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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체 사진 보며 묵념한다…너무 죄송해서”

[PD VS PD] SBS '그것이 알고 싶다' PD로 산다는 것 - 류영우·배정훈 PD 이선민 기자l승인2015.12.03 06: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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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자그마치 23년 동안 찾아온 우리의 바람은 999개. 그 각자의 여정 끝에서 늘 만나길 원한 그것은 ‘정의’였습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 1000회 특집 오프닝 멘트 중)

지난 9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000회 특집 3부작은 그동안의 행보와는 다른 무게감이 느껴졌다. 999번의 발걸음을 따라 이어진 1000번째, 1001번째 그리고 1002번째의 발걸음은 ‘대한민국의 정의’에 대한 물음이었다. ‘담장 위를 걷는 특권’ ‘VIP의 비밀 매뉴얼’ ‘반칙의 공모자들’ 3부작을 통해 영화 <베테랑>보다 더 영화 같은 특권층의 비리를 우리는 목격했다. 특히 효성 조현준 사장의 비자금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배정훈 PD의 투지는 방송 이후 연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작심한듯 터트린 1000회 특집 3부작은 우리 사회 갑질 문제를 적나라하게 고발한 ‘사모님’편 ‘백화점 모녀와 땅콩 회항’편으로 이어진 결정판인 셈이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변화는 사건 추적에서도 감지됐다. 사법제도나 수사 관행의 문제에 대한 문제로 접근 방향을 넓히면서 가시적인 성과도 거머쥐었다. 친부 살해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가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진 김신혜 씨 사건이나 세모자 거짓말 사건이 그 대표적인 예다. <PD저널>은 지난 달 24일 민주언론상 특별상을 받은 류영우, 배정훈 PD를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을 대표해 만났다. 야구 경기 ‘프리미어 12’ 중계로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이 2주간 결방되면서 어렵게 잡힌 시간이었다. 대담은 지난 11월 27일 서울 목동 SBS에서 진행됐다. <편집자>

"취재진 안위 걱정하는 목소리 들으면 오히려 부끄러워"

▲ 지난 달 24일 민주언론상을 받은 류영우(오른쪽), 배정훈 PD를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을 대표해 만났다. ⓒPD저널

- ‘오늘만 사는 PD’라는 닉네임이 붙었다.

: 1000회 특집에서 재벌들의 수감혜택이나 비자금 문제를 적나라하게 얘기하면서 PD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시청자들이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가 해야 하는 당연하고 기본적인 일이었는데 오히려 안위를 걱정하더라. 그만큼 (언론이) 제 역할을 못 하는 현실을 담고 있는 것 같아 그런 얘기를 들으면 오히려 부끄럽다.

: 시대적 상황을 대변하는 얘기인 것 같다. 돌이켜보면 1000회에서 다룬 내용은 10여 년 전 시사프로그램에서 했던 얘기들이다. 비슷한 주제들이 분명 있었다. 수감자의 문제, 재벌의 혜택, 배임 횡령 등 다른 방송이나 언론에서도 많이 나오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변화한 시대에서 그런 얘기를 하니 ‘다치지 않겠니’라는 걱정을 하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 대한 응원 같기도 하다. 그래서 부끄럽다. 사실 시대가 부끄러운 건데…. 예전에는 상식처럼 얘기되던 인권 의식이 많이 무너졌다. 광장에서의 일들이나 노동법 통과 등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어느 순간 싸움이 붙고 정치적으로 색이 나뉘는데, 지금의 상황이 바르지는 않다. 이 상황에서 우리만의 역할을 하고 싶은 거다. 오늘만 산다는 건 또 다른 측면에서 시대적 정신에 따라 살고 싶다는 욕망을 담고 있다. 배정훈 PD가 효성 조현준 사장을 만나러 갈 때 질주했듯이…. 사실 (어떤 사안을) 좌우로 보고 싶지 않다. 너무나 당연한 인권의식, 당연한 사실에 대해 말하는 거다. 그래서 10년 전 시사프로그램 한 번 보라고 하고 싶다.

: 동의한다. 사람들의 기대치는 높아지는데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느끼는 것 같다. 언론에 왜 이런 금기가 생겼는지 모르겠다. 너무 답답하다. 쪽팔리고 무기력해진다.

