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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록, 녹취록, 녹취록…현실 속 ‘내부자들’

[분석] 강동순-이진숙-백종문으로 이어진 ‘3대 녹취록 사건’ 무엇을 말하나 최영주 기자l승인2016.02.16 10:4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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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최승호하고 박성제 해고시킬 때 그럴 것을 예측하고 얘들을 해고시켰거든. 그 둘은. 왜냐면 증거가 없어. (중략) 그런데 이놈을 가만 놔두면 안 되겠다 싶어 해고를 시킨 거예요. 해고 시키면서 나중에 소송이 들어오면 그때 받아주면 될 거 아니냐.”(2016년 ‘백종문 녹취록’ 중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

“제가 이번에 미방위 조해진 의원 쪽하고 하면서 몇 가지 자료도 좀 드리고 이제 코치를 해주고 하는 그 과정에서, 제가 얘기가 된 게 내년(2015년) 8월에, 내년 8월에 날리는 걸로. (KBS) 조대현 사장을.”(2016년 ‘백종문 녹취록’ 중 ㅍ 편집국장)

▲ <뉴스타파> 1월 25일 방송 ‘MBC 고위간부의 밀담, 그 둘은 증거없이 잘랐다’ ⓒ<뉴스타파> 화면 캡쳐

영화나 드라마 속 대사가 아니다. 현실에서 오간 대화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볼법한 이 대화는 이른바 ‘MBC 백종문 녹취록’이다. 언론계 안팎에서는 녹취록을 영화 <내부자들>의 ‘현실판’이라고 부른다. 공공연한 비밀 같았던 영화 같은 현실 속 정치-자본-언론의 삼각관계가 대한민국을 어떻게 주무르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내부자들>이 단지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MBC 녹취록’을 “이번 녹취록 파문은 언론이 자발적으로 정치권력에 부역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2월 2일 ‘MBC 녹취녹 파문 긴급 토론회’)는 한 마디로 정리했다.

지난 1월 25일 <한겨레>와 <뉴스타파>를 통해 처음 공개된 이른바 ‘MBC 백종문 녹취록’. 녹취록 당사자들은 ‘사적 대화’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MBC 핵심 경영진과 보수 인터넷 매체 편집국장 간의 대화 속에는 지난 2012년 MBC노조의 170일 파업 이후 MBC 내부가 어떻게 통제되는지 그려볼 수 있다. 또한 녹취록 속에는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권력에 취약한 공영방송의 모습이 녹아 있다. 4년 전 ‘이진숙 녹취록’, 10년 전 ‘강동순 녹취록’에서도 그랬다. 현실 속 내부자들의 얼굴이 녹취록을 통해 공개된 셈이다.

▲ 지난 1월 25일 <뉴스타파>의 MBC 녹취록 파문 보도 화면. ⓒ뉴스타파 화면캡쳐

끝나지 않는 녹취록 파문, 2016년 ‘백종문 녹취록’

먼저, 가장 최근 터진 '백종문 녹취록'을 보자. MBC 경영의 핵심인사와 보수 인터넷 매체 편집국장이 나눈 대화가 담긴 MBC '백종문 녹취록'에는 지난 2012년 MBC노조의 170일 파업과정에서 해고된 최승호 전 PD와 박성제 전 기자가 ‘증거 없이’ 해고됐다는 취지의 발언은 물론 MBC 내부 정보를 외부 매체에 제공하겠다는 이른바 ‘파이프라인 구축’ 등이 담겨있다. 또 라디오는 빨갱이라는 내용, 시사프로그램에 경영진의 개입이 의심되는 발언 등은 물론이고 녹취록 속 모임 당시 취임 4개월에 접어든 KBS 사장 거취에 대한 발언도 있다.

MBC는 공식입장을 통해 “사적인 대화”라고 해명했다. 조대현 전 KBS 사장 거취 언급에 대해서도 조해진 의원은 “상임위원회(미방위) 간사가 방송사 사장 인사에 대해 어떻게 할 위치가 아니지 않나”(2월 1일 <PD저널> 통화)라고, 녹취록 당사자인 보수 매체 편집국장 역시 “(조 전 사장을 날린다는 말은) 내 희망사항이 표현된 것”(2월 1일 <PD저널> 통화)이라며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처럼 녹취록 속 대화는 ‘사적 대화’라고 모두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실제 해당 논의가 이뤄졌는지 여부를 떠나, 해당 대화 속에는 특정 정파, 정권에 따라 공영방송 사장의 자리가 흔들릴 수 있다고 여기는, 공영방송이 정권의 이해관계 앞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방증하는 것이다. 또한 이 같은 발언은 그간 제기되어 온 KBS 사장 임명 과정에서의 ‘청와대 개입설’이 마치 ‘진짜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끔 만들고 있다.

