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양각색 영화 프로그램 ‘골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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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스타 소셜클럽’부터 ‘무비썸’까지 취향저격 영화 수다 전성시대

지난 2015년 한 해 동안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만 1176편(영화진흥위원회 2015년 한국영화산업 결산)이다. 다양한 영화만큼이나 영화 정보와 영화평이 넘쳐나는 요즘, 대작과 대중성 있는 작품들 위주로 소개하는 지상파 방송 3사의 영화 프로그램만으로는 다양해진 관객들의 취향을 모두 반영하기 쉽지 않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상파에서 다양한 관객 만큼이나 다양한 취향을 반영한 영화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지상파 방송의 영화 프로그램 중 유일하게 영화 평론을 하며, ‘시네필(Cinephile)’이라고 불리는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시네마 천국>(EBS), 이동진 영화평론가와 김태훈 칼럼니스트가 진행을 맡아 매니아층의 인기를 끌었던 SBS <금요일은 수다다> 등이다. 그러나 두 방송 모두 지난 2014년 종영했다.

아쉬움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최근 상황이 변화하고 있다. 인터넷·모바일과 케이블, IPTV 등에서 다양한 취향을 저격하는 영화 프로그램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들은 깊이있는 영화 평론을 지향하면서도, 대중성도 놓치지 않는다. 

기본 틀은 신작과 신작을 내놓은 감독(배우)을 중심에 둔다는 점에서 여느 영화 프로그램과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동일한 영화를 다룬다 하더라도 진행을 맡는 각각의 평론가들(백은하 기자, 윤성호 감독, 허지웅 평론가, 이동진 평론가, 최광희 평론가 등)의 각기 다른 시각과 비평 스타일, 코너 구성, 함께 얘기하는 파트너 등이 다르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골라보는’ 즐거움을 충족할 수 있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영화 프로그램을 찾아, 남은 주말 취향에 맞는 영화들을 골라보는 건 어떨까.

▲ SCREEN <위클리 영화의 발견>

먼저 영화채널 SCREEN <위클리 영화의 발견>(▷링크)은 2014년 10월 첫 방송을 시작했다. 네이버캐스트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볼 수 있다. 현재 집필과 방송 활동을 모두 활발하게 하고 있는 허지웅 평론가가 진행을 맡고 있으며, ‘다양성 영화’라면 신작뿐 아니라, 예전 영화들도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위클리 영화의 발견>의 “깊이 있는 영화 정보를 가장 빠르게 전달하는” 콘셉트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코너는 바로 ‘영화의 품격’이다. 10분 남짓한 시간 동안, 허지웅 평론가가 기본 줄거리와 함께 각각의 포인트를 짚으며 추천 이유를 설명한다. 평소 호불호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스타일의 허지웅 평론가이지만 일반 시청자와 관객과 시선을 맞추며 설명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허지웅 평론가가 영화계 친분있는 인사들의 작품을 소개할 때 던지는 장난스러운 멘트도 재미를 더한다. 일례로 연상호 감독의 영화 <부산행>에 대해 소개하면서 허지웅 평론가는 “(영화가 흥행 중인데)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싸서 감독이 일확천금의 꿈에 부풀어 있다”고 농담을 던지며 웃음을 끌어낸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하나의 영화(감독)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산행>을 소개하면서 좀비 영화의 역사를 훑고, 영화 <비밀은 없다>를 놓고 확연히 나뉘는 호불호의 포인트를 짚으면서 지극히 장르적 소재를 선택하고도 주류의 문법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경미 감독의 스타일과 함께 ‘아메리칸 뉴시네마’를 설명하는 식이다.

▲ 블로썸TV <무비썸>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영화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면? 블러썸TV의 <무비썸>(▷링크)이 있다. 팬층이 두터운 이동진 영화 평론가가 출연한다. 지난 6월 3일 첫 방송을 시작했고 유튜브와 네이버캐스트에서 볼 수 있다. 

격주로 개그맨 박지선과 싱어송라이터 이지형이 출연하는데, 이동진 평론가 특유의 깊이 있는 분석과 이지형과 박지선(영화 설명이 자세하여 ‘박테일’로 불린다)이 시청자의 눈높이에서 던지는 질문들이 자연스레 어우러져 각기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긴 30분이라는 시간 동안, 마치 라디오처럼 편안한 대화, 트렌드에 맞춘 귀엽고 센스있는 자막들과 효과음 또한 <무비썸>의 매력이다.

