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MBC 공동상임이사 추진에 “지역 자율성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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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초 주총에서 강행… 노조 “재허가 권고 무시, 당장 철회해야”

지역MBC 대주주인 서울MBC(사장 안광한)가 오는 3월 2일부터 3일까지 예정돼 있는 지역MBC 주주총회에서 일부 광역사를 대상으로 ‘공동상임이사제’ 승인을 추진하려는 가운데 지역MBC 구성원들이 ‘지역 자율성’을 훼손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현재 지역MBC 중 경남, 부산, 강원영동 3개사만이 상임이사를 두고 있고, 나머지 15개사는 대표이사 1인만이 존재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MBC는 대구-포항-안동에 상임이사 1명, 광주-여수-목포에 또 다른 상임이사 1명 등 총 두 명의 상임이사를 늘릴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3개 권역을 동시에 관리하는 이른바 ‘공동상임이사제’라 할 수 있다.

안광한 사장은 지난 25일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임시이사회에서 공동상임이사제와 관련해 “광역화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지역사 스스로 자율적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지역사) 자체적으로 (자율적 노력이) 안 되니 제도적으로 돌파하려고 한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언론노조 MBC본부 지부인 광주, 목포, 여수MBC 노동조합(광주지부위원장 이승철, 목포지부 위원장 박영훈, 여수지부위원장 송민교)과 대구, 안동, 포항MBC 노동조합(대구지부 위원장 도건협, 안동지부 위원장 김창윤, 포항지부 위원장 김성일)은 지역MBC 구성원들의 반대에도 서울MBC가 공동상임이사제를 밀어붙이자 29일부터 1인 시위에 돌입했다. 광주, 목포, 여수MBC 지부장들은 각 사 정문 앞에서 공동상임이사 선임 철회를 요구하며 출근길 1인 시위를 진행했다.

6개 지역MBC 노조는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MBC 경영진은 지난 2013년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역MBC 자율 경영 권고를 강조한 재허가 조건마저 무시한 채 자신들의 입맛대로 3사를 총괄하는 공동 상무를 내정했다”며 “서울 임원 출신으로 3사를 총괄하는 공동상무 1명이 내려오면 직제 상 사장들 아래에 있지만 ‘상왕’ 행세를 할 것이 뻔하고 서울MBC를 대신하는 감독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지역MBC 대주주인 서울MBC(사장 안광한)는 오는 3월 2일부터 3일까지 예정돼 있는 지역MBC 주주총회에서 일부 광역사를 대상으로 ‘공동상임이사제’를 확대하려는 계획인 가운데 도건협 대구MBC 노동조합 지부장이 29일 오전 대구MBC 정문 앞에서 공동상임이사 선임 철회를 요구하며 출근길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지역MBC 노동조합

지역MBC 구성원들은 공동상임이사제가 오히려 지역사의 ‘자율’을 훼손할 수 있다며 이를 반대하고 있다.

당초 MBC는 지난해 지역MBC의 자율경영을 이유로 오는 2017년까지 18개 지역MBC에 상임이사를 둔다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지역MBC 통제”라고 주장하는 지역MBC 구성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 지난해 MBC는 대구MBC와 광주MBC에 상임이사를 선임하려 했으나 안광한 사장이 이를 철회했다.

지역MBC 구성원들은 지난 2013년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방송사업자 재허가 의결 과정에서 MBC의 재허가 조건으로 ‘지역MBC의 독립적인 경영과 의사결정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 마련 및 이행’을 요구한 바 있는데, 공동상임이사제는 이 같은 방통위 권고사항에도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한 지역MBC 구성원들은 안 사장의 말마따나 이번에 MBC가 다시금 상임이사제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지역MBC 광역화 및 통폐합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당장 공동이사제 시행 권역으로 지목된 광주-목포-여수와 대구-포항-안동은 광역화에 대한 논의가 오고가는 지역이다.

지난 2014년 1월 15일 광주·목포·여수MBC 3사는 “급변하는 방송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3사가 광역화를 추진하기로 하고 광역추진단 구성에 합의했다”고 자사 언론 보도를 통해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3사는 광주에서 5차 광역화 실무협의회를 열어 광역화 논의 운영규칙을 제정하는 등 광역화 추진단을 구성했다.

6개 지역MBC 노조는 “MBC초유의 공동 상무 선임에 따라 지역MBC가 부담해야할 급여와 차량, 운전인력, 주택 등 한 해 평균 2억 5000만 원에 이르는 비용은 신입 사원 5명을 매년 충원할 수 있는 액수”라며 “신입 사원 충원과 왜곡된 광고 배분 구조개선 등 미래를 담보할 경영 전략은 외면한 채 오히려 서울MBC 경영진이 지역MBC의 고혈을 짜내는 공동상임이사를 밀어붙이기 식으로 선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즉각 철회돼야한다”고 말했다.

지역MBC 노조는 오는 3월 2일과 3일 서울에서 열리는 지역MBC 주주총회 전까지 지부 위원장 1인 시위를 이어가는 것은 물론, 공동상임이사 선임이 확정될 경우 대구경북권은 3월 3일과 4일 대구MBC에서, 광주전남권은 3월 7일과 8일 광주MBC에서 3사 MBC 구성원들이 함께 하는 ‘지역MBC 자율경영 확보방안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대응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통합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공동상임이사 내정자가 발표된 청주와 충주MBC의 노조는 주주총회에서 공동상임이사가 실제로 임명될 경우 양사 통합 논의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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