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청와대, 법적대응 능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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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버이연합 의혹 제기 ‘시사저널’에 출간정지 가처분 등 조치에 부쳐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어버이연합에 대한 우회 자금 지원에 청와대 등 권력기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의혹의 중심에 선 전경연은 ‘시인도 부인도 하지않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거듭 ’언론의 보도를 부인‘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시민단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정치적 이익단체처럼 행동해온 어버이연합에 대한 언론의 감시기능이 작동되자 청와대가 ‘아무 관련 없다’고 주장하면서 법적대응이라는 최후수단을 동원했다. 언론의 의혹보도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 청와대의 법적 대응이 언론의 정당한 견제, 감시기능을 위축시키고 있는 것인가.

문제의 시작은 <시사저널>의 단독보도에서 비롯됐다. 시사저널은 4월 20일자 “어버이연합 ‘청와대가 보수집회 지시했다’”에서 한 취재원 증언을 바탕으로 “집회를 지시한 최고 윗선으로 청와대가 지목됐다”고 보도했다. 의혹의 중심에서 선 청와대 허현준 청와대 행정관이 최근 정정 보도를 청구하고 출간배포금지 가처분 신청, 민형사상 소송까지 내는 등 ‘초강수’를 둬 논란이 일고 있다.

▲ 지난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의동 어버이연합 사무실에서 열린 어버이연합 입장발표 기자회견 '진실은 이것입니다'에서 어버이연합 회원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 앞으로 플래카드를 설치하고 있다. ⓒ뉴스1

논리구조는 비교적 단순하다. 극우성향 어버이 연합이 한일위안부문제 등 민감한 정치적 문제가 있을 때 자발적으로 시위에 나선 것이 아니라 청와대 등 권력기관과 결탁돼 ‘청부관제데모’를 했다는 것. 여기에 전경련이 뒷돈을 주며 지원해왔다는 의혹이다.

저널리즘에서 의혹을 가지고 보도를 할 때는 최소한 관련 자료나 증언 등 객관적 물증이 확보돼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시사저널 측은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의 발언과 관련문자 등을 토대로 의혹을 제기한 것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문제는 의혹 당사자인 청와대 측의 입장이 빠져있는 부분이다.

시사저널은 청와대측에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전화 등 적극적 취재요청을 했지만 거부당했거나 반응이 없었다는 주장이다. 보도가 나가고 나니까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하며 정정보도 청구와 함께 법적 소송에 나섰다는 것이다.

정정보도는 사실관계 확인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기다려야 한다. 문제는 잡지발행 자체를 막는 출간배포 가처분 신청에 대한 적절성 판단여부다. 시사저널의 보도를 시작으로 경향, 노컷뉴스, 한겨레 등 이미 여러 언론에서 보도했기 때문에 청와대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서 의문이다.

실효성 여부를 떠나 시사저널의 배포를 원천봉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사법부가 판단을 내린다고 했을 때 언론에 대한 견제, 감시기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들어 언론자유지수는 세계 70위로 떨어졌다. 최악의 언론자유도를 기록한 상황에서 청와대의 이런 법적 대응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뿐이라는 부담이다.

이 소송은 과연 끝까지 갈 수 있을까.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수사가 시작돼도 청와대 행정관 개인의 문제로 소송을 지속하도록 할 것인가. 문제의 핵심은 사법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청와대에 있다. 시사저널같은 주간지가 관련의혹을 취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고 또한 인터뷰 요청까지 받은 입장에서 정확한 정보제공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청와대의 언론대응방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보도 후에도 청와대의 대응방식은 ‘사실이 아니다’는 주장만 반복하고 바로 언론중재위원회 제소와 함께 민형사상 법적조처로 나아가는 것은 언론의 기능을 인정하지않는 것이다. 최고의 권력기관인 청와대가 소송을 남발하는 것은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우려된다.

청와대는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할 것이 아니라 어버이연합과의 커넥션 의혹이 왜 사실이 아닌지 근거나 자료를 제시하거나 기자회견을 통해 얼마든지 해명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법적구제는 약자를 위한 수단일 뿐이다. 득보다 실이 더 큰 시사저널 소송은 청와대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의혹을 부르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고도 권력기관이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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