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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심의위원들, 이제 그만 대쓰요

[송년기획] 2015년 ‘노(No) 어이’ 심의 7 김세옥 기자l승인2015.12.22 07:5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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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심판의 역할을 맡은 이들에게 흔히 객관과 공정을 기대한다. 하지만 사실 객관과 공정을 지키는 일은 누구에게도 쉽지 않다. 누구나 타인에게 상식을 기대하지만 그 상식도 저마다의 잣대에서 지극히 주관적으로 적용되기에 때때로 상식의 보편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객관과 공정은 놓기 어려운 가치다. 때문에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일단 미디어는 ‘사실’을 나열한 후 전문가(라고 명명한 이들)의 말을 ‘따옴표’로 전하며 객관주의 저널리즘을 지향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 미디어를 심판하는 이들은 갖가지 법문과 규정을 앞세워 미디어에서 객관과 공정의 가치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판단하곤 한다.

하지만 어떤 사안에 대해 저마다의 관점-편견이라고 읽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는-을 지닌 사람이기에 객관과 공정의 가면이 벗겨지는 순간들이 등장하곤 하는데, 2015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서는 역시나 그런 장면이 적잖이 포착됐다. 모아 놓고 보니 진지하게 화를 내기엔 그 화를 받을 상대의 커패시티(Capacity‧역량)가 의문이고, 그렇다고 그저 웃고 넘기기엔 중요한 문제들이었다. 불공정 심의 논란이 당연하듯 뒤따르기에 사례가 넘치고 넘치는 보도·시사 프로그램, 특히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심의를 최대한 배제했음에도 이런 심의들은 참으로 많았다. 어렵게 칠거(七去)와도 같은 심의의 유형들을 골라봤다.

▲ JTBC <선암여고 탐정단> 2월 25일 방송. ⓒJTBC 화면캡쳐.

#느낌 심의: JTBC <선암여고 탐정단>(2월 25일, 3월 4일 방송)

동성애 이슈가 언제 폭발적이지 않은 때가 있었겠냐만 심의와 결합한 동성애 이슈의 폭발력은 실로 대단했다. 여고생 간의 키스 장면을 방송한 JTBC <선암여고 탐정단>에 대한 첫 심의가 열린 지난 3월 25일 방송심의소위원회(이하 방송소위)에서 위원들로부터 “동성애는 다수와 다른 정신적 장애”, “(동성 키스 장면을) 저는 부도덕하다고 본다”, “혐오감을 느꼈다”, “잘못하면 청소년들에게 그런 걸(동성애를) 권장하거나 조장할 수 있는 요인이 있다고 본다” 등의 발언이 거리낌 없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그리고 앞서 이성 간 청소년의 키스 장면을 방송한 드라마 <몬스타>(Mnet)가 ‘의견제시’의 행정제재를 받는 데 그쳤던 것과 달리 <선암여고 탐정단>은 법정제재인 ‘경고’ 조처를 받았다.

방심위는 <선암여고 탐정단>의 동성 키스 장면 방송이 어린이와 청소년의 정서 함양과 관련한 방송심의규정 제43조 1항과 방송의 품위유지와 관련한 제27조 5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며 중징계를 결정했지만, 방송법과 방송심의규정 어디에도 동성애 표현을 더 강하게 제재해야 한다고 적고 있지 않다. 오히려 방송법(제6조)과 방송심의규정(제7조)은 차별 금지와 표현의 자유를 방송의 공적책임과 공정성 등을 실현하기 위한 주요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앞서 법원에서도 남성 간의 키스 장면 등 애정신을 포함한 영화 <친구사이>에 대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분류는 부당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동성애를 표현했다고 하여 유해하다는 판단을 하거나 이성애와 비교할 때 더 강하게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어떤 사안에 대해 모든 이들은 의견을 가질 수 있다. 그 의견이 어떤 이들에겐 편견으로 읽히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객관과 공정의 위치에서 어떤 부분을 판단해야 하는 이들은 합의된 기준을 우선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모든 국민의 행복 추구와 평등을 강조하는 헌법과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혐오 행위에 대해 법원에서 헌법의 가치를 앞세우며 시정을 요구한 판결 등 말이다. 이런 기준을 무시하고 ‘인상’과 ‘느낌’만으로 어떤 사안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모습을 세상은 ‘검열’이라고 부른다.

