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옹호 신문 기고에 방심위원 연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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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국정원-조영기 교수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 폭로…조 교수 “기억이 안 난다”

지난 2013년 7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사건’ 국회 국정조사 기간 중 강원도지역 일간지에 실린 국정원 옹호 내용의 기고문이 국정원의 작품이었다는 <뉴스타파> 보도가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 추천의 보궐위원으로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영기 고려대 교수가 연관되어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이 또한 논란이 일고 있다.

<뉴스타파> 9일 보도 ‘심리전단 활동 옹호 신문 기고, 알고보니 국정원 작품’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 A씨는 지난 2013년 7월 현직 대학 교수인 조영기 고려대 교수(북한학과)에게 국정원 대북심리전 활동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내용의 기고문을 이메일로 전달했고 이 기고문은 이틀 후 지역일간지에 오피니언 기고문 형태로 실렸다.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공개된 A씨가 조영기 교수에게 보낸 문서와 신문에 실린 글은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사실은 <뉴스타파>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 개입 사건을 수사한 검찰의 수사 자료를 통해 확인된 내용이다. A씨는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으로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댓글 작업을 담당한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확인됐다.

A씨는 조 교수에게 ‘안부 문의’라는 제목으로 “○○○○@○○○○.net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결과는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에 나오는 주소는 당시 지역일간지 편집국장 김 모 씨의 이메일 주소로, 김 씨는 현재 이 신문사의 이사를 맡고 있다.

▲ 국정원 직원이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에게 보낸 이메일에 첨부된 문서. ⓒ<뉴스타파>

조 교수, 방심위원 임명 당시 ‘보수성향’ 논란…A직원에 대해 “기억 안 난다” 해명

A씨로부터 이메일을 받은 조 교수는 지난해 2월 대통령 추천의 보궐위원으로 임명돼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 교수가 활동하고 있는 방심위는 방송내용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고, 정보통신의 올바른 이용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설립된 기구다. 조 교수는 통신심의소위원회에 속해 있다.

지난 2014년 보궐위원으로 임명된 조 교수는 “친일파 청산에 대한 역사적 노력을 ‘종북’으로 몰아붙이는 극단의 역사관을 가진 인물”(언론개혁시민연대, 2015년 1월 16일 논평)이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방심위원 임명 당시 언론계와 시민사회에서 조 교수의 임명을 반대한 바 있다.

조 교수는 지난 2011년 <문화일보>에 게재한 칼럼에서 ‘사이버 공간에서의 종북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2013년 지역일간지 칼럼에선 ‘국정원 댓글 활동이 정쟁 와중에 종북 활동에 대한 대북심리전이라는 본래의 모습은 사라지면서 정치개입 의혹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한 바 있다. 또한 지난 2013년 4월 <문화일보> 칼럼에선 ‘사이버보안법을 제정해 종북세력의 준동을 차단해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 지난 2013년 7월 25일 강원도의 한 지역신문에 조영기 고려대 교수(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의 이름으로 실린 기고. ⓒ아이서퍼

문제가 된 2013년 7월 기고 역시 ‘국정원의 댓글활동’이 종북활동에 대한 대북심리전이라면서 정당성을 무시해선 안된다는 취지의 내용으로, <뉴스타파>는 해당 기고가 “당시 국정원이 내놓았던 공식입장과 판박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기고와 관련해 국정원이 처음부터 기고문을 작성해 조 교수에게 전달해 신문사에 기고하게 한 것인지 아니면 조 교수가 먼저 작성해 국정원 직원의 수정과 확인을 거쳤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정원 측은 이에 대해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뉴스타파>에 밝혔다.

이번 기고 논란에 대해 조 교수는 <뉴스타파>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기고문을 자신이 보낸 것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메일을 주고받은 국정원 직원 A씨에 대해서는 “A(국정원 직원)라는 사람은 잘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또한 당시 지역일간지 편집국장을 지낸 김씨는 <뉴스타파>에 “A라는 직원은 당시 강원 지역에서 언론을 담당하는 국정원 직원으로 알고 지냈다”며 A씨가 기고를 실어 달라는 부탁을 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기억은 없다. 수년 전 일이기도 하고 일주일에도 여러 개의 기고가 왔기 때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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