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향한 “종북숙주” 발언도 표현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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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심의 도중 野 추천 방심위원 또 ‘퇴장’…與 위원들만 남아 ‘행정지도’ 의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TV조선 시사토크 프로그램에 대한 공정성 심의 과정에서 또 다시 파행했다. 17일 오후 열린 방송심의소위원회(소위원장 김성묵 부위원장, 이하 방송소위)에서 야당 추천의 윤훈열 위원이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심의 과정의 불공정 심의 문제를 제기하며 퇴장했다.

앞서 지난 1월 20일 방송소위 당시 야당 추천의 장낙인 상임위원은 TV조선 시사토크 프로그램 심의 도중 이중 잣대 심의를 주장하며 퇴장했고, 현재까지 방송소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방송소위를 구성하는 5인의 위원 중 야당 추천 위원 2인 모두가 심의 공정성의 문제를 주장하며 퇴장하는 상황에 이르렀지만, 이날 여권 추천 위원 3인은 파행 속 심의를 이어갔다.

TV조선, ‘편향’은 과거형? 野 불공정 방송 민원에 “표현의 자유 위협, 교각살우”

이날 방송소위는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와 관련해 세 건의 안건을 심의했다.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종북 숙주”라고 표현한 출연자의 발언을 그대로 내보낸 방송(2015년 8월 10일 방송)과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북한의 지뢰 매설 사건 엠바고를 파기한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대해 “가증스럽다” 등의 표현을 사용한 방송(2015년 8월 12일 방송),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소식을 전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엮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출연자 발언을 내보낸 방송(2015년 8월 20일 방송) 등이다.

▲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TV조선 화면캡쳐

이날 방송소위에 의견진술을 위해 출석한 손형기 TV조선 전문위원은 이미 여러 차례 방심위 심의 제재 대상이었던 <장성민의 시사탱크> 진행자인 장성민씨와 오동선 PD 등 제작진 3인에 대해 출연료 삭감과 감봉 3개월의 징계 처분을 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 1월 말부터 공정성과 객관성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야당으로부터 진보 성향 출연자를 추천받아 출연시키고 있다며 “그동안 일방적으로 흐르던 토론이 아닌, 여러 의견을 수용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 전문위원은 “오늘(17일) 방심위에 오기 전 (심의 대상이 된) 방송들을 다시 한 번 모니터 하고 왔는데 (표현상) 약간 거친 부분이 있긴 했지만 과연 방송에서 사용 불가한 표현들인지 여부에 대해선 퀘스천마크(물음표)가 남는다”고 주장했다. 손 전문위원은 이어 “<장성민의 시사탱크>에 대한 잇단 심의의 배경에 특정 정당의 문제제기가 있다”며 “(야당의 입장을) 전혀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문제제기가 언론의 건전한 비판을 봉쇄하는, 자칫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與 위원들 “야당 ‘종북 숙주’ 정도는 방송에서 사용 가능한 표현”  

여권 추천 위원들은 <장성민의 시사탱크>에서 방송한 발언들에 대해 표현상의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토론자들이 저마다 자신의 주의와 주장, 가치관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송의 품격(방송심의규정 제27조(품위유지) 5호) 측면에선 문제가 있지만 공정성이나 객관성 위반은 아니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하남신 위원은 “특정 정치인을 향해 ‘한심해서 말도 안 나온다’, ‘가증스럽다’ 등의 표현을 하는 건 방송의 품격을 현저하게 훼손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 위원은 그러나 “‘종북숙주’라는 표현이 과연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반한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종북숙주’라는 표현은 야당의 대북정책과 노선을 놓고 보수단체들과 언론 등에서 누차 등장한 말로, (<장성민의 시사탱크>) 출연자가 그 표현을 인용해 (야당을) 비판하고 그 정도 어휘를 사용하는 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함귀용 위원도 “이 프로그램(시사토크 프로그램)은 어떤 정치 현상에 대한 (출연자들의) 신랄한 비판으로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뻥 뚫리게 하는 정치 평론의 역할을 한다”며 “(일부 표현은) 도를 넘는 부분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표현의 자유나 국민의 알 권리 충족 차원에서 그래도 수용할 만하다고 하면 행정지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 위원은 ‘종북 숙주’ 발언에 대해서도 “(야당에) 종북 숙주당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통합진보당과 관계를 끊고 가야 한다는 표현을 한 것인 만큼 법정제재까지 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행정지도(권고) 의견을 냈다.

