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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자유지수 70위, 이유있는 하락

[위클리포커스] 공영방송 저널리즘 ‘위기’에도 경영진은 생존만 합니다? 김세옥 기자l승인2016.05.12 15:2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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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공영방송’은 살아남을까. ‘돈’과 관련한 통계들을 놓고 볼 때 한국의 방송, 그 중에서도 지상파 방송이 위기라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지상파 사업자들이 매년 하락하는 광고매출 상황을 언급하며 정부에 광고규제 완화와 수신료 인상 등의 요구를 이어가는 이유다. 하지만 산업으로서의 방송의 위기를 말하는 가운데 언론으로서의 방송의 위기, 그 중에서도 공영방송 저널리즘의 위기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취급되는 모습이다.

각종 지표에서 신뢰도 하락 이어가는 MBC

공영방송에 대한 평가들은 어떨까.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4월 29일 발표한 ‘2015년 시청자평가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KBS와 함께 공영방송의 한 축인 MBC는 2014년 지상파 방송 3사 4개 채널 중 시청자 만족도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또 채널평가지수 7개 항목 중 공정성‧신뢰성‧공익성‧유익성‧다양성 등 5개 부문에서 최저점을 받았다. MBC는 2013년과 2014년 조사에서도 같은 항목에서 최하위 평가를 받은 바 있다. KISDI는 이 조사를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각각 4만 6000명, 2만 6500명의 응답을 통해 진행했다.

언론의 기본 가치인 공정성과 신뢰성, 그리고 공영방송으로서 보다 많은 책무를 지고 있는 공익성 등의 항목에서 MBC는 2012년 큰 폭으로 평가가 하락한 뒤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2년은 언론노조 MBC본부가 공정방송 회복을 주장하면서 170일 파업을 벌였던 때로, 이 시기를 거치며 MBC 탐사보도의 얼굴과 같았던 최승호 PD 등 6인이 해직됐고 수십명의 언론인들이 제작 현장에 쫓겨났다. 이후 법원에서 부당징계‧전보임을 확인받고, 해고 무효(현재 2심까지 완료) 판결도 받아들고 있지만 여전히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 2015년 지상파 채널별 속성 평가 ⓒKISDI

이 같은 결과에 대해 MBC는 신뢰도에 문제 있는 조사인 만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MBC는 KISDI 조사결과 발표 당일 표본의 대표성 등에 의문을 제기하며 “문제의 소지가 큰 조사 방식과 조사 설계에도 불구하고 (KISDI가) 그 결과를 공표해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하는 사태는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MBC의 하락을 드러내는 지표는 이뿐만이 아니다. 2015년 12월 미디어미래연구소가 한국언론학회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응답 501명)에서도 MBC는 신뢰성, 공정성, 유용성 부문 모두에서 8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이 조사에선 8위까지 집계한다.) 2015년 조사에서만이 아닌, 4년째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2015년 9월 <시사IN>이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언론신뢰도 조사(신문‧방송‧인터넷)에서도 MBC는 신뢰하는 언론매체 6위, 불신하는 언론매체 2위를 차지했다. 같은 시기 <시사저널>이 각 분야 전문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5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언론 분야 조사에서 MBC는 KBS와 <조선일보>, 네이버에 이어 영향력 4위를 기록했지만, 신뢰도는 7위에 그쳤다.

MBC는 2010년만 해도 같은 조사에서 신뢰도 1위를 기록했다. 응답자들의 지목률도 29.7%로 높았지만, 2015년엔 9.4%로 한 자릿수에 그쳤다. 4위를 기록한 영향력 부문에선 언뜻 선전한 듯 보이지만 과거 KBS, <조선일보>와 함께 트로이카를 구축했던 위상은 이제 온데간데없다는 게 이 조사를 진행한 <시사저널>의 지적이다. 특히 지목률에서 드러나는 MBC의 영향력 하락은 심각했는데, 2011년 42%, 2012년 30.7%, 2013년 27.4%, 2014년 22%로 급락하더니 2015년엔 18.8%에 그쳤다. <시사저널>은 MBC의 이 같은 급락에 대해 최경진 대구가톨릭대 교수(언론광고학)의 말을 인용, “시사교양국을 해체하면서 정권에 비판적인 성향의 프로그램 제작을 어렵게 하거나 심지어 그 제작진들을 해고한 것이 문제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여전한 1위 KBS, 그래도 위기 지적 잇달아

MBC와 비교할 때 KBS의 상황은 나아 보인다. 숫자만 놓고 보면 그렇다. KISDI 시청자만족도 조사에서 KBS 1TV는 1위를 기록했고, 채널평가지수 7개 항목 중 공정성, 신뢰성, 공익성, 유익성 등 4개 항목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2015년 <시사IN> 언론신뢰도 조사에서도 KBS는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 1위에 올랐으며, <시사저널> 조사에서도 역시 영향력과 신뢰도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높은 순위에도 상황은 긍정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사저널>은 영향력과 신뢰도 1위를 차지한 KBS에 대해 “순위는 수성했지만 지목률은 모두 하락했다”고 꼬집었다. <시사저널> 조사에서 KBS의 영향력은 56.1%(2013년)→59.6%(2014년)→55.8%(2015년)로 떨어졌다. 신뢰도도 1위를 기록했지만 38.7%(2013년)→25.8%(2014년)→26.7%(2015년)의 추세를 보여 신뢰도 2위를 기록했던 2014년과 엇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는 지적이다. <시사저널>은 다큐멘터리 <훈장> 불방 논란과 해당 프로그램을 기획‧제작했던 기자들의 전출, 전‧현직 이사장들의 정파‧역사인식 논란 등으로 인해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제작이 어렵게 됐다는 부정적 평가가 뒤따랐기 때문”에 신뢰도가 저하‧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을 전했다.

