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안주식 한국PD연합회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작자율성 침해 여전하지만 서로 다독이며 함께 걷자”

병신년이 밝았습니다. 얼마전 페이스북에서 ‘병신년’이란 단어를 금지어로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한글과 아시아문화를 제대로 알 리 없는 미국 페이스북 본사의 결정일 리는 만무하고, 아마 국내의 어느 집단에서 항의해서 벌어진 사태인 듯 합니다. 그 집단이 누구인지 무슨 목적인지는 알 수 없지만 병신년 페이스북 금지는 웃기지 않는 코미디 상황인 한국 사회를 잘 말해주고 있는 듯합니다.

우리 PD사회를 둘러싼 상황도 ‘웃프’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작년 내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편향 심의는 이어져 많은 동료 PD들이 고생했습니다.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진 선임을 둘러싼 방송통신위원회와 정치권의 간섭도 노골화돼 뉴라이트 이사들이 선임과 연임에 성공하고 정치 편향적인 경영진이 자리를 차지해 우리들을 우울하게 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코미디는 MBC의 권성민 PD의 해고였습니다. 최근 법원의 상식적인 판결이 이어지고 있기는 합니다만 무엇보다 웹툰 활동과 SNS 활동을 빌미로 한 방송인을 해고한 MBC 경영진의 희대의 ‘비상식’은 정말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우리 PD들을 당혹스럽게 하기도 했지요.

불행히도 언론자유에 대한 탄압을 자행하면서도 스스로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정부, 여당 그리고 일부 방송사 경영진의 인식구조는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입니다. 얼마 전 방통위 위원인 허원제 씨가 지역구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사표를 제출하고도 방통위 의결에 참여해 논란이 됐는데요. 사표수리까지 연기하며 정부 여당, 방통위가 손보려고 하는 제도가 바로 ‘방송평가제도’입니다. 총선 보도를 유리하게 하기 위해 방송평가항목을 징벌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보아도 현재 집권 여당과 정부가 얼마나 언론을 통제하고 싶어 하며, 얼마나 언론을 정치의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욕망이 강렬한지 알 수 있습니다. 내년은 총선을 맞아 이들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막아내고 언론을 나락으로 빠트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중요한 기로의 한 해가 될 수밖에 없을듯합니다.

정치적 상황이 어렵고 언론 통제에 대한 압박이 아무리 거세다 해도 우리 방송 프로그램을 둘러싼 미래 준비 또한 안할 수는 없겠죠? 플랫폼의 다변화와 중국 시장의 변화에 대해 항상 열려있는 자세로 느끼고 공부하면서 미래 먹거리를 잘 찾아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짜야 하겠습니다. 방송광고시장의 위축은 이제 특이한 현상이 아니라 상수가 됐고, MCN을 비롯한 디지털 모바일 영상 시장의 환경 변화는 더 이상 우리 PD들에게 딴 세상 이야기가 아니게 됐습니다. 정치적 규제와 방송시장 확장이 묘하게 얽혀있는 중국 시장도 예의 주시하고 냉철하게 평가해 볼 시기가 내년이기도 합니다.

▲ 안주식 한국PD연합회장

그렇다면 내년 한 해 우리 PD연합회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할까요? 회장으로서 한 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작년 MBN 독립PD 폭행사건 투쟁에서 저희가 작은 성과를 얻었을 때 홍대 뒷골목에서 벌어졌던 조촐한 축하모임에서 느꼈던 따뜻함과 동료의식을 올해는 모든 협회원들이 느낄 수 있도록 했으면 합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불쌍한 우리 처지이기도 하고 싸워야 할 상황이 너무 어처구니 없고 구시대적이라 황당하긴 하지만 작게나마 우리가 모여서 서로 다독이며 술잔을 기울이면 우리 PD사회를 이끌어 가고, 뭉치게 했던 그 정서가 몽글몽글 피어나와 저희를 위로해주리라 생각합니다. 모두 힘내시고 조금만 더 같이 걸어가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올해 모두 복많이 받으십시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