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뭐했나-방통심의위의 뒤늦은 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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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김창룡 인제대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그동안 반복적으로 지적돼 온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막말, 조롱 등 저질방송과 정치적 불공정 방송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까?

최근 방심위는 2011년 출범과 함께 시작된 종편의 시사・대담프로그램 진행자와 출연자 등의 막말・비하・조롱 표현과 관련해 방송심의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TV조선, JTBC, 채널A, MBN 등 종편 4개사 시사·대담프로그램 제작책임자와 회의를 개최하고 ‘규정의 엄격적용’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20대 국회가 ‘여소야대’ 구도로 바뀌면서 새롭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그동안 방심위는 종편의 막말, 조롱 표현은 물론 특정 정치인, 특정 대권주자를 희화화하고 일방적으로 모욕해도 그냥 넘어가거나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했다. 방심위의 존재감을 의심하도록 만들었다.

그랬던 방심위가 뒤늦게 “종편 시사·대담프로그램의 불공정성, 특히 특정인 등에 대한 조롱·희화화 등 편향적 방송에 대한 각계각층의 문제제기가 지속됨에 따라, 이들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방향과 주요 심의사례를 설명하고 방송사들의 자정노력을 촉구하기 위해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지난 2015년 6월 23일 오후 서울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심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방심위가 뒤늦게라도 방송의 불공정성과 품격을 바로잡기 위해 나선 모습은 다행스럽다. 앞으로 방송법을 위반한 조롱, 막말, 불공정 방송에 대해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그런 업무와 역할이 주어졌지만 그동안 제대로 하지 않다가 뒤늦게 ‘엄격 적용’ 운운하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문제는 방심위의 진정성과 전문성이다. 그동안 방심위의 심의내용이나 과정을 보면 전문성이나 일관성이 떨어져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할 능력이나 의지가 있을지’ 염려가 앞선다. 전문성이 있는 인사조차 ‘친박계 인사’라는 출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종편 4사 합산 시청률이 1%도 안되던 출범 당시와는 이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더구나 제작비가 적게 드는 시사·뉴스쪽은 출범 때 전체 제작비율 30%이하에서 지금은 거의 44%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높아졌다. 특히 공영방송 KBS, MBC의 자중지란, 몰락 속에 종편은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일부 예능, 드라마 프로그램의 특화전략으로 불과 6년여 만에 종편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시사, 뉴스 쪽의 불공정, 편파방송의 고질적 난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방심위가 뒤늦게 ‘엄격 적용’을 외치지만 기대난망이다. 현재의 방심위 체제에 별로 기대할 것이 없다는 판단때문이다. 그렇다고 종편 4사의 자정을 기대한다는 것은 더더욱 현실성이 없다.

20대 국회에서 현실적인 문제를 정확하게 짚고 방심위의 심의 권한을 강화하든가 방송사가 나서서 자정을 하지않으면 손해보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방송내용 심의도 중요하지만 네가지를 더 중요하게 살펴보고 해당 방송사에 요구해야 한다.

첫째, 시사, 뉴스 대담 방송진행자가 누구냐는 가장 중요하다.

방송진행자는 출연자의 막말, 희화화, 불공정 방송을 막는 최일선의 보도국장이자 엄격한 중립적 재판관이어야 한다. 예를들면 문재인, 안철수 의원을 ‘종북좌파’나 이상한 사람으로 몰고갈 때 그 대상이 반론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진행자는 즉각 발언을 중지시킬 수 있어야 한다. 현재의 종편에서처럼 오히려 맞장구치며 ‘바보’로 만들어가는 것은 방송사고에 해당한다. 정치적 편향성이나 전직 국회의원등을 진행자로 내세우는 것은 노골적으로 편파방송하겠다는 방송사의 잘못된 의지의 표현이다.

두 번째, 출연자의 구성비를 어떻게 하느냐는 매우 중요하지만 종편은 무시한다.

출연자의 구성비는 형식적으로라도 균형을 갖춰야 한다. 쌍방의 공방속에서 시청자들은 나름의 판단을 하는데 어느 한쪽으로 편향적 출연자들을 섭외했다면 이는 시작부터 편파방송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편성이 되지않도록 담당 PD와 제작책임자에게 구체적 요구를 해야 한다.

세 번째 책임 PD에게 강력한 책임을 묻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무리 방송을 잘못해도 책임 PD에게 ‘해고’라는 결정을 내리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언론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에서는 오보 때문에 책임 PD가 해고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프로그램 제작, 출연자 결정 등 제작 전분야에 가장 큰 책임을 지는 책임 PD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회사에서 책임 PD에게 제작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전제하에서 그렇다. 단순히 종편방송사에 막연히 자정만 요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방송자체 모니터링 제도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할 일이다.

모든 방송사는 자사의 방송내용을 모니터링 하는 제도를 갖추고 있다. 자체 모니터링이 형식적이거나 형식조차 갖추고 있지않을 경우, 자정은 공허하다. 자체 모니터링 제도를 활성화하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

방송규정의 ‘엄격적용’은 사후약방문식이지만 필요하다. 방심위가 진정으로 공정한 방송, 품격있는 방송을 기대한다면 사전에 방송제작 책임자들에게 위의 기본적인 사항에 충실하도록 구체적 요구와 책임을 추궁할 수 있어야 한다. 방송은 사전,사후 모든 과정과 구성요소가 그 방송의 질을 결정한다. 예의와 기본을 무시하는 방송은 시청자에게 공기(公器)가 아닌 흉기(凶器)가 될 수 있다. 그 결정권의 막중한 책임을 방심위가 지고 있음을 방심위의 뒤늦은 자각에서 볼 수 있다. 방심위와 종편의 분발, 페어 플레이 정신을 기대한다. 20대 국회가 관련 법과 제도를 손질할 때 걸 수 있는 기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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