또한 <무비썸>에서는 ‘스포일러’가 등장한다. 예를 들면 <부산행> 편에서는 19분 넘게 영화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동진 평론가가 “본격적으로 토크를 시작한다”며 안내판을 들고, 사이렌까지 울린다. 스포일러의 시작을 알리는 대목으로, 제작진은 자막을 통해 몇 분까지 스포일러가 등장한다고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이동진 평론가의 영화 별점과 이전에 소개했던 영화들과의 순위를 보는 것도 관객들의 영화 선택에 도움을 준다.

▲ 올레tv <무비스타 소셜클럽>

KT의 IPTV인 올레tv를 통해 볼 수 있는 영화 프로그램 <무비스타소셜클럽>(이하 <무스쇼>)는 매일 아침 9시, 오후 3시, 저녁 6시, 밤 10시 총 네 차례 방송된다. 매주 목요일 새로운 내용으로 업데이트를 하는 <무스쇼>가 처음 방송을 시작했던 2012년 10월 당시만 하더라도 광고처럼 지나가는 방송을 누가 보겠냐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올레tv의 영화 콘텐츠 이용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만큼 시청자들의 주목도가 높다는 얘기다.

7월 방송을 끝으로 진행자 중 한 명이었던 배우 서준영이 하차하면서 현재 <무스쇼>를 이끄는 이는 백은하 영화전문 기자, 윤성호 영화감독이다. <무스쇼>는 백은하 기자가 배우와 감독을 인터뷰하는 ‘스타 프리뷰’ 외에도 ‘출중한 영화’, ‘틈새무비’, ’사운드 오브 무비’ 등의 코너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각 콘셉트에 맞는 영화를 추천한다.

<무스쇼>의 가장 큰 특징은 시청자들과 함께 방송을 만들어간다는 점이다. 일례로 윤성호 감독이 진행하는 ‘출중한 영화’의 경우 시청자들의 사연을 받아 그 중 하나를 선택한 후 직접 전화 연결을 해 대화를 하면서 어울리는 영화를 추천한다. <무스쇼>는 시청자와 직접 만나는 시간도 자주 마련하는데, 지난 7월 27일에도 시청자들을 초대해 200회 특집 녹화를 진행했다.

▲ Btv <이동진 김중혁의 영화당>

SK브로드밴드에서 운영하는 IPTV인 Btv에서도 지난 5월 영화 프로그램을 런칭했다. 도서 팟캐스트인 <빨간책방>을 통해 명콤비로 자리잡은 이동진 평론가와 김중혁 소설가가 진행을 맡는 <이동진 김중혁의 영화당>은 개봉작 위주의 여느 영화 프로그램과 달리 매회 하나의 주제를 정해 10~20분 가량 얘기를 나눈다.

<이동진 김중혁의 영화당> 첫 방송의 주제는 ‘한국 대표 감독 5인의 데뷔작’이었는데, 봉준호(<플란다스의 개>), 이창동(<초록 물고기>), 박찬욱(<달은 해가 꾸는 꿈>), 홍상수(<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김기덕(<악어>) 감독 등의 첫 작품에 대해 얘기하면서 이후 어떻게 스타일이 변화하거나 이어지며 현재에 이르렀는지 설명하는 식이다.

짧지만, 솔직하고 강렬한 영화평을 기대한다면? YTN 웨더&라이프 채널에서 제작하는 <시네마 레인보우>(▷링크)가 있다. 매주 목요일 방송하는 <시네마 레인보우>는 2014년 5월부터 지금까지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1부에서는 신작 영화 3편을 추천하고 2부 ‘테마 극장’에서는 테마에 맞춘 영화를 소개한다.

<시네마 레인보우>의 연출을 맡고 있는 한택원 PD는 프로그램의 특징에 대해 “날씨 채널인 만큼, 작품성과 흥행성을 ‘날씨 아이콘’으로 표현하여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를 테면 영화 <부산행>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진행자인 최광희 평론가가 작품성 측면에서는 새롭지 않다고 하면 구름을 보여주고, 흥행성에 측면에서는 가능성이 보인다고 하자 ‘쨍쨍한 해’를 등장시키는 식이다.

한택원 PD는 “최광희 평론가의 특징은 ‘직설적’으로 영화에 대해 말한다는 점인데, 그만큼 솔직하다는 게 매력 포인트”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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