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년 동안 ‘인천상륙작전’ 보도 52건…뉴스? 홍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언련, 모니터 보고서 발표…영화 크랭크인 전부터 보도 공세, 노골적 홍보 보도만 35건

KBS가 KBS에서 투자자로 나선 영화 <인천상륙작전>과 관련해 지난 1년 동안 총 52건의 홍보성 보도를 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5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이 발표한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KBS는 지난해 8월 13일부터 이달 3일까지 1년 동안 아침뉴스인 <뉴스광장>부터 메인뉴스인 <뉴스9>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간대의 보도 프로그램과 북한 전문 프로그램인 <남북의 창>, 특집 다큐멘터리 편성 등을 통해 <인천상륙작전>과 관련한 방송을 총 52건이나 했다. 지난해 8월은 영화 크랭크인도 하기 전이다.

모니터 보고서에서 따르면 이 기간 동안 KBS가 1TV와 2TV에서 방송하는 뉴스와 시사‧교양 프로그램 등을 동원해 노골적으로 영화(<인천상륙작전>)을 홍보하는 보도를 한 것만 35건이다. 영화를 빌미로 한 북한 비판 보도는 7건, 6‧25 전쟁의 승리를 강조하는 보도는 10건이었다.

▲ 7월 13일 KBS <뉴스9> ⓒKBS 화면캡처

특히 메인뉴스인 <뉴스9>(1TV)에서의 <인천상륙작전> 관련 보도만 해도 6건이나 됐는데, 이를 두고 민언련은 “충격적”이라고 평가했다.

민언련에서 집계한 <뉴스9>의 <인천상륙작전> 보도 주요 사례를 보면, ‘영화로 부활한 맥아더 리암 니슨 내한’(2016년 7월 13일)의 경우 영화에서 맥아더 장군 역할로 분한 배우 리암 니슨의 인터뷰를 보도로 옮긴 ‘홍보’ 뉴스였다. 또 ‘사드 위한 영화…북(北) 인천상륙 맹비난’(2016년 7월 29일) 리포트의 경우 영화를 비판한 북한의 반응에 주목하면서 “인천상륙작전의 패배를 인정할 경우 북한의 가짜 국가 정체성이 탄로 나기 때문”, “이 영화가 북한 주민들 사이에 유입될 것도 두려워하고 있다” 등의 내용을 전하고 있었다.

또한 ‘인천상륙 성공의 비밀 엑스레이 작전’(2016년 7월 21일) 리포트에선 영화의 핵심 배경인 ‘엑스레이 작전’을 설명하면서 6‧25 전쟁 당시의 “영웅들의 희생”을 강조했다. 이 보도엔 주연 배우 이정재와 함명수 전 해군 참모총장 등이 등장했다.

민언련은 모니터 결과를 토대로 “KBS의 <인천상륙작전> 보도 물량 공세는 단순한 자사 투자에 대한 광고 뿐 아니라, 대대적인 ‘공안몰이’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민언련은 ”심지어 <인천상륙작전> 개봉 전날인 지난 7월 26일에는 정전 63주년 특집 다큐 프로그램으로 ‘인천상륙작전의 숨겨진 이야기 첩보전’을 방송하면서 화면 대부분을 ‘인천상륙작전’으로 채웠다”고 지적했다.

앞서 언론노조 KBS본부(이하 KBS본부)는 지난 3일 발표한 성명에서 <인천상륙작전> 관련 홍보성 보도를 거부한 기자 두 명이 징계에 회부됐다고 밝혔다. KBS본부에 따르면 두 기자는 <인천상륙작전>이 관객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고 있음에도 평론가들이 낮은 평점을 준 사실에 대해 비판 보도를 하라는 지시를 받은 후 “편향된 리포트를 할 수 없다”, “개봉 첫 주도 지나지 않아 영화에 대한 평가가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관객과 평론가의 차이를 논할 수 있냐” 등의 반박을 하며 보도를 거부했다.

KBS본부는 “방송편성규약에선 취재‧제작 책임자가 실무자의 취재‧제작 내용이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로 실무자에 대해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취재‧제작 실무자로 하여금 신념과 실체적 진실에 반하는 제작 강요 등을 거부한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며 “현재 회사 측에서 보이는 모습은 방송편성규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KBS 회사 측은 두 기자가 취업규칙 제4조(성실)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인사규정에 따라 보도본부에서 징계를 요청해 관련 부서에서 인사위원회 회부를 검토하는 단계라는 입장이다.

일련의 상황에 대해 민언련은 “KBS 경영진과 보도본부가 자신들이 투자한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공정해야 할 뉴스의 사유화를 시도하고 이를 거부한 실무자를 탄압하기 위해 방송법에 근거를 둔 KBS 편성규약조차 어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