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빠진 역사교과서, 역사교과서 빠진 지상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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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비평] 초등 역사교과서 분석 결과 ‘편향’ 우려에 메인뉴스는 ‘침묵’

‘위안부’와 ‘독재’라는 표현은 사라지고, 친일은 축소됐다. 2월 전국 초등학교에 ‘완성본’이라고 하는 ‘초등 6-1 역사(사회) 교과서(국정교과서)’가 배포됐다. 이에 대해 지난 2월 29일, 해당 교과서에 오류와 편향성 등 124개의 문제점이 발견됐다는 학계의 지적이 제기됐다. 그러나 지상파 메인뉴스는 역사교과서의 편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 침묵하는 모습을 보였다.

▲ 지난 2월 29일 오전 서울 중구 NPO지원센터에서 박근혜 정부의 국정 역사교과서인 '초등 6-1 사회(역사)교과서' 분석결과 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역사교육연대회의는 이날 교과서 분석결과 비문, 부적절한 표현 등 오류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이 93개, 편향성을 띤 내용이 31개로 총 124개의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뉴스1

박근혜 정부 국정 역사교과서의 ‘첫 실험판’, 124개의 오류와 편향성

교육부는 지난 2월 전국 초등학교에 ‘초등 6-1 역사(사회) 교과서’를 배포했다. 해당 교과서는 이전부터 국정교과서 체제로 발행되어 왔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3일 공식 고시된 역사교과서 국정화 이후 발행됐다는 점에서 해당 교과서는 첫 국정교과서인 셈이다. 이를 두고 박근혜 정부가 만들려는 국정 역사교과서의 모습을 예측할 수 있는 ‘첫 실험판’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해당 교과서는 2일부터 전국 모든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배우게 되는 교과서로, 교육부는 실험본의 문제를 보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족문제연구소, 역사학연구소, 한국역사교육학회, 한국역사연구회 등 7개 단체가 모인 역사교육연대회의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초등 역사교과서 분석 결과에 따르면 124개의 문제 가운데 절반인 62개가 개항부터 일제강점기까지 다룬 ‘근대’ 부분에서 나타났으며, 현대사 부분에서는 37개의 문제가 지적됐다.

교육부가 ‘완성본’이라고 배포한 교과서에서 ‘위안부’라는 표현은 교과서에서 사라졌고, 친일의 역사는 축소됐으며, 이승만 정부에 대해서는 ‘독재정권’이라고 분명히 규정하나 박정희 정부에 대해서는 ‘독재’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이와 같은 다수의 문제점이 발견된 교과서를 두고 학계 안팎에서는 그간의 우려대로 ‘뉴라이트 역사관’이 상당수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전국에 배포된 초등 역사교과서에 대해 역사교육연대회의는 “‘오류가 없고 편향되지 않은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약속은 공염불로 판명되었다. 특히 현대사 부분에서 박정희 정권에 대한 우호적이고 편향적 서술이 눈에 띄게 나타나 권력의 입김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가 사실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 종합편성채널 JTBC 메인뉴스 <뉴스룸> ‘“초등 역사교과서 편향적 내용 수두룩”…우려가 현실로’ 리포트(2월 29일 방송). ⓒ화면캡처

‘위안부’·‘독재’ 빠진 역사교과서 문제제기에 침묵하는 지상파

‘위안부’와 ‘독재’ 표현이 빠진 초등 역사교과서와 이에 대한 우려는 지상파 3사 메인뉴스에서도 빠졌다. 역사교육연대회의의 분석결과 발표가 있은 2월 29일, 그리고 다음날인 3월 1일에도 지상파 메인뉴스는 해당 교과서에 대해 침묵했다. 해당 소식은 지상파가 아닌 종합편성채널 JTBC 메인뉴스 <뉴스룸> ‘“초등 역사교과서 편향적 내용 수두룩”…우려가 현실로’ 리포트(2월 29일 방송)를 통해 전해졌을 뿐이다.

지난해 11월 3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 당시 해당 소식을 톱뉴스부터 다루는 등 국정교과서를 조명한 지상파 3사가 국정교과서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외면한 셈이다.

“‘평화의 소녀상’은 이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죠. 묵묵히 진실을 알리던 소녀상들이 3・1절인 내일(1일) 한자리에 모인다”(SBS <8뉴스> 2월 29일 “묵묵히 고발해온 진실…한자리 모인 ‘소녀상’” 리포트 중)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상징인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 보도한 지상파. 그런데 왜 위안부 빠진 역사교과서의 문제를 고발한 이들의 목소리는 지상파에 나오지 못했을까.

“고향을 떠나 거칠게 잘린 머리, 분노로 꼭 쥔 주먹, 편히 발뒤꿈치를 내려놓지도 못한”(<묵묵히 고발해온 진실…한자리 모인 ‘소녀상’>) 우리의 역사가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지도 모를 역사교과서에 왜 지상파는 침묵해야 했을까.

보수 역사학자들조차 역사교과서의 국정화에 우려를 내비쳤다. 학자, 교사는 물론 학생들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걱정과 관심 속에 지켜보고 있다. 한일 위안부 협상으로 인해 기억해야 할 역사가 묻힐 것을 우려하는 국민들이 있다. 이 같은 사실과 현장을 기록하는, 또 다른 역사를 기록하는 게 ‘언론’이다. 현재는 역사가 된다. 기억해야 할 단 한 줄의 역사를 위한 ‘사관(史官)’으로서의 언론의 책임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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