#느낌심의_대쓰요 #키스도_허락받아야_하는_세상

▲ MBC <일밤-진짜 사나이> ‘여군특집’ 9월 6일 방송. ⓒMBC 화면캡쳐

#‘K저씨’ 심의: MBC <일밤-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9월 6일 방송)

MBC <일밤-진짜사나이> ‘여군 특집’ 편에서 성희롱 논란이 발생했다. 여성 출연자들이 제식 훈련을 맡은 소대장의 외모와 신체부위에 대해 적나라한 표현과 함께 품평하는 모습을 여과 없이 방송하는 것으로 모자라 제작진이 이를 자막과 CG로 부각했기 때문이다. 방심위는 즉각 심의에 착수했고 9월 23일 열린 방송소위에서 해당 방송에 대해 방송심의규정 제27조(품위유지) 5호 위반을 지적하며 만장일치로 ‘권고’(행정지도) 처분을 했다.

제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았고 제재 수위에 대한 위원들 간의 의견조율도 어렵지 않게 이뤄졌지만, 논란은 나오고야 말았다. 법정제재인 ‘주의’(벌점 1점)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한 위원이 행정지도인 ‘권고’면 적당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내는 과정에서 “나를 보고 누군가가 (엉덩이가 섹시하다고) 말했으면 기분이 좋았을 것 같다”고 말하고, 이 말을 받은 또 다른 위원이 “뒷모습이 풀 샷으로 나와서 그렇지 (소대장의 엉덩이는) 미디엄 정도 사이즈”라고 발언한 후 여성 직원을 향해 “보기에 (소대장 엉덩이가) 어땠나” 등의 질문을 한 것이다.

이런 발언을 했던 위원들은 심의 과정에서 농담을 좀 했을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위원과 직원이라는 권력관계가 존재하는 속에서 여성 직원에게 어떻게 봤냐고 질문하고, 프로그램 속 성희롱의 대상으로 묘사된 이의 약혼녀와 가족들이 불쾌감을 표시한 상황에서 “나라면 기분 좋았을 텐데” 등의 발언을 하는 모습은 약자/피해자의 입장에 대한 고려는 없는 무례함, 인권의식의 빈약함을 드러낸다. 작금의 한국 사회에선 이런 유형의 중년 남성들의 성향을 ‘K저씨’라는 표현으로 요약하고 있다.

 #어이없다_전해라 #매너가_심의를_만든다

▲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9월 12일 방송 ⓒMBC 화면캡쳐

#경찰심의: MBC <무한도전>(1월 24일 방송), <마이리틀텔레비전>(8월 29일‧9월 12일‧9월 19일 방송)

당연한 말이지만 방송도 법을 준수해야 한다. 그리고 방송의 영향력, 공공성 등을 고려할 때 바른 언어사용에 대한 책무도 있다. 방송이 이런 부분을 지키지 않을 때 방심위는 제재를 한다. 하지만 방송 프로그램에 사용할 수 있는 장면이나 언어 등에 대한 ‘표준’은 있을 수 없는 만큼, 매체나 채널별 전문성과 다양성의 차이를 고려해 창의성과 자율성, 독립성 등을 존중하며 심의하도록 하고 있다.(방송심의규정 제5조) 이를테면 복면을 썼다고 무조건 IS로 간주할 순 없다는 얘기다.

