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연합 사태, 정부-자본-언론 합세한 사각 커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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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천주교인권위 등 토론회 열려…특별법 ·청문회 등 통해 진실 규명해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의 불법 자금지원 의혹을 시작으로 청와대 지시로 친(親)정부 집회・시위에 참석했다는 의혹이 전해진 보수단체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하 어버이연합) 사태인 이른바 ‘어버이연합 게이트’가 여론을 왜곡하고 결과적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했다는 지적이 다시금 제기됐다.

박주민・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주관하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천주교인권위원회,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등 주최로 9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어버이연합 게이트 실체규명 및 대책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 민주주의 파괴의 사각커넥션을 파헤치다’에서는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지켜야 할 ‘여론’이 어버이연합을 내세운 권력에 의해 훼손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번 토론회를 주관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아 9일 발표한 ‘집회시위 신청 및 불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5월 30일부터 2016년 5월 30일까지 3년간 어버이연합은 총 3580회 집회 신고를 했는데 이에 대해 금지통고(불허)를 한 적은 ‘0회’다. 반면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관련 집회신고 61건은 모두 불허됐다.

박 의원은 “이것은 어떻게 보면 어버이연합이라는 단체가 현실적으로 굉장히 특수한 지위를 누리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는, 정부와 관계기관에 의해 특수한 지위가 형성되고 있었다는 단초”라며 “향후 어버이연합뿐 아니라 보수단체들이 신고한 집회가 과연 경찰로부터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지속적으로 자료요청을 통해 밝혀낼 것이다. 이 커넥션, 민주주의를 갉아먹을 수 있는 커넥션을 밝혀내서 (이 같은 사태가) 지속되지 않도록 조그마한 역할이라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 발제에 나선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 왼쪽에서 두번째)가 9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어버이연합 게이트 실체규명 및 대책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 민주주의 파괴의 사각커넥션을 파헤치다’에서 “시민들의 또 다른 정치 공간 즉 전통적인 광장정치를 제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등장한 어버이연합의 사태는 48년 체제, 즉 반공국가의 연장선상에 자리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PD저널

“어버이연합, 시민사회 이간하고 분열하는 역할”

‘어버이연합과 시민사회, 그리고 민주적 입헌주의’를 주제로 발제에 나선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1세기 대한민국에, 이 자리에 와서 이런 발제를 할 줄 꿈에도 몰랐다”며 “시민들의 또 다른 정치 공간 즉 전통적인 광장정치를 제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등장한 어버이연합의 사태는 48년 체제, 즉 반공국가의 연장선상에 자리한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어버이연합과 같은 조직을 동원해 대중 집회를 직접 공격하게 함으로써 집회 자체를 물리적으로 방해하는 효과는 물론이고 권언유착의 통로를 따라 대중적 요구에 반대하는 또 다른 사회부분이 있다는 착시현상을 야기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대중 집회의 실체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교란시키는 효과도 나타나게 된다.

한 교수는 이처럼 어버이연합이 수행하는 주요 기능은 시민사회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하는 집회나 시위를 물리적으로 방해하는 것이지만, 그보다 더 큰 기능은 시민사회를 ‘국가-정부’의 적대적 지위에 놓고 이를 이간하고 분열시키는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대국민 심리전’의 교두보를 마련하는데 있어서 어버이연합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뜻이다.

어버이연합이 광장 내지 대중 집회로 불리는 현장에 나가 직접적이고 물리적으로 여론을 분열한다면 언론은 ‘공정성’이라는 이유로 수 만 명이 참여한 대중 집회와 ‘어버이연합’이라는 이름하에 수 백 명이 실체도 없는 비방성 구호만을 외치는 집회를 동일선상에 놓고 보도하며 또 다른 여론 오도를 이끈다고 한 교수는 지적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 4월 11일 <시사저널>의 어버이연합 게이트 의혹 단독보도가 처음 제기된 이후인 4월 17일부터 30일까지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의 관련 보도 건수를 조사한 결과 KBS는 1.5건, MBC는 1건으로 조사됐다. 민언련은 이를 두고 공영방송 KBS와 MBC가 사실상 사태를 ‘은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지난 2015년 11월 24일 오후 서울 중구 저동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입주 건물 앞에서 가진 특조위 해체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어버이연합이 만든 틈새, 권언유착 언론이 벌려놔”

