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산골 탄광촌 청춘들의 뮤지컬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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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제의 산골PD 스토리]

나를 찾는 강연여행 <청춘 길을 묻다>가 시즌2(이하 청춘 시즌2)로 다시 돌아왔다. 작년 이 맘때쯤 <청춘 길을 묻다> 시즌1에 멘티로 출연해서 방황하고 고뇌하며 자신들의 삶을 변화시킨 20대 청춘들이 1년 후...이제는 당당히 멘토가 되어  10대 아이들과 함께 강원도로 강연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강원도 탄광촌 10대 청춘들과 20대 청춘들의 성장과 감동을 전하는 맟춤식 강연여행 다큐프로그램이다.

강원도 삼척의 도계고등학교. 스러져가는 탄광촌에 위치한 전교생 200명이 채 안되는 이 작은 산골고교에서는 10년 째 뮤지컬팀이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뮤지컬‘뺀지와 철조망’은 십년 전 문제폭력학생들을 학교로 불러들이기 위해 교장선생님이 각본을 쓰고 아이들을 배우로 훈련시켜 탄광촌의 기적적인 교육프로그램으로 정착시킨 강원도의 유명한 청소년 컨텐츠다.

그러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지금 도계고 아이들은 10년전 말썽꾸러기들은 아니지만 자신이 뭘 좋아하고 원하는지도 모르고, 앞날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그냥 공부가 싫어 뮤지컬을 기웃거리지만 금새 시들해진다. 무엇을 손에 잡아야할지... 시작은 했지만 뮤지컬에서 무엇을 얻어가야 할지 아이들은 혼란스럽다. 도시,시골 할 것 없이 요즘10대 청춘에게서 활력을 찾아보긴 힘들다. 그래서 제작진은 강원도 탄광촌 도계고 10대 청춘들에게 낯선 길을 떠나는 여행을 제안했다. 노는 게 좋지만, 어떻게 놀아야 신나는 지도 잊어버린 아이들이 정말 제대로 놀고 즐길 줄 아는 어른들(가수 박완규. 마이미스트 유진규.고전평론가 고미숙. 조각가 빅터조. 전통예술가 심재랑. 공부의 신 노태권 ) 을 만나 질문한다.

 
‘공부가 무엇인지..?’ ‘인생과 예술이 왜 재미있는 건지..? ’


<청춘, 길을 묻다 시즌2>는 도계고 뮤지컬팀 청춘들이 발견한 ‘길’에서 배움을 얻는 이야기이다. 오늘날 청춘들이 질문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에게 던진 제대로 된 질문은 훌륭한 답 이상의 가치가 있다. 힘들고 가난한 젊은 날들은 나에게 닥친 ‘위기의 장벽’이 아니라, 역량과 지혜를 길러 새로운 인생의 길로 나아가도록 안내하는‘탈출의 문’일 수도 있다.역경을 뒤집으면 경력이 되는 법이다. 이 시대 청춘들의 고민과 문제를 출발점으로  다양한 분야의 멘토들에게 경험과 삶의 지혜를 묻고 있는 맞춤식 미니강연프로그램이자 , 길을 떠난 청춘들의 성장과 감동을 전하는 여행다큐멘터리이다.  

이 프로그램은 청춘들에게 도전과 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가장 자신에게 중요한 질문이 무엇인지 집중한다. '인생에서 공부가 필요하기나 한 지? 진정한 공부는 과연 무엇인지?' 뮤지컬을 배우기 위해 떠난 길 위의 여행 길 위에서 머리로부터 몸으로 알아나간다. 공부든 뮤지컬이든 자신이 선택했기 때문에 소중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을...학교나 부모님이 시켜서가 아니라 자신이 선택했기 때문에 하는 참공부하는 것을!!

지난 1년동안 강원도 탄광촌 도계고 뮤지컬부 10대 청춘들과 길 위에서 함께 울고 웃으며 <청춘 길을 묻다 시즌2>를 만들고 보니 작년에 TV특강에 기적적으로 섭외되어 출연한 알랭드보통이 역설한 제도권 교육이 가르쳐주지 않는 <인생학교>가 묘하게 접목되었다. 진정한 공부란 바로 도계고 아이들 떠났던 강연여행처럼 '길 위에서 배우는 공부'가 아니었을까...? 출연자 고2 승표는 <청춘 시즌2>를 시작하면서 학교에 제대로 등교하기 시작해 도계고 선생님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학교 안이든 학교 밖이든 부모님이나 학교가 시켜서가 아니라 <청춘 시즌2>와 강연여행을 하면서 이제야 '내가 지금 공부를 왜 해야하는지'를 알게 되었다고 고백하는 강원도 탄광촌 10대 청춘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청춘 시즌2> 촬영시작과 함께 꼬박 1년을  땀과 눈물과 웃음으로 준비한  산골아이들의 <뺀지와 철조망>창작뮤지컬 도전도 서울 공연을 끝으로 시즌2 프로그램과 함께 막을 내렸다 . 10년만에 다시 부활한 삼척 도계고 뮤지컬부 청춘들의 힘찬 도전! 제작진들도 십시일반 뮤지컬공연 기금모집에 애정과 힘을 보탰다. 큰 후원을 찾기보단 청춘 시즌1에 출연했던 박완규.뮤지컬배우들이 재능기부와 클라우딩 펀드(일명 십시일반 펀드)로 탄광촌 아이들뮤지컬 제작에 도움을 주기로 한 것이다. 액수보다는 쪽수로 화답해 주는 것이 탄광촌 아이들 뮤지컬공연에 더 큰 힘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에 사라져가는 탄광촌 산골학교 아이들이 뮤지컬을 준비한다는 사연을 올리자 정말 많은 응원이 쇄도했다.

