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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벌써, 세월호 참사 2년…기레기는 변하고 있습니까

[위클리포커스] 책 ‘다시 봄이 올거예요’ 속 세월호 생존학생과 형제자매가 말한 언론의 민낯 발췌·정리= 김세옥 기자l승인2016.04.14 21: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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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벌써, 2년이 흘렀다. 2년 전 4월 16일, 설마 모든 언론에서 일제히 쏟아냈던 ‘학생 전원 구조’ 속보가 최소한의 사실 확인도 없이 나왔던 오보였다니, 아직 구해내지 못한 승객들이 이렇게나 많고 가족들도 생존에 대한 희망을 말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하는 뉴스가 설마 보험금 액수라니, 저 많은 학생들과 승객들이 목숨을 잃고 실종된 재난의 진실을 밝혀 달라는 유족들과 생존자들의 요구 대신 배‧보상금의 액수만을 말하고 끝나는 뉴스는 설마 아니겠지, 공영방송의 뉴스들이 어렵게 열린 청문회에서 발굴한 진실의 조각들을 한 줄의 리포트로도 전하지 않고 설마 가만히 흘려보내진 않겠지, 그렇게 수많은 ‘설마’를 반복하는 가운데 ‘벌써’ 2년이 흘렀다.

2년의 시간 동안 언론이 가만히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학생 전원 구조’와 같은 오보를 막겠다며 부랴부랴 재난보도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기자’에 ‘쓰레기’를 더한 ‘기레기’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너도 나도 앞장서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대표 공영방송에선 청와대 보도통제 의혹으로 촉발한 논란에 사장이 바뀌기도 했다. 하지만 잠깐의 부산함일 뿐이었다. 두 번째 4월 16일을 앞둔 지금, 2년 전 그날부터 진실을 캐기 위한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일부’를 제외한 언론들은 또 다시 반짝 자식과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눈물만을 절절한 문장으로 풀어낼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설마’했지만 많은 시사프로그램에선 아예 ‘4‧16’과 ‘세월호’, ‘진실’이란 단어를 잊은 듯 보인다.

그렇게 설마, 라는 단어를 반복한 시간만큼 이 사회와 언론에 대한 기대와 믿음은 후퇴하고 붕괴했다. 그 후퇴하고 붕괴한 기대와 믿음의 목소리는 어떤 형태일까. 어쩌면 ‘기레기’라 호명되는 일에 익숙해져 이미 무감해진 듯 보이는 언론에 <PD저널>은 11인의 생존 학생과 희생 학생의 형제‧자매 15인이 그날부터 지금까지 느끼고 있는 감정과 생각들을 발췌해 전달한다. 이 목소리들은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에서 기록한 ‘다시 봄이 올 거예요’(창비) 속에 담겨 있다. 표면상 많지 않고 길지 않은, 그러나 사실 모든 감정과 생각의 기저에 있는 언론에 대한 그들의 얘기 속엔 왜 언론 앞에서 침묵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사실 모두가 알고 있을 이유가 담겨 있다. 물론 목소리의 전달로 성찰을 강요할 순 없다. 다만 언론이 대체 생존 학생들과 유족들에게, 그리고 국가의 시스템과 언론의 공공성을 믿고 있던 국민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다시 한 번 떠올려 확인할 뿐이다. 적어도 이마저 망각하진 말아야 하니까.

▲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직후 언론들은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 오보를 일제히 쏟아냈다.

“친구들이 괜찮을 거라고 위로해줘서 간신히 교실로 올라왔는데 속보가 나왔어요. 전원구조. 그러고 있는데 다시 오보래. 또 심장이 쿵하고.” (이정민, 세월호 희생학생 이지민의 동생)

“5일쯤 지나서는 엄마아빠도 챙겨야 할 것 같아서 진도에 내려가려고 준비했어요. 주말에 다 같이 내려갔어요. 체육관 입구 옆에 아버님들이 다 담배를 피우면서 엄청 많이 계셨어요. 들어가니까 완전 돼지우리 같고 사람 사는 데가 아닌 것 같고. 1층에 카메라가 쭉 있는데 제대로 안 내보내는 걸 이미 알았으니까, 가서 카메라 보이는 거 다 째려보고.” (박보나, 세월호 희생학생 박성호의 큰누나)