한 교수는 “어버이연합이 거의 폭력적인 방법으로 대중 집회에 내어놓은 조그마한 틈새를 보수언론 혹은 권언유착의 언론집단들이 엄청난 간극으로 벌여놓고 그 갈라진 틈을 이용하여 대중 집회의 본래의 목적을 희석시키거나 혹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오도하는 보도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어버이연합은 시민사회의 공공영역을 분열시키기 위해 현 정부가 구사하는 통치술의 주도세력이라기 보다는 그 통치술이 작동함에 필요한 최초의 발판을 마련하는 일종의 소모품이 되어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이 같은 어버이연합의 역할은 분리와 이간, 적대관계의 형성이라는 당파성에 한정된 것에 머물지 않고, 시민들로 하여금 정치적 요구와 정치참여에 대하여 그릇된 인상을 가지게 함으로써 시민사회 자체를 탈정치화하고 그 결과로서 공공영역 자체의 파괴라는 결과까지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교수는 “어버이연합 사태는 시민사회를 교란하고 공공영역을 훼손하는 일종의 ‘국사범’의 성격을 가지는 사건이다. 그리고 바로 이 때문에 지금 제대로 교정되지 못하면 이 사건은 앞으로 과거사의 차원에서 청산되어야 하는, 후세대의 과제로 넘어가게 된다”며 “검찰의 수사가 지금처럼 거의 진행되지 않는 사태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혹은 수사의 미진함으로 인해 이런 헌법침해의 사태가 채 교정되지 못한다면 의당히 특별검사를 임명해서라도 이 문제에 대한 발본색원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5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북촌로 감사원 앞에서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장유식 소장과 이은미 팀장이 청와대의 극우단체 동원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청와대 허현준 행정관이 어버이연합에 집회 및 시위를 지시한 것과 관련해 허 행정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또 허 행정관의 윗선인 청와대 정무수석, 국민소통비서관 등 청와대의 조직적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감사를 청구했다. ⓒ뉴스1

특별검사・국회 청문회・국정조사 등 동원해 진실 규명해야

또 다른 발제자인 이재화 변호사(전 민변 사법위원장)는 지난 2008년 촛불집회 이부 시민단체의 자율적인 대규모 집회가 개최될 때마다 예외 없이 나타나는 어버이연합 등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의 ‘맞불집회’는 △단지 옆 장소에서 개최되는 시민단체의 집회를 비난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된다는 점 △그들의 확성기는 시민단체 집회장소를 향해져 있다는 점 △그들이 외치는 구호는 정부를 옹호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시민단체를 이념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라는 점 등의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동원된 우익단체의 ‘맞불집회’는 자율성이 없고, 규모면에서 자발적인 시민단체의 집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초라해서 보도할 가치가 없지만 보수언론들은 이 동원된 ‘맞불집회’를 자발적 시민단체의 집회와 같이 똑같은 비중으로 다루면서 시민단체의 집단적 의사표현을 ‘물타기’한다”며 “이러한 반복적 현상으로 자발적인 시민들의 집단적 의사는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 역시 특별검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는 것은 물론 이와는 별도로 국회는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실시해 국회 스스로 ‘어버이연합 게이트’의 문을 열고 진실을 밝혀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승철 민주노총 사무부총장은 “재벌과 위정자가 자신의 돈과 권력을 이용해 국민 여론을 왜곡하고 뒤흔드는 것은 결코 우리 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전경련과 청와대, 어버이연합의 행위는 불법적인 자금 지원을 통해 ‘친정부-친재벌’ 여론을 조작하기 위한 것으로, 헌법상의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왜곡하고 민주적인 의사수렴 과정을 짓밟는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사무부총장은 “오늘 토론회를 계기로 조속히 어버이연합과 청와대, 전경련, 나아가 국가정보원까지의 연관성을 밝히고 민주주의를 거꾸로 돌리는 이 사태를 바로 잡는 구체적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며 “민주노총은 어버이연합 게이트의 실체가 밝혀지고 모든 책임자가 처벌받는 날까지 끝까지 주시하고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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