 보다 자세한 내용을 전달하기에 부족하다는 게 이 기자의 설명이다.

이호찬 기자는 “뉴스를 기존의 방송뉴스 프레임에 맞출 게 아니라 시위와 집회의 진짜 목적과 요구사항 등 자세한 내용 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충돌 장면부터 자세히 스케치하는 관행이 남아서 짧은 한 꼭지의 뉴스로는 사안에 대해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언론이 오히려 시민의 발언권 막아

전규찬 교수는 “체제 전복세력, 폭도, 폭력시위, 전쟁터 등의 단어는 마치 5공을 떠올리게 한다”며 “집회‧시위의 자유는 리퍼블릭(republic)이라는 공화국의 핵심이자 퍼블릭(public)의 주권이다. 이를 구조적으로 감시하고 차단하며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는건 폭력이다”고 비판했다.

전 교수는 “언론은 현장에 대한 스케치보다 왜 시민들이 광화문에 모였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점과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해야 하는 것이 역할인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게 한국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저널리즘이라는 건 진실을 찾으려고 하고 비판 목소리 놓지 않고 자기 성찰의 태도까지 취하는 실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전 교수는 지난 14일 시위 현장을 사냥터에 비유했다. 그는 “14일 방송에 나간 종편의 생중계를 보면 미류 활동가분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게임 같다. 게임(game)이 ‘사냥하다’는 뜻을 가진 것처럼 시민들을 차벽으로 몰아넣고 그 안에서의 움직임을 라이브로 중계하면서 때리고 부수는 장면을 즐기는 모습이 마치 사냥꾼 같다. 이날 우리는 소스라치게 공포스러운 국가 체제의 테러를 봤다”고 평가했다.

언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언론의 집회 시위 보도에 대한 구체적 해결책에는 비관적인 입장이 대부분이었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지금은 언론 운동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막혀 있어 작은 움직임부터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우선 ‘좋은 언론 보기 운동’을 실천해야 한다. <뉴스타파>와 <시사통 김종배입니다> 등 괜찮은 언론을 홍보하고 적극적으로 유통 활로를 고민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미류 활동가는 “언론에서 세월호 집회가 열렸을 때 참여한 사람을 오히려 폭도나 폭력집단으로 매도해서 발언하기 더 어려워진 게 사실”이라며 “실제로 언론이 사람들의 발언권을 박탈 할 수 도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언론의 자유는 언론사의 자유가 아니다. 언론의 자유는 곧 시민들이 개인의 의견을 알리고 토론을 촉진하고 여론 형성하는 권리다. 언론이 ‘동료 시민’의 역할을 해야 한다.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시민들과 같이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언론노조 측에 언론인 교육 활동을 통해 인권적 보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보다 활발한 토론의 장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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