▲ <뉴스타파> 2015년 11월 12일 “‘도청의혹’ 고대영은 ‘KBS 국정화’ 용?” 리포트에 등장하는 강동순 전 방송위원회(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의 모습. ⓒ뉴스타파

정권 교체 논의, 2007년 ‘강동순 녹취록’

이 같은 의혹이 무게감을 갖는 것은 바로 10여 년 전 나온 이른바 ‘강동순 녹취록’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정말로 이제 우리가 정권을 찾아오면 방송계는 하얀 백지에다 새로 그려야 됩니다. 내가 누구 숨으면 되지. 야,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다는 얘기가 있는데 빈대가 나오면, 빈대가 많으면 빈대를 잡을 수가 없는 거야. 응? 새로, 건물을 새로 지어야지. 방송이 그렇다는 거예요.”(2007년 ‘강동순 녹취록’ 중 강동순 방송위원)

“방송에 ‘텔레비전에 나왔어’ 그러면 그걸 다 믿는 사람들이 사실은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유동표거든. 그래서 방송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래서 아까 의원님 말씀하신대로 한나라당에서는 정말 방송에 신경 써야 됩니다.”(2007년 ‘강동순 녹취록’ 중 윤명식 KBS 심의위원)

MBC 녹취록만큼이나 영화 같은 장면. 무대는 2006년 11월 여의도 모 일식집이다. 지난 2007년 <PD저널>의 보도로 알려진 이른바 ‘강동순 녹취록’. 강동순 전 방송위원회 위원이 윤명식 당시 KBS 심의위원, 유승민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 등과 만나 나눈 대화가 담겨 있다. 정치적 중립성과 방송의 공정성 의무를 지켜야 할 방송위원과 공영방송 간부가 한나라당에 대한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낸 대화 말이다.

강동순 녹취록 속 당사자들의 대답도 MBC 녹취록 당사자들의 대답과 비슷하다. “발언 내용은 사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사석에서 나눈 ‘사적 대화’라고 치부했지만, 녹취록 속에 담긴 말은 ‘공영방송’이라는 공적 위치에 있는 언론을 어떻게 정권교체라는 공적인 사안에 이용하는지 그려내고 있다.

정권교체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은 구체적인 계획까지 담고 있다. 녹취록에는 정권교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여겨지는, 정권과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가진 시사・보도프로그램에 대한 일종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을 담은 발언이 나온다. 방송은 여론을 움직인다. 즉, 프로그램에 대한 관리는 ‘여론에 대한 관리’라고 할 수도 있다. 녹취록 속 인물은 이 같은 내용을 거리낌 없이 말한다.

“걔네들이 안 해. 눈치 보느라고. 왜냐하면 <추적 60분>에 갖다 박은 PD들이 전부 다 ‘정빠’(정=정연주 당시 KBS 사장)거든. (중략) 시사・보도・교양 프로그램,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PD가 누구냐가 제일 중요하다고.(중략) 걔들이 어떻게 사악한 짓을 하는지 부장급 이상은 다 알거든. 그거 밖에는 방법이 없어. 그러니까 관리자 노조가 빨리 돼야 돼 우리는.”(윤명식 당시 KBS 심의위원)

▲ <한겨레> 2012년 10월 15일 기사 ‘이 “MBC지분 매각 극비리에”…최 “발표는 19일 꼭 해야”’. ⓒ한겨레

공영방송의 민영화? 2012년 ‘이진숙 녹취록’

프로그램 관리 차원을 넘어 ‘방송사’를 민영화하자는 논의를 담은 녹취록까지 나오기도 했다. 바로 지난 2012년에 나온 이른바 ‘이진숙 녹취록’이다. 이진숙 녹취록은 ‘강동순 녹취록’ 이후에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제자리걸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30%와 <부산일보> 지분 100% 매각 등에 대한 논의가 담긴 ‘이진숙 녹취록’. <한겨레>가 공개한 해당 녹취록에는 지난 2012년 10월 8일 정수장학회 사무실에서 당시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부장, 이상옥 MBC 전략기획부장의 대화가 담겨 있다. 녹취록 속 당사자들은 지분 매각을 통해 공영방송 MBC의 ‘민영화’를 기획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 대금이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 후보의 선거 지원용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박 후보는 지난 1995년부터 2005년까지 10년 동안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지낸 바 있다.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 문제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 같은 의혹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았다.

