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이화여대’ 편이 불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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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여성·여대에 대한 편견 고스란히 담아

지난 12일 KBS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캠퍼스투어 2탄-이화여대'편이 방송되고 나서 적지 않은 비판이 일고 있다. 이화여대를 방문한 <1박 2일>의 시선에는 ‘여성’과 ‘여자대학’에 대한 씁쓸한 편견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에 이어 캠퍼스투어 2탄으로 방송된 <1박 2일> ‘이화여대 편’은 이른바 ‘남친룩’을 입은 출연진들이 여성 소지품을 골라 이화여대생들과 짝을 이뤄 캠퍼스투어를 하고 각종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 지난 6월 12일 방송된 KBS 2TV <1박 2일> ‘이화여자대학교 편’. ⓒ화면캡처

‘금남의 구역’이라 칭해진 이화여대에 들어간 출연진은 대학생들을 보며 “꽃들이 엄청 많아요”라면서 그 “꽃들이 움직인다”고 말하면서, 대학생들은 학문의 공간에 있는 ‘학생’이 아닌 ‘꽃’이라는 여성을 비유하는 명사로 지칭됐다. 은연중에 여대를 바라보는 시각, 학생들이 모인 공간이 아닌 ‘꽃’으로 비유되는 ‘여성’이 모인 공간이라는 점이 드러났다. 여대를 바라보는 보편적인 시선 말이다.

미션도 남다르다. ‘이화사랑 파우더룸에 있는 여학생 5명의 머리를 묶어주세요’라는 미션 속에는 이화여대를 바라보는 편견이 녹아나 있다. 너무나 보편적이라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꽃 같은 여성들이 가득한 공간에서 긴 머리 여학생의 머리를 묶어준다는 미션을 통해 다시 한 번 여성과 여대에 대한, ‘지성’은 없고 ‘외모 가꾸기’만 남은 여대가 가진 공간에 대한 편견을 보여준다.

이는 ‘서울대학교 편’에서 출연진들이 수능 만점자를 찾아오고, 수학문제 풀기 등의 미션을 수행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대학과 여대가 가진 각각의 공간에 대한 편견이 미션을 통해 드러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계속되는 여성 혐오 속에서 여성 혐오는 물론 ‘여성’ 그 자체에 대한 편견에 대항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한 와중에 <1박 2일> ‘이대 편’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너무나 오랜 시간 뿌리 깊게 박혀서 그것이 ‘편견’이라는 것조차 잊고 있는 여성에 대한 근본적인 편견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곳곳에 만연해 있음을 보여줬다.

▲ 지난 6월 12일 방송된 KBS 2TV <1박 2일> ‘이화여자대학교 편’. ⓒ화면캡처

방송은 일반 매체와 달리 언제 어디서든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된다. 그리고 그 파급력 또한 높다. 더군다나 공영방송의 인기 프로그램이 가진 전파력, 예능 프로그램이 가진 웃고 떠드는 와중에 스며들게 되는 이미지라는 건 편견이 사람들에게 전파되는 방식과 유사하다. 그런 만큼 <1박 2일>이 보인 여성과 여대에 대한 시선은 불편하고 씁쓸할 수밖에 없다.

오는 19일 방송되는 ‘이대 편’의 후속이 과연 다시금 편견을 보여줄지, 아니면 지금까지의 비판과 우려를 덜어낼지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번 방송을 계기로 방송도, 시청자들도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갖고 있던 생각이 편견은 아니었는지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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