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우종범씨 EBS 새 사장으로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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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정설’ 논란 넘어 만장일치 의사 결정…방통위, 인사에서 모처럼 ‘합의제’ 구현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가 27일 EBS 차기 사장으로 우종범 전 제주MBC 사장을 선임했다.

▲ 우종범 전 제주MBC 사장

방통위는 이날 오전 비공개 회의를 열고 지난 25일 면접을 봤던 4인 후보자의 심사 결과를 놓고 최종 논의를 진행한 끝에 우종범 후보가 EBS 차기 사장에 적합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들은 사실상 만장일치로 우 후보자가 EBS 차기 사장에 적합하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우 내정자는 연세대를 졸업했고 대전교통방송 본부장, 제주MBC 사장, MBC 라디오본부장과 라디오본부 부국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는 88관광개발 감사를 맡고 있다.

방통위의 이번 인사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는 게 언론계 안팎의 평가다. 공모 초반 불거진 내정설을 딛고 위원들의 합의를 통해 인사를 했기 때문이다. 사실 방통위의 EBS 사장 공모 초반부터 ‘청와대 낙점설’과 함께 친(親)정부 성향의 몇몇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됐고, 공모 마감 직후엔 ‘청와대 낙점설’ 명단에 올랐던 인물 가운데 한 명이었던 이명희 공주대 교수의 지원 사실이 확인되면서 사실상 이미 사장이 결정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이어졌다.

이 교수는 학계 안팎에서 ‘뉴라이트 교과서’라는 평가를 받은 교학사 근현대사 교과서 대표 집필자로 국정교과서 찬성 여론을 주도한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명희 교수 유력설이 이어지자 언론노조 EBS지부는 “이념 편향” 사장을 방통위에서 임명할 경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고, 야당 국회의원들 또한 청와대의 의중을 고려한 ‘자판기 인사’는 안 된다고 방통위원장을 압박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4일 면접을 볼 4인의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김재홍 부위원장과 고삼석 상임위원 등 야권 추천 위원들은 “특정 이념의 극단지점”에 위치해 사회 통합에 대한 방송의 역할을 저해하는 인사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하는 동시에 ‘사퇴’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EBS 사장 인사권자인 최 위원장을 설득했다.

결국 방통위는 이명희 교수를 최종 면접을 볼 4인의 후보 안에 포함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논의 끝에 이날 우종범 후보를 EBS 사장에 선임했다. 지난 8~9월 공영방송 이사 인선 과정에서 특정 인사들의 ‘유력설’이 ‘임명’으로 이어지며 의사결정 과정의 독립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체면을 구겼던 방통위가 모처럼 ‘합의제’ 정신에 따른 논의를 진행한 것이다.

방통위 인사 직후 언론노조(위원장 김환균)는 성명을 내고 “청와대 내정설이 나돌았던 역사 왜곡, 이념 편향 부적격 인사인 이명희 교수가 임명되지 않은 건 천만다행”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우 내정자가 MBC 라디오 PD를 거쳐 제주MBC 사장까지 지낸 방송전문가라는 점에 대해서도 “그간 EBS 사장은 방송 전문성과 거리가 먼 관료 출신 인사들이 번갈아 사장을 지냈기에 방송계 출신 인사 발탁은 눈여겨볼만 하다”고 평가했다. 언론노조는 그러나 “방통위가 EBS 사장 선임 과정을 철저히 비공개에 부쳤던 만큼 사회적 검증과 평가는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이어 “우 신임 사장은 EBS가 공영방송, 교육방송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정치적 독립성과 제작 자율성을 철저히 보장해야 하며,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기조 등이 EBS의 교육 기능에 투여되게 해선 안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또한 “공익성과 다양성을 실현하기 위한 EBS의 창의적 콘텐츠들이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하며, 정치권력 등 외부의 부당한 압력과 개입에 흔들리지 말고 EBS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방통위는 오는 30일 우종범 사장 내정자에 대해 임명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새 사장의 임기는 2018년 11월 29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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