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PD에게 밥그릇에 대한 훈계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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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의 눈] 독립제작사협회장의 중국행 PD에 대한 막말에 대해

제작사 코엔의 대표이며 독립제작사협회 안인배 신임 회장이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유능한 PD 들이 중국 회사로 가는 건 한국 산업발전에 기여하는 게 아니라 PD 개인의 이익만 추구하는 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라는 발언으로 공분을 샀다. 이 발언은 최근 붐을 이루고 있는 스타 PD들의 잇따른 중국행에 대한 제작사협회의 공개적인 제동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생각해보았는가. 중국을 가는 PD 상당수는 프리랜서, 즉 독립PD이다. 이들이 중국을 가는 이유에 대해 제작사협회장은 ‘개인의 이익’ 때문이라고 비난했지만 우리 PD들의 생각은 다르다. 우리끼리는 ‘오죽하면 중국을 갈까’라고 생각하는 이가 많다. 한국에서 제대로 된 제작 환경에서 PD로 일할 수 있다면 왜 말과 문화. 정서가 다른 중국을 가겠는가.

▲ 중국 후난위성TV 예능 프로그램 <폭풍효자(旋风孝子 )> 제작발표회 ⓒ화면캡쳐

13년차 독립 PD이며 중국에서 일하고 있는 ㄱ씨는 “한국에서 40넘은 PD들이 어디로 가는가.(중략) 한국에서 나이 마흔이 넘어 취업도 안 되니 중국을 갈 수밖에 없어요.”라고 말했다. 10년차 또 다른 독립 PD ㅎ씨는 “갈수만 있다면 왜 중국을 마다하겠어요? 한국 방송 제작 환경이 정상적이지 않으니 중국이라도 가야죠. 저작권도 주고 40세 넘어도 방송일이 있는데 왜 안가겠어요?”라고 말한다.

우리 방송 제작 환경은 40세가 넘은 PD들에게 야박하기 그지없다. 중국으로 가는 대부분의 독립 PD들은 생계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안 회장이 말하는 스타PD들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PD들이 중국을 간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새 없이 일하고 출장비 아끼기 위해 당일치기 촬영을 하다 교통사고 나기 십상이며 혼자 촬영, 운전, 편집까지 하는 원맨쇼를 해도 손에 쥐는 임금은 너무 박하다. 4인 가족 기본 생활비라도 제대로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어느 아빠 PD의 푸념이 이제는 이상하지도 않다. 그런 환경에서 중국을 가는 것이 과연 개인의 이익만을 위한 이기심일까.

또한 일부 공중파 출신 스타 PD들의 경우도 자신들의 회사 제작 환경이 좋았다면 정들었던 직장을 떠났을까. 회사를 그만두고 중국까지 갈 때는 저간의 사정이 있었을거라 생각해보지 않았나. 자본의 논리에 혹은 정치적 논리에 마음을 다친 PD들이 마지막 탈출구로 중국행을 택했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공감능력이라는 것이 있다. 남의 아픔일지라도 나의 아픔으로 느껴서 서로 이해하며 감싸주는 능력이다.

같은 방송 환경에서 일을 하는 처지라면 그들이 중국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 헤아려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이런 공감능력이 없다면 어떻게 시청자들의 마음을 읽고 코드를 따라가는 방송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안 회장의 인터뷰가 실린 매체의 표현대로 ‘비난’만 하지 말고 PD들의 사정에 대해 알아보고 공감해야하는 것이 PD들을 고용하는 제작사 대표의 기본 마인드가 아닐까.

10대 제작사협회 회장인 안성주 전 대표의 인사말 중 “글로벌 콘텐츠 시장으로 진출하는 계기를 마련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이 있다. 이 말은 제작사도 글로벌 콘텐츠를 만들기 원한다는 뜻일 것이다. 한류 스타들도 중국에 진출하고 한국 드라마도 수출되는 마당에 유독 PD들의 중국 진출이 이기주의로 폄훼하는 건 논리에 맞지 않는다. PD들이 중국에서 현지의 투자를 받아 글로벌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또 다른 한류이며 이는 우리 PD들에게 새로운 기회이다.

▲ 김영미 국제분쟁전문PD

안 회장이 남의 밥그릇에 대한 훈계를 두는 동안 지난 7일 독립제작사협회와 영국 방송영화제작자연합(PACT)이 업무 협력협약(MOU)을 체결했다는 뉴스가 들렸다. 그대들이 하면 로맨스이고 우리가 하면 불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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