- ‘정의’라는 주제로 1000회 특집이 만들어졌다. 경제, 사법, 정치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눠 <그것이 알고 싶다> 만의 시각으로 우리 사회를 바라보았는데 그동안 제작했던 주제와는 거리가 있었다.

: 1000회 특집 회의를 하면서 많은 얘기를 했다. 세월만큼 그동안 특집 프로그램이 많이 나갔는데, 새로운 제안을 시청자에게 선보인 경우가 많았다. 800회 때 미스터리 특집을 했는데, 그 이후 ‘그알’이라고 불리면서 한동안 미스터리물을 많이 선보였다. 그래서 1000회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서 사회적 이슈를 다뤄보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자리로 마련하자는 뜻이 모였다. 사실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1000회가 분기점이 되었다.

: 기본 전제는 “자화자찬하지 말자”였다. 우리가 잘한 것 그리고 우리끼리 기념하는 특집이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소홀했던 것, 잘못했던 것을 해보자는 그런 의지가 모였다. 그리고 지금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모두가 잘할 수 없는 금기를 깨보자는 파격적인 기획을 생각했다. 그런 고민이 뻗어 1000회가 만들어졌다.

"살인사건만으로 가기엔 이제 헛헛함이 있다"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류영우 PD ⓒPD저널

- 범죄 사건에 대한 미스터리 추적으로 성과를 본 시점이 있었다. 사건 해결은 물론 시청률로도 그 결과가 이어졌다. 최근에는 범죄 아이템 자체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제도적 허점을 짚으려는 노력이 보이더라. 내부적으로 이런 방향을 정한 건가?

: 우리는 경찰이 아니기에 범인을 잡을 이유는 없다. 단지 유족들이 이 범인을 알고 싶고 그들의 요청에 따라 우리는 따라간다. 이 과정에서 추리하고, 많은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나 어떤 사건이 흥미롭다고만 해서 취재를 하는 건 아니다. 사건을 통해 사회에 던질 메시지가 없다면 방송을 하지 않는다. 보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의 다른 PD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무기수 김신혜 사건이나 약촌 오거리, 삼례 슈퍼 3인조 강도 사건 등을 다룬 주시평 PD가 그 표본이다. 그 선배는 ‘재심 제도에 대해서 다뤄보고 싶다’라고 정하고 거기에 부합하는 사건을 찾더라. 참 인상적인 방식이었다. 후배로서 따라가고 싶다. 단지 흥미롭고 미스터리해서 방송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한 명의 억울함을 푸는 것 그 자체에 큰 의미가 있는 경우도 있다. 굳이 큰 얘기를 하지 않아도 이 사람의 인권과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이 세상의 변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그때는 큰 얘기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사회적 역할 측면에서 살인사건으로만 가기엔 헛헛함을 느끼는 지점이 있다. 전체적으로 PD들 사이에 공유된 지점이다. 살인사건 얘기를 하더라도 그 속에서 담긴 피해자의 억울함 플러스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자는 것이다.

: 하나의 사건을 아주 디테일하게 이야기로 전달할 때 우리 방송에 대한 비판이 있다. 너무 자극적이지 않으냐. 일개 사건을 그렇게 긴 시간 다뤄야 하느냐. 그런데 이렇게 할 때 제보가 있고 사건 해결의 중요한 단서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어떤 시점, 어떤 장소에서 목격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면서 취재한다. 이런 경우 생각지 못한 제보자들이 툭툭 나타난다. 경찰에게도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사건을 해결하는 PD도 있다. 그런 희망을 보면서 일개 사건을 디테일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정말 이러다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 필리핀 한인 납치 사건의 경우 우리 팀이 오랜 기간 추적했다. 5인조 일당 중 막내인 뚱이의 CCTV가 필리핀에서 발견되면서 사건 해결의 변환점을 맞았고 그 이후 수년에 걸쳐 여러 PD가 이 사건을 이어 취재했다. 그 과정이 사건 해결의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실제로 필리핀에서 잡힌 피의자인 김성곤이 인천공항으로 송환될 때 법무부 직원들과 경찰들이 취재진에게 고맙다고 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 수사를 진행하지 못했을 거라고 한다. 해외사건이라 수사당국의 힘이 거기까지 미치는 데 분명히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 “이것이 우리 팀의 힘이구나”를 느낀다. 한 사건을 오래 취재해 끝까지 해결하는 프로그램은 많지 않다.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배정훈 PD ⓒPD저널

- 사건을 추적하다 보면 제보가 중요한데 제보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있나. 잘못된 제보로 곤혹을 느낀 경우도 있지 않나.

