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드라마 이어 시사·교양 PD도 탈 지상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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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러브콜에 ‘흔들흔들’ …변화한 시장·경직된 조직문화도 ‘이적 고민’ 부채질

CJ E&M이 예능과 드라마에 이어 시사・교양 PD들에게도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지상파 인력 관리에 또다시 비상등이 켜졌다. 

최근 KBS와 EBS 10년차 안팎의 일부 시사・교양 PD들이 헤드헌터로부터 ‘CJ E&M 이적’을 제안 받은 것으로 알려져 내부가 술렁였다. EBS의 경우 10년차 전후 <다큐 프라임> 제작 경험이 있는 PD들에게 영입 제안이 있었으며, KBS 시사・교양 PD들에게도 이적 제안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이적설이 구체화되면서 몇 몇 PD들은 간부 면담까지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교양 PD에 대한 ‘러브콜’은 지난해부터 지속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 지상파의 시사・교양 PD는 “1년 전 CJ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같은 방송사 다른 PD들에게도 러브콜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며 “타 지상파 방송사에도 같은 시기에 러브콜이 있었는데 고사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지상파 방송 3사 사옥 이미지 모음 ⓒPD저널

CJ E&M의 시사교양 PD 영입 배경에는 최근 교양 프로그램 확대 전략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예능과 드라마로 채널 입지를 다진 tvN의 경우 예능, 드라마에 비해 드러나는 성과를 보이진 않지만, 최근 꾸준히 교양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라이프 엔터테인먼트’라는 이름 아래 3049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하는 OtvN을 개국하면서 <어쩌다 어른>, <비밀독서단>, <예림이네 만물트럭> 등 북토크쇼, 생활밀착형 토크쇼와 같이 교양적 성격을 지닌 예능은 물론 <O! 진짜 짧은 다큐>와 같은 다큐멘터리도 선보이고 있다.

<O! 진짜 짧은 다큐>는 OtvN과 광고회사 TBWA의 박웅현 CCO(Chief Content Officer)가 공동 기획한 2분 내외의 짧은 다큐멘터리다. 인문학적 소양을 원하는 시청자들을 위한 다큐멘터리를 표방하는 <O! 진짜 짧은 다큐>은 마치 EBS <지식채널e>를 떠올리게 하는 포맷을 선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tvN은 <고성국의 빨간의자>, <젠틀맨리그>, <곽승준의 쿨까당>, <오 마이 갓> 등 교양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TV조선과 공동으로 10부작 다큐드라마 <위대한 이야기>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명한 tvN・OtvN 본부장은 28일 <PD저널>과의 통화에서 “tvN이 예능과 드라마를 주로 하지만, 다른 느낌의 프로그램을 통해서 사랑받고 싶은 건 있다”며 “요즘 잘 만든 예능과 다큐멘터리는 예전보다 더 큰 교집합이 있는 시대다. 예능 DNA를 가진 교양 PD가 프로그램을 만들었을 때 더 좋아하는 것 같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예능이나 교양, 다큐멘터리를 구분하지 않고, 각각 다른 결의 DNA를 가진 PD들이 각 부분에 성과를 냈으면 좋겠다는 게 내가 가지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OtvN <비밀 독서단>도 교양적인 소재를 채택했지만 프로그램의 방식은 전형적인 교양물의 느낌은 아니다. 이와 같은 하이브리드 시도는 계속 하고 있다”며 “콘텐츠 전체로 보면 시청자들 눈높이, 소위 말하는 교양이나 지적 만족감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앞으로도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하며 그쪽을 강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OtvN <어쩌다 어른>, OtvN <비밀 독서단 시즌2>, tvN <고성국의 빨간 의자>, tvN <젠틀맨리그>. ⓒ화면캡처

이처럼 시장의 변화 속에서 예능과 드라마 PD에 이어 시사・교양 PD까지도 영입 대상에 오르내리게 됐다. 특히 콘텐츠 기업으로 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CJ E&M이 OtvN이라는 신규 채널 론칭을 통해 교양성 강한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시사・교양 PD들의 갈 수 있는 영역도 넓어진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사 교양 PD들 중에는 이적을 고민하는 PD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 몇년 동안 KBS, MBC 등의 경직된 내부 문화와 최근 몇년 동안 이어진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축소 및 압박이 시사 교양 PD들의 이적에 부채질을 하는 셈이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방송사 내부에서 나올 정도다.

B 지상파의 한 시사・교양 PD는 “이적설을 들으며 ‘왜 옮기지?’라는 생각이 드는 게 아니고 ‘옮길 만 하지’라는 생각이 든다"며 "실제로 안에서는 나도 나가서 새롭게 뭔가 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이 PD는 “지금 8년차인데, 입사하고 지금까지 한 번도 프로그램을 론칭해서 성공한 적 없다. 그리고 밑에서부터 올라간 기획안이 한 번도 프로그램화 된 걸 본 적이 없다. 나를 비롯한 많은 후배 PD들은 어느 프로그램의 서브 생활만 계속 하고 있다. 밖으로 나가게 되면 색다른 경험을 하겠구나 싶어서 부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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