“제가 이 사건이 터졌을 때 현장에 있어서 다 알고 있는데 언론에서는 반대로 보도하니까 지금까지 제가 보고 듣고 겪은 일들을 이제는 다 말하고 싶어요.” / “또 달라진 거는 언론에 대한 생각이에요. 사고 초기에 뉴스에 되게 민감했단 말이에요. 진도체육관에 있을 때 기자들은 엄청 왔는데 제대로 된 기사는 안 나가고 올라오는 댓글은 악플이라서 상처가 되는 거예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많이 났었단 말이에요. 혼자 욕하고 엄마 있어도 욕하고 얘네 왜 이러냐고 심한 말도 많이 했었고. 언론도 사실대로 보도 안 하고 사람들은 그걸 믿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냥 막말 던지니까….” (김채영, 세월호 희생학생 김동영의 동생)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하는 과정에서 모든 방송‧언론에서 전해진 “학생 전원 구조” 오보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언론의 오보 중에서도 최악으로 꼽힌다. 한 언론에서 재난구조기관에 공식 확인도 않고 ‘들은’ 얘기로 속보를 내자 모든 언론이 줄줄이 따라서 속보를 생산한, 정확성보다 ‘물 먹지 않는’ 상황을 더 선호하는 한국 언론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순간이다. 구조 과정에서의 보험금 계산, 현장 상황과 괴리된 정부 발표 받아쓰기, 자극적인 단어 사용 등으로 이어진 거대한 언론 재난의 시작이었던 이 오보에 대해 방송들은 반성과 책임의 모습보단 서로 자신이 최초 오보가 아니라는 걸 강조하며 다투는 모습을 보였다. 형제자매의, 자녀의 생사에 대해 언론이 쏟아낸 오보 앞에 쿵, 했던 그 마음의 무게를 짐작했다면, 그럴 수 있을까.

▲ 2014년 7월 25일 KBS 1TV 세월호 참사 100일 기획 2편 ‘고개 숙인 언론’ ⓒKBS 화면캡처

“진도 와서 배에서 내리는데 진짜 다 기자. 다 제 얼굴 찍고 아직도 그게 잊히지 않아요. 그때 제가 나오다가 다쳐서 천막에 들어가 치료를 받는데 갑자기 제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찍어요. 너무 놀라고 화나고 당황스럽고, 그냥 온몸에 힘이 없었어요.” (반세윤, 세월호 당시 단원고 2학년)

“저도 기자나 카메라가 다 싫었던 적이 있어요. 처음부터 언론을 안 좋게 본 건 아니에요. 오히려 뉴스 이런 거 관심도 없었고 잘 안 봤거든요. 제일 컸던 건 병원에서 있었던 일 때문이이에요. 기자들이 병원에 왔어요. 자꾸 인터뷰를 해달래요. 계속 해달라고 하니까 그럼 카메라를 안 찍으면 하겠다 하고 카메라를 치워놓고 녹음만 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뉴스를 보니까 모자이크 없이 제 얼굴을 그냥 다 내보낸 거예요. 저한테 안 찍겠다고 해놓고 찍어서 나간 거니까.” (김희은, 세월호 당시 단원고 2학년)

침몰하는 배에서 서로를 도와 간신히 “스스로 살아 나온” 학생들은 ‘학생 전원 구조’ 오보로 인해 아직도 수백명의 친구들이 배 안에 갇혀 있고 또 사망했다는 소식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방송 앵커는 인터뷰를 하며 학생에게 친구의 사망 소식을 알리고, 수많은 기자들이 ‘그림’을 따겠다며 마구잡이로 학생들을 휘젓고 다녔다. 세월호 참사 이후 언론인들 스스로 재난과 같았던 보도를 막겠다며 재난보도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이미 각 방송사의 방송 강령과 재난방송 매뉴얼 등에선 재난 보도시 보도의 정확성과 함께 피해자의 사생활 보호와 안정을 우선하라고 적고 있었다.

▲ (사진 위 왼쪽) 2015년 4월 2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선체인양과 진상규명, 희생자 배·보상 절차 중단을 촉구하며 열린 세월호 희생자 및 피해자 가족 삭발식에서 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자 한 시민이 위로하고 있다. ⓒ뉴스1 / 2015년 4월 2일 <중앙일보> 1면/ (사진 아래) 2015년 4월 2일 <조선일보> 3면

“배에서 나오기 전까지는 이렇게까지 크게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될지 몰랐어요. 사고 직후에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고마운 마음이 컸는데, 지금은 부담스러운 게 커요. 언론 때문에 상처도 입었고, 피해를 입은 것도 많아서요. 세월호특별법에 대해서 보도를 해도 제목은 특례입학만 강조해서 기사를 쓰시더라고요. 특별법의 본질은 특례가 아닌데…그런 점에서 상처를 많이 받았으니까.” (이보라, 세월호 당시 단원고 2학년)

