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협회(회장 안광한, 이하 방송협회)가 15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 승인을 불허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미래창조과학부에 제출했다. 지상파 방송 협의체인 방송협회는 의견서를 통해 방송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화로 인한 콘텐츠 시장의 황폐화, 재벌기업의 방송 공공성 침해 등을 이번 인수합병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방송협회는 이번 인수합병으로 방송 플랫폼 시장이 다자 간 경쟁 구도에서 KT와 SKT의 양강 체제로 변화할 것을 우려했다. SKT가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하면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약 735만 명으로 증가해, KT와 SKT가 차지하는 점유율이 55.3%로 늘어나게 된다. KT와 SKT가 증가한 시장 지배력을 통해 협상력을 강화하게 되면 방송 콘텐츠의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고, 이는 콘텐츠 사업자의 제작비 감소로 이어져 결국 콘텐츠의 품질이 하락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SKT의 이동통신시장 영업이익 점유율이 이미 9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IPTV 외에 케이블까지 공짜로 제공하기 시작하면 이로 인한 손실이 결국 소비자의 통신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협회는 특히 이번 인수합병 승인이 통합방송법 개정 이후로 미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방송법은 이전에 종합유선방송사와 위성방송은 방송법, IPTV는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법에서 각각 따로 규제하던 것을, 종합유선방송, 위성방송, IPTV를 모두 ‘유료방송사업자’로 통합하여 ‘동일서비스 동일규제’의 원칙으로 규제하는 내용이다.
통합방송법이 개정되면 기존 방송법 상 종합유선방송과 위성방송의 상호 겸영과 소유를 제한하던 규정이 IPTV 사업자와 그 특수관계자에게도 적용된다. 따라서 방송협회는 통합방송법 개정 이후에는 IPTV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의 특수관계자인 SKT가 CJ헬로비전의 주식을 소유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방송협회는 만약 통합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이전에 이번 인수합병을 승인하면 앞으로 다른 IPTV사업자의 SO사업자 인수합병을 거부할 수 없어 통신업계가 방송업계를 완전히 장악하게 되거나, 통합방송법 개정을 이유로 인수합병을 거부할 경우 사업자 간의 형평성 문제와 정부 정책의 일관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방송협회는 이번 인수합병이 재벌기업의 방송 공공성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방송협회는 “SKT와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은 망사업자가 IPTV와 케이블까지, 전국사업자가 지역별 방송사업까지 인수합병 한다는 점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근거도 없는 경제 활성화 여론몰이로 인수합병 승인을 압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