그러나 함 위원은 김광진 의원을 비난하는 표현에 대해선 “추후 김광진 의원은 엠바고 사실을 몰랐다고 정정보도가 나온 상황인 만큼 해당 방송에 대해선 방송심의규정의 객관성 조항 위반을 추가하자”며 하 위원과는 조금 다른 의견을 냈다. 함 위원은 또한 한명숙 전 총리 불법정치자금 수수 유죄 판결에 대해 토론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 대해 ‘비서실장(문 대표)은 돈 안 받았겠나’ 등의 출연자 발언을 <장성민의 시사탱크>에서 내보낸 데 대해선 “자신의 주의나 주장도 아닌 좀 비겁한 말”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선 ‘주의’(벌점 1점)까지 합의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 추천의 윤훈열 위원은 “야당도 권력의 한 축인 만큼 견제가 필요하다”면서도 “그럼에도 어떻게 제1야당을 향해 ‘종북 숙주’라고 하는 표현을 공정한 표현으로 볼 수 있나. 이런 수준의 발언이 과연 방송에서 가능한 것인가”라며 여권 추천 위원들의 행정제재 의견에 반대했다. 윤 위원은 <장성민의 시사탱크> 관련 세 안건 모두에 대해 최소한 ‘주의’ 제재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위원은 “지금 장낙인 상임위원이 연속 3회째 방송소위에 불참하고 있는 까닭은 바로 이런 불미스러운 일(심의)들이 자행되고 있기 때문으로, 저 또한 이런 방송소위를 지속해야 하는지 존재론적 회의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성묵 부위원장은 “(야당 추천 위원들 쪽에서) 방송소위를 여야의 논리로 보는 선입견을 갖지 않았으면 한다. 윤 위원은 ‘주의’ 의견을 냈고 다른 위원들은 ‘권고’, ‘주의’ 의견으로 거의 간극이 없다”며 야당 추천 위원들의 불공정 심의 주장에 대해 불편함을 표시했다.

이에 윤 위원은 “‘주의’ 정도면 적당하다는 의견이 아니다. (여권 추천) 3인 위원들의 의견에 대한 존중과 의견진술자의 개선 의지 등을 감안해 백번 양보해 ‘주의’ 의견을 낸 것”이라고 설명한 뒤 “(제재 수위에 대해) 떡 하나 더 준다는 식으로 (여권 추천 위원들이) 보는 것 같아 함께 심의하기 어렵다. 모멸감을 느낀다”며 퇴장했다.

윤 위원의 퇴장에 김성묵 부위원장은 정회를 선언했다. 정회 과정에서 하남신 위원은 “윤 위원의 ‘모멸감을 느낀다’는 발언에 모멸감을 느낀다”며 불쾌감을 표시한 뒤 사견을 전제로 공정한 언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다. “우리끼리 얘기지만 (방심위를 취재하는) 인터넷 매체들이 ‘표적심의’, ‘이중잣대’라고 쓰지 않나. 그건 공정하고 객관적인가. 엄밀하게 말해서 공정과 객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뉴욕타임스가 공정한가, 워싱턴포스트가 공정한가. 공정한 언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공정한 척 할 뿐이다.”

여권 추천 위원들은 정회 10여분 뒤 회의를 속개했다. 그리고 야당 추천 위원들이 모두 불참한 가운데 <장성민의 시사탱크>에 대해 행정지도인 ‘권고’를 결정했다. 한편, 방송소위는 지난 1월 20일 이후 계속되고 있는 장낙인 상임위원의 ‘보이콧’에 이어 이날 윤훈열 위원까지 퇴장하면서 당분간 ‘반쪽짜리’ 파행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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