“딱 한 번 군대 동기랑 싸웠어요. 뉴스에서 세월호 보상금 이야기가 나왔는데 ‘쟤네는 돈을 다 받아놓고 뭐 하는 짓이냐?’ 그래서. 나중에 몰랐다고 사과하더라고요. 제 집이 안산인 거는 알고 있으니까 관련 있겠구나 짐작은 했지만 잘 몰랐다고. 그런 애들이 생각보다 많겠죠. 힘을 안 줘도 되니까, 거짓 정보에 속아서 저희를 싫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김태우, 세월호 희생학생 김도언의 오빠)

“지난 1주기 형제자매들이 낸 성명에 이런 표현을 넣었어요. ‘엄마아빠의 동료가 되어 진실에 다가가겠다’고요. 이런 말이 하고 싶었어요. 부모님한테 우선 말하고 싶었고, 높으신 분들한테 말하고 싶었어요. 시행령으로 부모님들을 괴롭혔잖아요. 어느 순간엔 보상금도 얘기 나왔고요. 높으신 분들, 종편방송들은 이렇게 괴롭히면 언젠간 우리 부모님들이 보상금 받고 떨어져나갈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렇기에 ‘동료’라고 한 것은 이게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이었어요. 정치권의 임기는 몇 년이지만 세월호 형제자매라는 이름의 임기는 죽을 때까지니까. 우리가 잊지 않고 있으니까. 부모님 세대에서 밝혀내지 못하면 우리 세대에서라도 꼭 밝혀낼 것이다. 그걸 권력에게 말하고 싶었던 거예요.” (남서현, 세월호 희생학생 남지현의 언니)

“우리 사회를 떠올릴 때? 아, 생각했던 거보다 더 쓰레기다…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거? 아직도 그 일로 인해서 아파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거.” (유하은, 세월호 희생학생 유예은의 언니)

“제 잘못은 아니었어도, 책임 정도는 있지 않을까요. 죄책감이라기보다는 그때 친구들을 도와주지 못했으니까, 지금이라도 무언가를 해야겠다, 도와줘야겠다…. 어쩌면 제가 과도한 책임을 진 거 같기도 한데요, 제 친구들은 지금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으니까요. 저라도 책임을 져야지, 누가 제 친구들을 위해 힘을 써주겠어요. 원래는 책임져야 할 사람들… 그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데.” (박준혁, 세월호 당시 단원고 2학년)

언론이 앞장서 세월호 정국의 피로감을 말하며 보도를 멈췄을 때도 세월호 유족들은 거리에서 노숙을 하고 삼보일배를 하면서 진상을 규명해 달라고 계속해서 외쳤다. 하지만 언론은 유족들의 존재 자체를 지웠다. 언론이 세월호라는 단어에 반응하는 순간은 정부에서 진상규명 등에 대한 방안은 없이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 지급기준 등을 앞세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을 다짜고짜 내놓을 때나, 세월호 특조위의 청문회에서 자해 소동이 일었을 때 정도다.

유족들이 요구하는 건 진상규명과 선체인양이라는 사실이나, 청문회가 얼마나 어렵게 열렸는지, 겨우 출석한 해경 지휘관들이 모든 책임을 선장에게만 돌리는 무책임한 증언을 이어간 사실 등에 대한 내용은 없다. 참사 당일 선내 대기 방송이 선사인 청해진 해운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세월호 여객부 직원의 새로운 증언은 참사의 책임과 진상에 한 발 더 다가간 것임에도 송중기의 뉴스 출연에 밀리며 아예 전해지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1주기였던 지난해 4월 16일 한국PD연합회와 언론노조 등은 ‘기레기는 사라졌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때 세월호 희생학생 고(故) 박성호 군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기레기는 사라졌나’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데, 우리 유족들이 느끼는 온도의 변화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제목이 잘못됐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데요. ‘기레기는 사라졌나’라는 질문보다는 (언론이 정말로 국민과) 함께하기 위해선 ‘기레기는 변하고 있나’라는 질문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로선 아무 진전이 없는 상태죠. 때문에 앞으로 6개월이든 몇 개월이든 (얼마의 시간이 걸리든) 순차적으로 바꿔가면서 ‘기레기는 사라졌나’라고 물을 수 있게끔 과정을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그리고 2주기다. 기레기는 사라졌나. 아니, 기레기는 변하고 있나. 이 질문에 과연 답을 할 자격은 있을까.


발췌·정리=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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