: 지난해 9월에 제보자를 만나려 중동까지 갔다가 헛발질하고 돌아온 적이 있다. 완전히 속았다. 제보하는 사람은 저마다 이유가 있다. 그런데 그걸 우리에게 숨긴다. 이런 측면에서 그 사람의 의도 보다는 그 제보가 믿을 만한 것이냐에 집중한다. 제보가 세면 셀수록 저 사람이 말하는 제보가 어디까지 팩트인지 확인하려고 한다. 사실관계 확인이 안 되면 제보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가 제보자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작가들이 관심을 뻗어 나가다가 그 판에 소문이 나고 제보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 부분들이 소중하다.

: 가장 중요한 것은 진술의 구체성이다. 같은 얘기를 하는 이들이 많고 그것이 사실로 볼 수 있는 타당한 요소가 있을 때 믿음이 간다. 물론 사실 확인을 한다. 그리고 함께 일하는 작가들이 오랜 기간 축적한 노하우가 있다. 물론 잘못된 제보로 곤혹스러운 일도 있다. 어떤 특정 사람의 얘기를 듣고 판세를 모르고 하다가 된통 당한 일도 있다. 막무가내로 특정인에게 유해를 가하려고 제보를 하는 경우도 있다. 꽤 있다.

- 범죄를 취재하다 보면 사건기록을 통해 사체 사진 혹은 영상을 볼 때가 많은데 힘들지 않나.

류: 사무실에는 수많은 사건 관련 책들이 있다. 그리고 선배들이 했던 작품 자체가 학습 자료다. 예를 들어 문자 메시지에 문체가 다를 때 의심을 한다거나, 사체의 모습에 따라 타살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든지 선배들에게 듣는다. 지금 있는 스마트폰에도 사건 사진이 담겨있다. 경찰을 만나거나 언제 어떤 식으로 취재할지 몰라 담아놓는다. 핸드폰을 잃어버리면 큰일 난다. 살인자의 것으로 생각하지 않겠나. (웃음) 그런데 이런 사진을 볼 때 죄송한 마음이 있다. 프라이빗을 넘어선 존엄이 무너진 공간 아닌가. 사체 발굴 현장에 가면 상상 이상의 역겨움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 방송을 하는 게 좋은 사람 되려고 하는 거 아니지 않나. 막내 작가들의 경우 힘들어하는 데, 포인트를 보라고 한다. 그리고 그런 사진을 볼 때 항상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고 묵념하고 나서 보라고 한다. 흥밋거리로 다루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아무래도 계속 보면 무뎌지는 게 있다. “이거는 목 졸랐네” 이러면서 (가볍게) 말이다. 그런 것들을 경계하는 게 맞다. 이런 거에 무감각해지면 안 된다.

: 살인사건을 CCTV로 보는 것도 많다. 그게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한다. 사건 해결을 위해 보는 것이니….

-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겠다.

: 류영우 PD가 1년 선배인데, 사실 입사 초기에는 일본 꽃미남 가수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변했다. (전체 웃음) 나도 풋풋했다. 아주 많이 변했다. 아주 망가졌다.

: 6주 제작인데, 6주차에 취재하면서 편집하면서 재연을 촬영한다. 정말 가혹한 스케줄이다. 드라마는 섭외부장, 소품팀 다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 노동강도가 너무 세다. 가끔 도망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드라마적 요소가 있어서 자체 촬영에 시간이 많이 든다. 시사프로그램에서 풀샷 하나로 갈 걸 전달의 느낌을 살리려고 재연으로 설명해주고자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시간이 더 필요하다. 얼마 전에 방송된 ‘몽키하우스’편 촬영할 때 별도의 세트가 어디 있겠나. 그래서 새벽에 판문각 가서 찍고 왔다. 사실 물리적 고생을 많이 한다.