올해 방심위는 ‘핵잼’, ‘쩐다’ 등의 통신 용어와 ‘대쓰요’ 등의 사투리를 자막으로 표기해 방송한 MBC 예능 <마이리틀텔레비전>(이하 <마리텔>)과 당근과 소시지로 칼싸움을 하면서 영화 <신세계>의 액션신을 재연하고 출연자들을 화물차 짐칸에 태워 이동한 MBC <무한도전>에 대해 ‘권고’ 처분을 결정했다. 특히 <무한도전>의 경우 도로교통법을 위반했다는 게 주요하게 지적됐는데,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급박한 상황에 갑자기 차를 돌리거나 누군가를 납치해 트렁크에 태우는 등의 장면이 등장하는 것과 비교할 때 예능에만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온다. 맥락이 중요한 건 드라마나 예능이나 매한가지인데 말이다.

어쨌든 벌점이 따라오지 않는 행정지도로 끝난 만큼 한숨 돌리는 분위기도 있다. 하지만 두 프로그램이 방송심의규정의 방송언어 관련 조항(<마리텔>)과 품위유지, 법령(도로교통법)준수 관련 조항(<무한도전>)을 위반했다는 방심위의 판단은 유효한 상황이다. 그리고 이는 앞으로도 두 프로그램이, 아니 모든 예능 프로그램이 언어를 장난스럽게 또는 사투리를 사용할 때, 드라마나 영화 등을 패러디할 때 드라마와 영화보다 더 엄격한 제재 상황에 놓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방송심의의 최소주의 원칙은 사라지고 음주단속과 같은 경찰심의만 남을 수도 있는 것이다.

 #방송4대악근절심의 #세대차이난다고도_전해라

▲ JTBC <뉴스룸> 10월 14일 방송. ⓒJTBC 화면캡쳐.

#궁예심의: JTBC <뉴스룸>(10월 14일 방송)

JTBC <뉴스룸>이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에 대해 외국의 유력 언론(<뉴욕타임즈>)이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사설 내용을 인용 보도하는 과정에서 날짜를 오기했다. 2014년 1월 13일 사설을 2015년 10월 12일 사설로 오기한 것이다. 방심위는 방송심의규정의 객관성 조항 위반을 이유로 <뉴스룸>에 법정제재인 ‘주의’(벌점 1점) 조처를 했다.

날짜 오기는 명백하게 잘못한 사안으로 제재 대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논란이 나오는 건 제재수위의 적정성과 이런 판단을 도출한 기준 때문이다. 심의 과정에서 중징계를 주장한 위원들의 상당수가 JTBC <뉴스룸>이 날짜를 오기했다는 ‘사실’ 외에 오기를 한 ‘의도’의 문제를 제기했다. 앞서 채널A <시사 인사이드>(10월 30일 방송)가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 수행평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전달하면서 자막은 ‘박대통령 시정연설 후 국정화 찬성여론 증가’라고 잘못 표기한 건 단순 실수로 판단해 행정지도인 ‘권고’ 처분을 했던 것과 차이가 있는 모습이다.

벌어진 사실에 대해 의도를 거론하기 시작할 때 심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게 된다. 5‧16 군사쿠데타 이후 등장한 군부 정권이 영화 <오발탄>의 “가자!”라는 대사를 놓고 북으로 가자는 의미라며 상영 중인 영화를 극장에서 내리게 하고, 북한군역에 배우 신성일을 캐스팅한 영화 <군번 없는 용사>에 대해 ‘저렇게 잘생긴 배우를 북한군 역에 캐스팅한 의도가 불순하다’고 트집을 잡은 것처럼 말이다.(2010년 8월 17일 네이버 스페셜 리포트 ‘한국영화 잔혹사? 검열과 심의의 연대기’ 인용) 그리하여 기억해야 하는 것은 심의위원은 궁예가 아니고 심의는 관심법이 아닌 방송된 내용을 대상으로 심의규정에 따라 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방송만팬다 #내눈엔_너만_보여