물론 처음엔 프로듀서,연출,작가,카메라 감독 등 제작진부터 먼저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작년 <청춘 시즌1> 방송 이후 생긴 프로그램 서포터즈까지  물심양면으로 힘을 보태면서 아이들은 큰 힘과 용기를 얻게 되었다. 지금 내 책상 위에는 탄광촌뮤지컬팀 아이들이 물질적 후원에 답례로 준비한 기념품(텀블러,유리공예)이 흐뭇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다~

뮤지컬에 도전하면서 지난 1년 동안 숱한 실패와 좌절을 겪은 산골아이들에게 프로그램을 끝낸 담당프로듀서로서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그 동안 너희들의 실패를 축하한다”

성공 못지 않게 실패를 통해서도 성장할 수 있으니 실패의 도전정신도 축하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시대 우리 청춘들을 돌아볼 때 미안하고 씁쓸해진다. 성공만 부추기고 실패는 용서하지 않는 사회. 그래서 실패를 통해 배우는 성장의 기회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시스템...이러다 그 어떤 성장도 멈출 것 같은 대.한.민.국. 이제는 청춘들에게 감히 도전하라는 말조차 심히 조심스럽다.

강원도 탄광이 사라지면서 산골학교도 사라져가고 있다.폐광지역 10대 아이들을 만나면서 나와 주변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때론 강원도산골 폐광촌 학교라서 결핍된 것들도 많겠지만 나 또한 산골방송국에서 프로그램을 만들 때 결핍이 성장의 걸림돌이 아니라 오히려 성장의 디딤돌이 되었음을 되새겨본다.

"소유의 결핍은 성장의 고통을 가져와 결국 존재를 살찌운다"

<산골음악회>를 기획할 때는 트러스를 세울 예산이 없어 고민하다가 어쩔 수 없이 궁여지책으로 나무에 조명을 설치하다보니 자연풍광 재현하는 조명톤이 나왔고~

<산골멘토링특강>에 유명연사를 섭외 할 때 출연료 예산이 없다보니 지역사회공헌 재능기부컨셉이 자연스레 잡혔고~

<알랭드보통 인문학TV특강>을 꿈 꿀 때는 도저히 혼자서는 기획할 정보와 아이디어가 부족했기에 충성고객(?!) 도움으로 함께 런칭하는 콜라보 기획이 탄생하게 되었다.

넘쳐서 좋은 것도 있겠지만 부족해서 더 채울 수 있는 열정와 능력을 기르게 된 것도 산골방송국이 내게 준 선물임을 상기할 때 결핍이 항상 꿈을 좌절시키는 장애물만은 아니었음에 감사하게 된다.

결핍이 오히려 당장은 힘들지만 자신의 한계..알을 깨고 나오는 길을 열어 줄 지도 모를 일이다.

헤르만헤세는<데미안>에서 "알은 새에게 세계"라고 했다. 새는 알 속에서 생겨났지만 알을 깨고 나오지 않음 비상할 수 없듯 "생각도 창조의 알"이란 생각이 든다.
창조성은 생각에서 비롯되지만 익숙한 생각의 틀에 갇히는 순간 창조의 성장은 멈춘다. 창조의 날개짓은 생각의 알을 깨고 나오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도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말한다. "당신은 너무 많이 생각하는 게 문제예요.사람들은 꼭 이유를 따진다니까~" 요즘 결정장애를 겪는 청춘들에게 필요한 말일 듯 싶다. 뭔가를 시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시작하는거다.시작하기 가장 완벽한 때란 없다. 완벽한 때를 기다리다 그 생각마저 결국 녹슬 된다.

나에게 질문을 돌린다. 실패의 두려움에 쌓여 온 갖 안전한(?!)준비로 생각의 알 속에 갇혀 인생을 허비하고 기회를 놓치는 건 아닐까? 장애물을 만나는 것이 두려워 포기한다면 인하우스 피디는 그 순간 월급쟁이로 전락한다. 장애물이 그 꿈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확인시켜주듯, 역경은 제작의 에피소드마저 드라마틱하고 맛깔스럽게 채워주는 일등공신일지도 모른다. 20년 가까운 PD생활에서 배운 게 있다. 애초 계획대로 편하게(?!) 갔던 프로그램은 돌아보면 내 기억 속에서 조차 희미하다.  엎치락 뒤치락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스스로 면역력을 키워던 프로그램은 튼튼한 자기생명력을 바탕으로 생생하고 오~래 꽃을 피웠다. 

그래서 나의 경우는 결핍이 성장에너지가 되었다.  야외콘서트 공연 녹화 때 줄 곧 쏟아부었던 빗줄기도, 기획초기 황당하다며 우려와 냉소에 찬 따가운 보수적 시선도, 부족한 것 투성이인  제작여건도..이 모든 게 다 성장원동력이자 자양분일 지 모른다~

▲ 하현제 MBC강원영동 PD

“진정한 기회는 기회만 엿보는 기회주의자에게는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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