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 SKT-CJH 인수·합병, 방송 공공성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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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1위 SKT-CJH 인수·합병, 방송 공공성 훼손”
[토론회] 입법 미비 속 독과점 뻔한 결과…시청자 선택권 박탈 우려
  • 최영주 기자
  • 승인 2016.05.1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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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심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학계에서는 방송개념에 대한 정립은 물론 법・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채 이뤄지는 국내 1위 이동통신사와 케이블TV 업계 1위 사업자 간의 결합은 방송의 공익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언론정보학회와 한국방송협회 주최로 1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과 방송 공공성・공익성’ 세미나에 참석한 학자들은 입법적 미비 속에 이동통신사와 케이블업계 1위 사업자 간의 인수・합병이 가져올 독과점 체제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했다.

▲ 한국언론정보학회와 한국방송협회가1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과 방송 공공성・공익성’을 주제로 세미나를 연 가운데, 세미나에 참석한 학자들이 이동통신사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케이블업계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할 경우 초래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방송협회

인수・합병 승인, 입법적 전제조건 완비되는 시점으로 연기해야

최우정 계명대 교수(법경대)는 ‘방송과 통신 합병의 법적 문제점’라는 주제 발제를 통해 입법적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통신사업자의 방송사업 진입을 허용하는 것은 각계각층에서 쏟아내고 있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어려울 것임을 지적했다.

일단 SKT와 CJH의 결합은 각각 방송법과 통신법의 규제를 받고 있는 서로 다른 사업자 간의 결합을 뜻하는데, 방송법과 통신법은 지향하는 바가 서로 다르다. 방송법은 궁극적으로는 민주적 여론형성이라는 가치관의 형성과 이를 통한 발현이 방송법의 핵심인 반면, 통신법은 가치관 중립적, 산업적 요소가 강한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입법 취지와 지향점을 가진 방송법과 통신법 간 ‘입법 미비’ 속에 객관적인 기준도 없이 진행되고 있는 이번 인수・합병 과정에 대해 최 교수는 “자의적으로 인수합병이 승인되어 전국적 대기업의 지역방송 운영이 허용될 경우, 지역 현안에 관한 프로그램 개발이 위축되는 등 헌법과 방송법이 지향하는 문화적 기능이 침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현재 방송법과 IPTV법이 분리된 상황에서 정부입법으로 추진 중인 통합방송법을 통해 유료방송 소유규제 문제가 신설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인수・합병의 승인을 입법적 전제조건이 완비되는 시점으로 연기하는 것이 방송법의 입법취지에 부합될 것이라고 보았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시청점유율 측정 및 파악을 위한 제도적 장치의 미비 역시 이번 인수・합병 과정의 문제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기준이 결여된 상태에서 인수・합병이 이뤄질 경우 합병승인에 대한 ‘자의적 결정’이 이뤄질 개연성이 높다. 최 교수는 이 역시도 “법치행정원리를 위반해 헌법상 방송의 의미와 기능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지역에 근거하지 않은 대기업에 의한 SO(종합유선방송)의 인수와 운영은 지역현안의 문제점에 대한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지원 및 실현 가능성이 낮아 헌법적 원리인 ‘문화국가원리’에 대한 침해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포화상태의 방송광고시장과 통신시장의 결합은 결국 국내기업에 의한 국내시장의 부의 편중현상을 가중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로고.

“가장 나쁜 시장은 소비자 선택권 없는 독과점 시장”

‘미디어 플랫폼 인수합병에 대한 공공적・공익적 관점의 논의’를 주제로 발제한 정미정 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도 인수・합병을 통한 거대자본 중심의 시장 개편 과정에서 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 그리고 시청자(이용자) 복지라는 지켜야 할 가치가 훼손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지상파 플랫폼의 위기 속에 향후 통신사업자들이 주도하는 방송플랫폼이 시장을 넓히게 될 경우 과점화된 시장에서, 다시 말해 대기업의 독과점으로 인해 선택권이 사라진 상황에서 시청자들의 권리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부소장은 “소비자에게 가장 나쁜 시장은 독과점 시장이다. 선택권이 없기 때문”이라며 “시장이 재편되기 전에 가장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다. 무료방송플랫폼의 영역 재구축과 이를 통한 시청자의 선택권 강화”라고 말했다.

또 정 부소장은 이동통신시장의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제공하는 방송통신 결합상품이 이용자 후생 증진 효과 등의 순기능도 기대할 수 있겠지만 과도한 결합할인으로 인한 유료방송시장의 선순환 구조 훼손과 결합판매를 통한 시장지배력 전이 가능성 등의 우려 역시 동시에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방송통신 결합상품 판매 시 방송 상품의 과도한 할인으로 인해 방송콘텐츠 제작 재원 증감이 제한됨으로써 전체 유료방송시장이 선순환 구조 형성이 저해될 가능성, 방송 상품이 통신상품의 ‘미끼상품’으로 전락할 가능성 등이 있다는 것이다.

정 부소장은 “이미 강력한 결합 판매를 통해 유료방송 시장이 이동통신사 중심으로 급격히 과점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인수합병은 물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공정한 경쟁 속의 유료방송플랫폼들과, 더 나아가 무료방송플랫폼인 지상파서비스까지 포함하여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방송 규제기관의 의무”라고 말했다.

▲ 14개 시민단체, 노동조합, 지역·미디어단체가 함께 결성한 연대단체인 ‘방송통신 공공성 강화와 이용자 권리보장을 위한 시민실천행동’이 지난 2월 15일 오후 2시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을 반대하고 있다. ⓒPD저널

공익성·지역성 유지 위한 장치 필요

발제에 이어 종합토론에 참가한 학자들 역시 발제자와 비슷한 걱정을 쏟아냈다. 정부의 제대로 된 법・제도 마련과 공정한 심사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합병이 이뤄질 경우 방송의 근본 목적인 공공성과 공익성이 저해될 것이라는 점이다.

강명현 한림대 교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공익적 차원의 역할이 부여된 규제기관으로, 심사 과정에서 공정성 차원을 충분히 심사해야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보면 기존에 있는 답습적인 배점이 아닌 새로운 차원에서의 배점 조정방안이 필요하며, 또 조건부로 동의할 수 있느냐는 문제도 항상 제기되는데, (인수・합병을) 승인하더라도 공익적 요구사항은 충분히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호순 순천향대 교수는 지역 언론으로서 ‘지역성’을 구현한다는 것은 케이블방송에 부여된 고유한 공적책무라 할 수 있는데, SKT의 CJH 인수・합병이 성사될 경우 지역균형 발전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방송의 ‘서울 독과점’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보았다.

장 교수는 “SKT의 인수발표자료를 보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겠다고 했는데, 지역 사회에 대한 기여를 어떻게 하겠다는 건 내 기억에 단 한 줄도 없었다. MSO(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를 허용하면서 SO가 지역채널 기능을 포기했다는 비판이 있지만, 인수・합병시 이런 기능이 완전히 없어질 것”이라며 “SO 설립 취지는 SO만이라도 지역민을 위하고 지역에 도움이 되는, 지역민에 의해 운영되는 방송사업자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처럼 지역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어서 지역성이 희석되지 않는 장치를 많은 사업자간 인수・합병 조건으로 달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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