▲ KBS <추적60분> ‘의문의 천안함, 논란은 끝났나’2010년 11월 17일 방송. ⓒKBS 화면캡쳐

#외계심의: KBS <추적 60분>(2010년 11월 17일 방송) 등등등

방심위가 방송 프로그램에 내린 제재조치가 뒤집히는 건 이제 전혀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지난 7월 9일에도 대법원은 방심위에서 KBS <추적60분> ‘의문의 천안함, 논쟁은 끝났나’ 편에 대해 방송심의규정의 공정성, 객관성 조항을 위반했다며 내린 ‘경고’(벌점 2점) 조처를 취소하라고 최종 판결했다. CBS <김미화의 여러분>에 대한 중징계 결정에 이어 또 한 번 대법원으로부터 징계 취소 처분 결정을 받은 것으로, 방심위는 지난 5월 21일에도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JTBC <뉴스9>(현 <뉴스룸>)의 다이빙벨 보도에 내린 ‘관계자 징계’(벌점 4점)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법원에서 잇달아 방심위가 내린 징계 처분은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고, 그만큼 심의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방심위원들은 법원 판결과 무관하게 방심위만의 기준이 있다며 심의제재에 불복하는 방송사의 재심 요청을 기각하고 법원으로부터 패소 판결을 줄줄이 받아들고 있다. 하지만 방심위원들이 별에서 온 그대는 아니듯 심의 역시 방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방송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고려하지 않고 이뤄질 수 없다.

법원에서조차 ‘틀린’ 심의라고 거듭거듭 확인하고 있음에도 유사한 문제를 반복하는 이유는 뭘까. 위원들의 자존심 때문이라고 보기엔 낭비하는 세금과 방송 제작의 자율성과 독립성 제재라는 악영향이 지나치게 크다. 위원 저마다의 식견에 따라 독립적으로 심의를 하고 있다고 위원들이 아무리 강조해도 대중이 심의 ‘너머의’ 무언가를 의심하는 이유다.

#심의규정은_안드로메다로 #심의인듯_심의아닌_심의같은심의 #김수현은 어디에

▲ KBS 2TV <개그콘서트> ‘민상토론’6월 14일 방송. ⓒKBS 화면캡쳐.

#재갈심의: KBS 2TV <개그콘서트> ‘민상토론’(6월 14일 방송)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이 한창이던 지난 6월 KBS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민상토론’은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의 허술한 대응을 풍자했다가 방송심의규정의 품위유지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행정지도인 ‘의견제시’ 처분을 받았다. ‘의견제시’는 방심위에서 내리는 가장 낮은 수준의 제재지만 이 처분을 놓고 여론은 들끓었다.

있는 ‘사실’을 풍자해 웃음을 이끌어낸 코미디에 대해 “시청자에 따라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이유로 방심위가 ‘조심하라’는 경고를 보낸다면 앞으로 어떤 풍자 코미디가 가능할 수 있겠냐는 반발이었다. 권력의 위치에선 풍자가 불편한 건 당연하다. 하지만 불편하다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때려도 되는 건 아니다. 한 개그맨의 말마따나 풍자 코미디가 불편하다면 정치가 먼저 개그를 하지 않으면 된다.

#코디미는_코미디일뿐_오해하지_말자 #풍자에_징계_웬열

▲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지난 6월 23일 오후 서울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심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경호심의: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개정(방심위, 12월 10일 전체회의)

계속된 반대 여론은 방심위가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개정을 강행했다. 그동안은 명예훼손 관련 사안에 대해 피해 당사자가 직접 심의를 신청해야 했지만, 이번 개정으로 당사자가 아니어도 명예훼손 심의 신청을 할 수 있게 됐으며 필요한 경우 방심위 직권으로도 심의 개시가 가능해졌다.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 등 권력에 대한 비판을 전방위로 차단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자 방심위는 고위공직자와 정치인 등 공적 인물에 한해 당사자가 직접 혹은 그 대리인만이 심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내용의 내부 지침을 만들었다.

하지만 내부 지침은 말 그대로 내부의 지침일 뿐이다. 강제력이 있는 심의 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3기) 방심위의 임기가 끝나면 무력화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방심위의 심의 권한이 권력을 쥐고 있는 누군가의 심기를 경호하기 위한 도구로 ‘대놓고’ 악용될 수도 있는 길이 열렸다. 다른 누구도 아닌 방심위의 손으로 말이다.

#보디가드심의 #또_했다고_전해라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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