당시 MBC는 특보를 통해 “‘MBC지분 매각 협의’는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한 것이다. 정수장학회는 순수장학사업에 전념하고 MBC는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함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협의’ 과정 속에는 과연 MBC 민영화 논의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맞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언급들이 나온다. 다음의 발언을 살펴보자.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이 낙마하고 난 뒤, 지금 (김재우) 이사장은 그런 특명은 안 받은 거 같아. 김우룡씨가 올 때는 특명을 받았던 것 같더라고.”(2012년 ‘이진숙 녹취록’ 중 최필립 당시 정수장학회 이사장)

이처럼 녹취록에서는 ‘MBC 민영화’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특명’ 등의 내용이 언급되는가 하면, MBC 주식 매각에 대해 정부와 상의했는지를 묻고 답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언론은 곧 여론이다. 여론의 동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곳이 정치권이다. 해당 녹취록에서는 ‘강동순 녹취록’에서 살펴봤듯이 정권에 비판적인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담겨 있다.

“MBC 정치보도가 요새 또 이상하게 나오기 시작하더라고? 어제도 또 쓸데없는 거 말이야, <2580> 뭐하러 그딴 거 말도 안 되는 거 끄집어내더라고 또.”(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

“저도 깜짝 놀랐는데, 그쪽도 그런 아이템만 골라가지고.”(이진숙 MBC 기획홍보부장)

최 이사장이 말하는 <시사매거진 2580>은 당시 창조컨설팅의 노조 파괴 전략과 실체를 다룬 ‘노조를 없애드립니다’ 편(2012년 10월 7일 방송)을 방송한 바 있다. 당시 이명박 정부 하에서 노동조합과 노조의 활동은 크게 위축됐다.

실제로 지난 2009년 2월 ‘비정규직 권리 탄압’과 ‘국제노동기구(ILO) 권고 이행실태’ 파악을 위해 방한한 국제노동조합 조사단은 “조사결과 한국에서 조합원 및 노동조합 권리 탄압상황은 2007년 OECD 감시과정이 중단되고 2008년 6월 ILO 권고가 제출된 이후 더 악화되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실태를 꼬집는 프로그램이 정부의 입장에서 곱게 보일 리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정부의 눈치를 보는 사람들. 녹취록이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가 아닐까.

▲ 언론・시민사회단체가 구성한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4일 오후 1시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이 위치한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문진에 안광한 사장 해임 의결을 촉구하고 있다. ⓒPD저널

반복되는 녹취록, 여전히 흔들리는 공영방송

2007년, 2012년, 그리고 2016년에 나온 유사한 내용의 세 건의 녹취록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여전히 정권에 휘둘리고 흔들리는 취약한 공영방송의 구조가 여전하다는 반증은 아닐까.

2007년이나 2016년이나 청와대-방통위-이사회-공영방송 사장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지배구조가 10년 전과 다를 바 없다. MBC 녹취록 파문이 터지며 MBC 사태는 타임슬립한 것 마냥 다시 2012년으로 돌아갔다.

영화 <내부자들> 같은 세 건의 녹취록 파문을 보고 있자니, 터지는 순간은 뜨거워졌다가 결국은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를 반복하는 녹취록 파문을 보고 있자니 영화 속 대사가 떠오른다. 영화 속에서 정치판을 설계하는 언론인으로 나오는 이강희(백윤식 분)의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들입니다. 적당히 짖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라는 대사 말이다.

MBC 녹취록 속에 등장하는 최승호 전 MBC PD는 “방통위나 방문진에서 (녹취록 문제를 가지고) 싸워도 별 수 없을 것이다. 그들(여권 추천 위원 및 이사)이 수적 우위로 버티면서 시간이 지나면 잊히는 것 아닌가 걱정이 많다”(2월 2일 ‘MBC 녹취녹 파문 긴급 토론회’)며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한계에 대해 지적했다.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해답은 이미 나온 지 오래다. 과연 공영방송을 둘러싼 녹취록 파문은 이번 MBC 녹취록으로 끝날까, 아니면 훗날 또 다른 녹취록 파문으로 이어질까.


최영주 기자  yj719@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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