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의 묘미, 예능에서 약일까 독일까
상태바
편집의 묘미, 예능에서 약일까 독일까
[방송 따져보기]
  • 방연주 객원기자
  • 승인 2016.03.28 07: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능의 ‘재미’는 편집으로 살아난다. 드라마가 서사에 따라 극적 긴장감이 생기듯, 예능은 편집에 따라 재미가 만들어진다. 센스 있는 편집은 시청자에게 재미를 선사하고, 느슨한 편집은 지루함을 준다. 그렇다고 편집에서 ‘재미’만 강조하다간 자칫 프로그램이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즉, 예능의 흥행 요소인 ‘재미’, ‘웃음’을 담보한다고 지나치게 갈등을 부각해 편집한다면, ‘악마의 편집’이라는 시청자의 비난, 프로그램 이미지 하락 등의 타격을 피할 수 없다. 기존에 예능 프로그램의 편집이 제작진의 고유 영역이었다면, 요즘에는 시청자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편집에 대한 기준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tvN <꽃보다 청춘 in 아프리카>는 제작진의 세심하지 못한 편집 때문에 시청자들이 돌아선 경우다. <꽃보다 청춘> 시리즈는 tvN의 대표 예능 브랜드로 자리 잡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지난 4일과 11일 방송분이 ‘편집 논란’에 휩싸이면서 쌓아놓은 명성에 금이 갔다. 해당 방영분에서 출연자들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운을 입은 채 조식을 먹으러 식당을 향했다가 직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이들은 공용 수영장에서 속옷을 탈의한 채 알몸으로 수영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이에 제작진은 출연자의 매너 없는 행동을 “가운 천사”라며 ‘재미’로 포장했다.

▲ 악마의 편집 논란에 휩싸인 Mnet <프로듀스 101> ⓒMnet

시청자들이 제작진의 책임을 탓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편집할 때 충분히 걸러낼 수 있는 부분을 고스란히 방송을 내보냈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청춘들의 여행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드리고자 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행동으로 비칠 수 있는 모습을 편집에서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하다”며 입장을 표했지만, 상황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응답하라 1988>의 주역이 출연해 관심을 모았던 <꽃보다 청춘>은 부주의한 편집으로 논란을 키우면서 시청률 하락세로 이어졌다. 지난 18일 방송분은 6.9%(닐슨코리아, 유료 플랫폼 준)라는 자체 최저 시청률은 기록했다. 이는 지난 방송분이 기록한 9.2%보다 2.3%p 하락한 수치이다.

이처럼 프로그램이 화제의 중심에 서 있을수록 시청자와 제작진 간 편집을 두고 ‘밀당’(밀고 당기기)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국민 프로듀서’라 불리는 투표를 통해 연습생의 당락이 결정되는 Mnet <프로듀스 101>는 매회 시청률 고공행진을 기록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18일 방송분은 최고 시청률 3.9%(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날 콘셉트 평가 중 팀의 리드보컬을 맡았던 허찬미 연습생이 인터뷰에서 제외된 데 이어 무대에서도 제대로 화면이 잡히지 않았다는 누리꾼의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의도된 편집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악마의 편집’이라는 날 선 비판을 받고 있다.

이와 다르게 시청자의 여론이 프로그램 편집에까지 영향을 끼치며, 논란을 진화시킨 경우도 있다. 프로그램의 특성상 그야말로 편집이 생명인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해당된다. <마리텔>은 자칫 느슨해지기 쉬운 인터넷 생중계 방송을 편집해 내보내기 때문에 예능감을 살리는 편집 기술과 자막 등이 필수다. 하지만 최근 생중계 방송 도중 출연자인 안무가 배윤정 씨가 비방용 단어의 잦은 사용과 부적절한 행동으로 물의를 빚었다. 생중계를 본 누리꾼의 비난이 쇄도하자 제작진은 “지난 녹화 중 있었던 출연자의 부적절한 언행은 편집되어 본방송에선 방영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표했다. 제작진은 정규 방송에서 문제가 된 장면을 ‘통편집’하고, 배윤정과 모르모트PD의 댄스 과외를 절묘하게 편집해 논란의 불씨를 껐다.

이처럼 요즘 시청자들은 예능을 보면서 단순히 ‘재미’만을 얻지 않는다. 방송사 입장에서 편집은 장시간 촬영 분량에 활력을 불어넣는 ‘스킬’이자, 방송 전문인이 아닌 일반인이 출연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시청자의 호기심을 당기는 ‘극적 장치’로 사용하고 있지만, 날이 갈수록 시청자의 입김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천사의 편집’이든, ‘악마의 편집’이든, 제작진의 의도에 상관없이 시청자들은 여러 소통 창구들을 통해 ‘편집’에 대한 칭찬부터 비판까지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어쩌면 제작진의 고유 영역으로만 여겨지던 ‘편집’에 대해, 시청자의 관심이 쏠리거나, 뒷말이 무성한 것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편집이 차지하는 영역이 중요해졌음을 뜻한다. 예능의 재미를 살리는 편집의 묘미는 시청자의 관심 혹은 외면이라는 시험대에 오르내리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