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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프리미엄, PD 유출과 함께 사라지다

방연주 객원기자l승인2016.02.26 10:4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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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가 들썩였다. 지난 21일 MBC<놀러와>, <나는 가수다>의 신정수, <아빠! 어디가?> 강궁, <진짜 사나이2> 문경태 PD의 사표 제출설이 흘러나오자 MBC는 “확인이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MBC를 비롯해 SBS <짝>을 연출한 남규홍 PD를 포함한 PD 5명이 지난해 4월 사표를 내고 중국에서 콘텐츠 제작사를 설립한 김영희 PD의 뒤를 따라 중국에서 연출자로 나설 예정이다. 연예매체들은 방송사의 제작 인력 유출을 두고 “2차 엑소더스”라고 비유하며 위기를 지적했다.

PD들의 이탈은 예견된 일이다. 방송사를 둘러싼 미디어 환경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출범할 당시부터 PD들의 이적 소식이 심심찮게 들렸다. <무릎팍 도사> 여운혁 PD, <우리 결혼했어요> 임정아 PD 등이 JTBC에서 새 둥지를 틀었다. KBS<해피선데이> 이명한, 나영석 PD 등도 CJ E&M 케이블 채널로 이적했다. 채널이 다양해지고,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적을 옮긴 ‘1세대 PD’들은 <비정상회담>, <꽃보다 청춘> 시리즈 등의 예능 프로그램을 흥행시키며 ‘유명 PD’로 자리 잡았다.

일각에서는 지상파 방송사 내부의 경직된 분위기가 인력 유출을 가속화시켰다고 지적한다. 지상파가 종편과 케이블 채널에 비해 엄격한 규제와 심의를 받기 때문에 자율성과 창의성을 발휘해야 할 PD들이 외려 위축된다는 것이다. 안정적인 시청률을 우선시하는 의사결정 구조와 수직적인 조직문화에 대한 불만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볼 때, PD들이 지상파 프리미엄을 뒤로하고 종편과 케이블행을 택했다는 건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로 읽힐 수 있다.

▲ 지상파 방송 3사 사옥 이미지 모음 ⓒPD저널

특히 국내 지상파 PD들의 잇단 사표 행렬은 한 가지 변수가 추가됐음을 시사한다. 바로 ‘차이나 머니’다. 국내 PD들이 중국 현지에 ‘플라잉 PD’로서 프로그램 기획부터 제작과 편집 노하우를 전수하거나, 한중 공동합작으로 제작 일선에 직접 나선 사례들이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PD들이 중국 현지로 아예 적을 옮기고 있다. 김영희 PD는 이미 <나는 가수다> 중국판을 총연출하며 중국 콘텐츠 시장의 잠재력을 가늠했고, 조효진 PD도 <런닝맨> 연출 당시 한중 공동제작에 참여한 뒤 지난해 9월 중국행을 택했다.

이처럼 국내 지상파 PD의 인력 유출은 내외부적 미디어 환경과 중국 콘텐츠의 급성장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콘텐츠 흐름을 보면, ‘차이나 머니’의 영향력이 강력해지고 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두드러지고 있다. 예능 PD들이 제작 경험과 전문성을 무기삼아 중국 현지로 둥지를 옮기고 있듯, 드라마 부문에서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안정적인 시청률 담보가 어려워 기피했던 사전 제작 드라마를 중국 자본의 투자를 등에 업고 나서고 있다. 이처럼 PD 인력 유출 원인은 다양하게 짚어낼 수 있다. 그러나 결과는 하나로 수렴된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 한창 입봉해서 자신의 프로그램을 해야 할 때 PD들이 줄줄이 떠나는 건 국내 지상파 방송사가 처한 현실을 환기시킨다. 종편, 케이블 채널에 이어 중국행으로 적을 옮기는 PD들의 행렬은 방송사에게 ‘체력 담보’(안정적인 인력 확보)와 ‘체질 개선’(방송사의 변화)이라는 과제를 남기고 있다.

방현영 PD는 한 인터뷰에서 “(임정아 PD는) 아주 막내였던 제게 편집과 편성, 스토리 구성과 촬영의 모든 것을 가르쳐주셨다. 선배는 정말 스토리텔링의 대가”라고, 여운혁 부장 PD에게서 “섭외의 기술을 배웠다”고 말했다.(<여성중앙> ‘나도야 간다 젊은 PD들’) MBC에서 PD로 지내다가 선배 PD들이 옮긴 JTBC로 이적한 방 PD는 인터뷰에서 선배PD의 면모를 말하고 있지만,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 일하면서 배울 수 있는 ‘무엇’에 대해 말한다. 실제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수많은 인력과 자원, 자본이 투입된다. 현장을 뛰는 PD들이 선배 PD들로부터 편집 기술을 배우고, 예능의 묘미를 살리는 연출력을 고민할 때, 지상파 방송사들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PD들이 양질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제작 환경(‘체력 확보’)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종편, 케이블, 중국행을 택하지 않고, 국내 지상파에 남아있는 PD들이 변화를 택하지 않은 건 아니다. 1인 미디어 시대 흐름을 착안해 기획된 MBC<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매주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며 회자되고 있다. 또한 일선 PD들은 아이템 고갈과 제작 압박 등으로 인해 ‘시즌제 도입’이 불가피한 상황을 버텨내면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과연 방송사들은 어떤 변화를 일궈왔던 걸까. ‘지상파’ 프리미엄이 떨어진 요즘, 지상파 ‘콘텐츠 프리미엄’은 PD만이 아닌 방송사의 ‘체질 개선’(방송사의 변화)을 통해 확보될 수 있다.


방연주 객원기자  nalav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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