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방통위 반대에도 KBS·EBS에 배당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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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금 납입 관련 정부 의무는 해태…방통위와 논의 없이 배당 의결 공영방송 이사회도 ‘논란’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가 공영방송 KBS‧EBS에 대한 수익 배당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재부는 KBS와 EBS에 각각 2014년 당기순이익 34억 중 9억 8000만원(28.5%), 16억원 중 4억원(25.5%)을 지난해 12월 31일까지 납부하라고 통보한 바 있다.

최성준 위원장은 11일 상임위원 전체회의 말미 고삼석 상임위원으로부터 “준조세에 해당하는 수신료로 운영하는 공영방송에 대해 정부가 배당을 요구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문제제기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KBS‧EBS 수익에 대한 배당을 요구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의사를 강하게 전달했지만 기재부의 생각은 달랐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KBS‧EBS가 수익을 냈다고 하나 이는 방송사업이 아니라 방송 외 다른 사업과 유휴자산 매각 등에 따른 수익인 만큼 배당요구는 적절치 않고, KBS와 EBS는 공공기관 운영법 적용 대상도 아니라는 의견을 재협의 과정에서 강하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재부는 개별 공공기관의 사정을 인정할 경우 저마다 배당에서 벗어나려 하는 움직임이 강한 만큼 컨트롤 차원에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는 게 최 위원장의 설명이다.

▲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최 위원장은 “일단 지난해 배당 요구는 이미 정해진 부분이니 그대로 하되, KBS와 EBS가 정상적으로 공적 책임을 완수하고 공영방송으로서 기능을 다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예산 배정부터 방송통신발전기금 등에서 고려를 하겠다는 얘기를 (정부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KBS‧EBS에 대한 정부의 수익 배당 요구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최 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들의 공통 의견이었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KBS‧EBS에 수익 배당을 요구한 정부가 정작 법에서 정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고 상임위원은 “2000년 제정한 방송법과 교육방송공사법에 따라 정부는 KBS‧EBS 두 공영방송에 대해 법정 자본금을 납부해야 하는데 이 의무를 다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방송법 제43조(설치 등) 5항은 KBS의 자본금을 3000억원으로 하고 그 전액을 정부에서 출자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수백억원을 미납한 상태다. 고 상임위원은 “정부가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서 공영방송에 대해 배당 의무만 요구하는 건 부당하다”고 말했다.

배당 수익 요구와 관련한 절차상 문제 또한 남아 있다. 김재홍 부위원장은 “국유재산법에 따르면 KBS‧EBS에서 정부가 요구한 배당 납부에 대한 의결을 하기 전 총괄청과 중앙관서의 장, 즉 방통위와 협의했어야 하는데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재부에 배당을 내겠다고 의결했다”며 “재정 악화로 수신료 인상이 시급하다면서 방송 외 사업 등으로 얻은 수익에 대한 배당을 결정하는 (공영방송 이사회의 모습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국유재산법 제65조의4(정부배당수입의 예산안 계상 등)는 “정부배당 대상기업은 정부배당 수입을 추정할 수 있는 자료를 총괄청이나 중앙관서의 장에게 제출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또, 제65조의5(정부배당의 결정)의 경우 “정부배당대상기업은 정부배당을 결정함에 있어 이사회·주주총회 등 정부배당결정 관련 절차를 거치기 전에 총괄청과 중앙관서의 장과 각각 미리 협의하여야 한다”고 적고 있다. 하지만 김 부위원장의 지적처럼 두 공영방송 이사회는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일련의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관련기사 "정부, KBS 자본금 출자도 완료 않고 배당부터 요구"

최성준 위원장은 “사유를 들어보니 한 번도 배당 납부의 경험이 없어 규정을 몰랐다는 게 두 공영방송 측의 설명으로 해당 방송사에서 직원에게 강한 경고를 한 것으로 들었다”며 “이 부분에 대해 엄히 지적을 한 만큼 올해 다시 배당 얘기가 나오면 (방송사들이 방통위와) 협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다른 위원들이 지적한 것처럼 정부에서 법정 자본금 납입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 등 부절적한 측면이 있는 만큼, 올해는 사전 단계부터 (기재부와) 협의를 해 배당 문제에 있어 공영방송의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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