: 사장님이 꼭 보셨으면 좋겠다. (전체 웃음)

"의혹은 짧고 책임은 길다"

: 몸의 변화가 생긴다. 가속화된 탈모, 체중감량 등. 그리고 욕도 많이 는다. 그런데 이런 것 보다 이 프로그램을 하는 PD로서의 무게감이 엄청나다. 23년이 된 프로그램인데, 1회부터 아이템을 쭉 본 적 있다. 어떤 PD들이 어떤 걸 했는지 적혀있는데, 무게감이 느껴지더라. 그 스팟 봤나. 1000회 특집 PD편. 그 스팟을 보면 PD들의 뒷모습이 나온다. 퇴직한 선배들까지 나오는데 거기에 이런 자막이 있다. "당신이 자주 보는 것은 PD의 등과 엉덩이지만, 우리는 항상 의심과 두려움, 불안과 마주합니다. 우리는 단지 한 발짝씩 진실을 찾아가고 정의에 다가가고 끝까지 쫓아가려할 뿐” 사실 그때 아이템 리스트를 보면서 느낀 감정이 이 스팟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내가 이런 프로그램을 할 수 있다니 이런 마음이다.

: 요즘은 많은 기대와 응원이 있는데 거기에 못 미칠까 봐 고민이 많다. 아이템 고민이 가장 크다. 또 다른 측면에서 우리 팀에서 하는 말이 있다. “의혹은 짧고 책임은 길다.” 사람들은 한 번 보고 끝나지만, 방송이 끝나도 우리는 계속 싸운다. 얼마 전 법무부의 반론 요구 때문에 새벽까지 답변서를 썼다. 핵심 내용에 대한 반론 요청이 아니라 작은 부분들이다. 특혜 의혹을 제기한 모 그룹 회장의 수감 기간 받은 도시락이 의료함에 담겨진 게 아니라 검수통이라는 주장 등 이런 것이다. 그래서 “의료함 같은”이라는 멘트가 있는 방송을 잘라서 보내기도 했다. 본인 기관의 사기가 떨어졌다고 반론보도를 요청한다. 얼마 전 언론중재위원회에 갔다가 사건 순서를 보면서 놀랐는데, 신청인 리스트를 보니 개인보다 국가기관이 제기한 게 더 많더라. 최소한 국가기관이라면 이런 의혹이나 문제 제기에 대해 조사를 하거나 대책을 세우는 게 더 맞지 않나.

- 효성 측으로부터 반론 요청 들어왔나?

배: 아직은 없다. (방송 내용이) 다 사실이라…. 사실 취재 과정에서 직장동료, 학교 선후배, 지인의 지인 등 취재내용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걸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아내의 이력까지 조사됐다고 했다. 사실이 아니지만, 증권가 찌라시에는 제작진에게 몇십 억을 제안했네 하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웃음)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하는지 모르겠지만 아직 들어온 건 없다.

- 조심스러운 얘기일 수 있는데, 시사교양 PD들 사이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는 두 가지의 시선이 존재한다. 단순화시켜서 말하면 ‘질투’와 ‘폄훼’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탄탄한 스토리텔링에 대한 시기와 정통 시사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시선이 분명 공존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2007년 입사했는데, PD 초년 시절에 촛불집회를 보면서 <PD수첩>에 대해 질투를 많이 느꼈다. PD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그를 통해 세상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사람들이다. 사실 <PD수첩>에서 하는 아이템을 우리 선배 PD들도 했다. 용산 참사 아이템을 했는데 몇 주 뒤에 <PD수첩>이 하면 더 화제가 되는 걸 보고 열패감을 느꼈다. 지금은 시사프로그램 전체의 위기 아닌가. 정통 시사프로그램 그 자체의 역할이 있다. 옛날처럼 제 자리를 찾았으면 좋겠다. 같이 살아야 한다. 같이 나가줬으면 좋겠다. 아이템 싸움도 하고 그런 시대가 다시 왔으면 좋겠다. 물론 또 경쟁하면 힘들겠지만 말이다.

: 시사프로그램이 진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생 때 <PD수첩>을 사실 더 많이 봤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도입부만 보고 MBC <세바퀴>로 채널을 돌렸다. 그런데 사람들은 변한다. 그리고 그 변화를 시청자가 PD들보다 더 잘 안다. 우리가 부단히 노력해 축적해 나가야 한다. 우리보다 더 잘 아는 사람들을 상대로 전달하려면 세련되게 만들어야 한다. 때로는 교묘히 우리의 메시지를 좋은 구성상의 공간에 배치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스토리텔링 능력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그것을 제일 잘한다. 스타일의 차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람들의 니즈가 변했다. 시사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보도하는 게 아니라…. 우리는 김상중이라는 MC를 통해 시청자와 함께 추리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재밌다. 그 질문을 PD가 등에 업고 다닌다.

