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무혐의’에서 한 걸음 더 안 들어간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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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상파 출구조사 무단사용 혐의 JTBC PD·기자 기소의 무거움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무단 사용한 혐의로 JTBC 법인과 당시 선거 방송을 담당했던 PD와 기자 두 명이 지난 24일 재판에 넘겨졌다. 두 실무자와 JTBC 법인은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검찰은 손석희 보도담당 사장과 JTBC 공동대표이사, 보도총괄, 취재 부국장 등에 대해선 무혐의 처리를 했다.

이에 대한 JTBC <뉴스룸>의 지난 24일 보도는 이렇다. “검찰은 오늘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손석희 사장 등이 보도국 차원에서 (출구조사 무단사용을) 사전에 모의하거나 지시했다는 지상파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근거로 손 사장과 오병상 보도총괄 등은 모두 무혐의 처리했습니다. 다만 JTBC 보도국 기자 두 명이 선거방송을 하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영업비밀을 침해한 혐의는 인정된다며 재판에 넘겼습니다. KBS와 MBC 등 지상파는 JTBC가 무단 사용을 사전부터 계획했고, 조사 결과를 불법적으로 빼돌렸다는 식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일방적인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 3월 24일 JTBC <뉴스룸> ⓒJTBC 화면캡처

이 보도만 보면 JTBC의 책임은 없어 보일뿐 아니라, 오히려 출구조사 무단 사용에 항의하는 지상파 방송 3사들이 몽니를 부리는 듯 보인다. 하지만 JTBC <뉴스룸>에서 “보도국 기자 두 명이 선거방송을 하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영업비밀을 침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고 간단하게 전한 사실은, 사실 그리 간단히 넘길 문제가 아니다. 검찰이 JTBC 선거 방송팀 실무자들을 재판에 넘긴 건 JTBC가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무단 입수해 선거방송 시스템에 결과를 미리 입력해두고 지상파 방송의 출구조사 결과 보도 시점에 엇비슷하게, 또 일부 내용의 경우 먼저 보도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 조사에서 손 사장은 인용보도만 지시했다고 밝혔고 두 실무자들 또한 빨리 보도하고 싶은 욕심에 지시를 어겼다고 진술해 검찰은 두 실무자에게만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두기로 했다. JTBC 법인의 경우 부정경쟁방지법상 법인 종사자가 위법 행위를 했을 경우 법인 또한 처벌하는 양벌 규정에 따라 기소됐다.

정리하자면, 검찰은 JTBC가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판단하면서도 손석희 사장 등 보도국 차원에서 무단 사용을 사전에 공모했다고 인정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어 실무자들만 재판에 넘긴 상황이다.

재판을 앞두고 있는 JTBC 입장에선 자사의 무고함을 당연히 강조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총선을 한 달 남짓 앞둔 상황에서 JTBC 보도의 신뢰를 상징하는 손 사장을 검찰이 공개 소환조사하는 무리한 모습까지 보인 터라, 손 사장 등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음을 알리는 건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 지상파 방송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무단으로 사용한 혐의로 고소된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에서 검찰 조사를 받은 후 취재진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입장이 뒤바뀐 상황이라면, 즉 JTBC와 지상파 방송 3사의 위치가 바뀐 상황일 때 JTBC <뉴스룸>의 보도가 과연 지금과 같을까에 대한 의문을 지우기 어렵다. 입장을 역전시켰을 때, 손 사장과 JTBC <뉴스룸>이 늘 강조하는 말처럼 “한 걸음 더” 들어가 이 사안을 다룬다면 과연 지상파 방송사들을 몽니를 부리는 듯한 집단으로, JTBC를 억울한 피해자로 묘사할 수 있을까. 실무자에게 책임을 넘기는 ‘꼬리 자르기’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있을까.

2013년 JTBC에서 손석희 사장을 영입한 이후 JTBC 보도가 보이는 성취는 놀라울 정도다. 출범 후 1년이 넘도록 존재감조차 없던 JTBC 뉴스는 손 사장 영입 이후 언론학자는 물론 대중을 대상으로 한 신뢰도 조사에서 줄곧 최상위에 랭크되고 있으며 기자협회와 언론단체 등에서 시상하는 언론상의 단골 수상자다. 권력을 감시하고 약자를 대변하는 저널리즘의 본령에 충실한 보도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많은 이들로부터 받고 있는 것이다.

이 중심엔 신뢰받는 저널리즘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인 ‘손석희’라는 언론인이 있다. 하지만 그만의 역할은 아닐 터다. 손석희라는 언론인과 함께 신뢰의 저널리즘을 구축하기 위해 곳곳을 뛰어다니며 질문하는 기자들의 역할도 있다. JTBC 보도의 중심에 있는 손석희 사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니 문제 없다는 태도를 보여선 안 될 이유다. JTBC 저널리즘의 신뢰도를 만들어가는 건 손 사장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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