각종 조사에서 신뢰받는 언론인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손석희 보도담당 사장을 영입한 JTBC의 선전도 KBS의 영향력과 신뢰도를 주춤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KISDI 조사의 채널평가지수를 보면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4사 가운데 JTBC는 압도적인 1위다. 7개 항목 모두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숫자만 놓고 보면 JTBC는 6개 항목에서 종편 4사만이 아니라 지상파 3사 4개 채널보다도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공익성 항목에서만 KBS 1TV와 동점(3.38점)이었다.

그러나 KISDI는 보고서에서 “지상파와 종편의 평균 응답자 수가 다르고 평가 프로그램 수 역시 차이가 있어 동일 기준으로 비교 평가하는 건 통계적 문제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JTBC가 4월 29일 메인뉴스인 <뉴스룸>에서 KISDI 조사 결과를 전하며 ”KBS 1TV까지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하자 KBS가 5월 2일 온라인 뉴스에서 ”JTBC의 고의적인 오보“라고 비판한 이유다.

KBS는 JTBC 보도를 비판하며 ”공정성 등 7개 항목에서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 1TV가 7년 연속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다“고 자찬도 했는데, 다른 지표들을 볼 때 이런 자찬은 낯 뜨겁다는 지적이다.

▲ 2016 세계 언론자유지수. 한국은 조사 대상 국가 180개국 중 70위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국경없는기자회

실례로 2015년 미디어미래연구소 조사에서 KBS는 신뢰성과 공정성, 유용성 부문 어디서도 1위는커녕 상위권인 3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신뢰성과 유용성 부문에선 JTBC가 1위를, 공정성 부문에선 YTN이 1위를 기록했다. 반면 영향력 조사에선 미디어미래연구소가 조사를 실시한 이래 9년 동안 KBS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점수는 계속 하락하는 추세로 2013년 881점에서 2015년 717점으로 100점 이상 떨어졌다. <시사IN> 조사에서 가장 신뢰하는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질문에서도 KBS의 메인뉴스 <뉴스9>(14.7%)는 JTBC <뉴스룸>(15.3%)에 뒤진 2위에 머물렀다.

이처럼 공영방송의 신뢰도, 즉 공영방송 저널리즘에 대한 평가 지표들의 하락 분위기에도 정작 공영방송을 책임지는 이들의 위기의식은 적어 보인다.

실례로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의 고영주 이사장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MBC의 신뢰도 하락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국회의원들도 신뢰도가 그렇게 높은 건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고 이사장은 또한 MBC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프로그램 품질평가(QI) 조사에서 MBC가 1위라고 나타났다“고 말했다.(▷링크)

또 제20대 총선 과정에서 KBS 보도국 부장급 이상 간부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KBS기자협회 정상화 모임’은 언론‧시민단체들이 꾸린 ‘총선보도감시연대’에서 낸 KBS의 정부‧여당 관점의 편향 보도 등을 지적한 모니터보고서를 <기자협회보>가 인용 보도하자 높은 <뉴스9> 시청률을 언급하며 해당 보도야말로 편향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4월 29일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청와대 보도통제 논란 속 해임된 길환영 전 KBS 사장이 2013년 3월 김 전 국장과 보도국 간부들에게 ‘기계적 중립’을 포기하라는 발언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법원은 “길 전 사장의 뉴스 보도 개입과 그 내용, 김 전 국장 등 간부들과의 관계에 비추어 볼 때 정부와 여당에 유리한 편파 보도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물론 현재의 경영진은 법원에서 문제 삼은 건 이미 2년 전에 해임된 길 전 사장 시절의 얘기라고 반박할 수 있다. 하지만 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 10일 길 전 사장을 방송법 위반으로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길환영 전 사장에 대한 고발을 결정한 이유는) KBS를 망쳐놓고도 ‘떠나면 그만’이라는 오랜 관행에 경종을 울리고 제동을 걸고자 함이다. 이는 고대영 사장을 포함한 현 경영진과 주요 간부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될 것이다.” 공영방송 저널리즘이 위협받는 상황을 비단 과거의 일로 국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공영방송의 경영진들은 “한국의 언론은 정부로부터 꽤 높은 수준으로 자유롭다. 최우선 당면 과제는 생존”이라는 말을 할 뿐이다.(▷링크) 이런 걸 보면 2016년 한국의 언론자유지수가 역대 최악의 수준인 70위까지 떨어진 데 정부의 책임만 있는 게 아니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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