: 덧붙이자면 이런 얘기다. 매체도 많고 정보도 많다. 편집의 여지, 생각의 여지를 주려는 것이다. 저 범인은 누구일까? 예를 들어 “‘몽키하우스’란 공간에서 어떤 여자들이 인권유린을 당했어. 그런데 알고 보니 기지촌이었어”라고 풀어갈까. 아니면 “기지촌이 있었고 그 여성들이 몽키하우스에서 인권유린을 당했대”라고 풀어갈까. 사람들이 느끼는 건 다르다. 그 방식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거다.

: 어떤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를 왜 저기 뒤에다 갖다 놓느냐고 하는데 우리는 모르는 사람까지 같이 가려면 그 방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다. 아는 사람에게 추가 정보를 주는 것 보다 모르는 사람에게 알리고 싶은 그런 지점이다.

: 우리는 정말 핫미디어다. 재미없으면 채널을 돌린다. <마리텔>(<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방송하는 시간이다. 그분들을 잡고 전달해야 한다. 타 방송사의 시사 프로그램을 보면서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인데 흐지부지될 때 아깝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유통과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회의할 때도 그렇다. 이미 알고 있는 거지만 당위에 사로잡혀서 얘기하면 시청자는 보질 않는다. 쉬고 싶은 토요일 밤 아닌가. 절대 안 본다. 전달이 얼마나 잘 될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한다.

▲ 류영우 PD ⓒPD저널

- <그것이 알고 싶다>만의 스토리텔링 기법은 시청자에게 흡입력을 주는 요소다. 타 방송에서도 이런 식의 기법을 차용하려 했다가 실패하기도 했는데 생각만큼 쉬운 것 같지는 않다.

: 우리 장맛의 비법을 공개해야 하나.(웃음) 자연스럽게 SBS 교양국 안에서 조연출 때부터 배운 방식인 것 같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2~3년 하면 “졸업했다”라고 표현하는데, 너는 온전한 교양 PD가 될 수 있다는 소리다. 그런데 <그것이 알고 싶다> PD로서 그런 스토리텔링이 가능해지려면 엄청나게 많이 듣고, 많이 느끼고, 배우고 다녀야 한다. 우리는 판단을 가장 나중에 하라고 훈련받는다. 무수히 많은 취재를 통해 보고 듣고 느끼는데, 섣불리 판단하지 말라고 선배들에게 배웠다.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그 이야기 중에 가장 이 사안을 잘 설명할 수 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골라내면 된다. 이것이 내가 SBS 교양국에서 배운 가장 기본적인 취재 방식이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얘기 듣고, 듣다 보면 많이 느낀 후 최후에 판단하자. 이것의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나중으로 미루자. 그것이 우리 장맛의 비법이다.

: 어려서부터 배운 게 6mm를 들고 현장을 나가라는 것이다. 항상 스토리 위주다. 선배들이 많이 했던 얘기 중 좋아하는 말이 있다. PD 초년 시절에 “우리는 맨날 사례로만 푸느냐. 통계도 내고, 학자 인터뷰도 하고 그러자”고 했더니 한 선배가 이러더라. “시청자 100명에게 100을 전달하는 것과 10씩 1만 명에게 전달하는 것. 이들 중 우리 소임에 어떤 것이 맞겠느냐”는 질문이었다. 조금 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자는 게 우리의 모토다. 예를 들어 이런 거다. 영화 <도가니>를 보면서 시사교양PD를 하는 게 부끄러우면서 자랑스러움을 느꼈다. 나도 저런 아이템을 해서 사람들에게 분노 그리고 힘을 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영화적 기법을 많이 쓴다. 기사화된 사건 중 문장과 문장 사이 엄청난 사연들을 전달하면서 사건의 본질을 더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것이 시사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그 형태는 다르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건 같다고 생각한다.

- 그런데 스토리 전달에 치중하면서 재연 기법을 많이 사용한다. 시사프로그램에서의 재연 기법에 대한 논란이 그동안 많았다. 일반적으로 재연하더라도 간접적으로 표현하거나 최소화한다. 그런데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 과정에서 왜곡이 있을 수 있지 않나?

: 재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그래서 논란이 되는 인물들에는 표정을 주지 않는다. 선입견을 심어주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피해자가 느낀 감정 등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재연은 하나의 기법과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팀장들도 논란이 될 만한 재연에 대해서는 지적을 많이 한다. 왜곡하거나 편향되게 하지 말라는 걸 재연부분에서 많이 지적한다.

: 저도 헷갈릴 때 물어본다. 류영우 PD에게 많이 물어본다. 저는 재연을 많이 안 쓴다. 오히려 왜 네가 그렇게 많이 나오느냐고 지적을 받는다. 재연으로 덮으라고 그런 지적도 많이 한다. (전체 웃음)

: PD만의 연출의 차이다. 해외 시사를 보면 기자 샷이나 PD샷이 잘 없다. 우리 프로그램은 과정을 보여준다. 그 사람을 찾으러 가는 과정이다. 만약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그냥 보여주는 것보다 함께 끌어가는 과정을 함께 고민한다. 시청자들이 체감하면서 느낀다. 성폭력 관련 이슈들에 대한 얘기를 하려는 건데 그 과정을 많이 고민한다.

"사회이슈 다루고 싶지만 표현 방법 여전히 숙제"

▲ 배정훈 PD는 단순히 흥미롭고 미스터리하다고 해서 그것이 알고 싶다 아이템으로 채택되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PD저널

- 소외계층, 노동문제를 다루고 싶은데 미스터리 추적물이라 담지 못하는 게 있지 않나?

: 먼저 여쭤보고 싶은 게 있다. 노동문제를 드라마나 만화책에서 언제부터 다루었나? <송곳> 작가가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한 시간이 있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배정훈 PD가 ‘형제복지원’ 아이템을 다루는 걸 보면서 놀랐다. 과거 사실을 미스터리 추적물로 현재화시켜서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국가 미스터리, 코발트 광산 등으로 이어졌다. 우리도 노동문제에 관심이 있다. 그런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다. 안 다루는 건 아니고 어떻게 표현할지를 고민하는 중이다.

: 뭐냐면, 작년에 고리1호기에 대해 하려고 했다가 까였다. 소재가 아니라 포맷에 안 맞는다는 이유였다. 나 역시 VCR 1이 안 떠올랐다. 시작할 때 분위기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수원 직원이 자살한 사건 하나를 찾았다. 뭐냐면 도입부에 시작할 수 있는 인상적인 사건들이 뭐지, 사람들이 질문을 가지고 볼만한 사건을 찾아서 다시 갔다. 그래서 해보라고 했다. 원전 문제가 중요하다는 걸 다 알고 있지만 우리 프로그램이 갖춰야 하는 요소들이 있어서 사건을 찾는 것이다.

: 사람들이 사건에서 느껴지는 호기심 또는 관심이 있으니까 그래서 갖고 간다.

: 그런 건 TV 앞에 앉혀놓을 수 있는 수단이었다.

: 1000회가 그것이었다. 그것으로 안 되는 것을 아이템으로 다뤄서 우리 것으로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사실 흐름에 맞으니까 진행했는데. 또 다른 부담감이 생겼다. 국장들도 그런 쪽으로 나가보라고 한다. 분위기는 좋다.

-마지막으로 <그것이 알고 싶다>가 1000회를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그것이 앞으로의 힘이 아닐까 싶다.

: 우리 시스템의 장점은 오랜 시간 함께한 작가와의 협업시스템이다. PD들은 <그것이 알고 싶다>팀에서 3년~5년 일하지만 작가들은 그 이상 여기에서 일한다. PD들이 돋보이는 프로그램이지만 작가들의 공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프로그램이다. 작가들에게도 <그것이 알고 싶다>는 영광스러운 자리다. 어린 시절 SBS 작가로 들어와서 <그것이 알고 싶다> 작가가 된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둔다. 거기에 조연출, 막내작가의 협업 시스템이 1000회를 이어왔다. '열정페이' 문제에서 쑥스러울 정도로 그 친구들에게 바라는 것이 많다.

: <그것이 알고 싶다>는 교양국 전체의 프로그램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금 연출하는 PD들의 프로그램이 아니다. 이 프로그램을 거쳐 간 선배들이 있고, 물려받을 후배들이 있다. 효성 취재과정에서 많은 압박이 왜 없었겠나. 그런데도 사장, 본부장, 국장, CP 모두 취재의 본질을 지켜주었다. 그 취재를 하면서 우리 조직이 건강하다는 걸 느꼈다. 그게 <그것이 알고 싶다>를 생각하는 선배들의 마음이다.


이선민 기자  sotong@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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