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종편 ‘업무정지 3개월’ 처분도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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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투자계획 불이행 TV조선·JTBC·채널A에 4500만원씩 과징금…막말·편파 방송도 ‘주시’

재승인 심사 당시 적어낸 사업계획과 재승인 조건을 준수하지 않아 시정명령을 받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들이 이마저도 이행하지 않아 결국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방통위는 18일 재승인 심사 당시 약속한 콘텐츠 투자계획과 재방비율을 준수하지 않아 지난해 시정명령을 받고도 이 또한 이행하지 않은 TV조선과 JTBC, 채널A 등 종편 3사에 대해 각각 45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결정했다.

종편들이 콘텐츠 투자계획과 재방비율 등의 불이행으로 과징금 처분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재승인을 앞두고 종편 4사(TV조선‧JTBC‧채널A‧MBN)는 승인(2011년) 당시 약속했던 콘텐츠 투자계획과 재방비율 등을 준수하지 않아 방통위로부터 각각 3750만원씩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라는 출범 당시의 장밋빛 목표의 이행은커녕 ‘종합편성’ 채널로서의 정체성조차 분명히 하지 않으며 스스로 적어낸 사업계획의 불이행을 반복하는 종편들에 대해 ‘업무정지’ 처분까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방통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재승인 조건 이행 않고도 TV조선‧채널A ‘적반하장’

방통위는 이날 과천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 2015년 7월 내린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TV조선, JTBC, 채널A에 각각 4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들 종편은 2014년 재승인 심사를 위해 방통위에 제출한 사업계획 중 콘텐츠 투자계획과 재방비율 등을 이행하지 않았다. 2014년 재승인 당시 방통위는 이들 종편에 대해 △사업계획의 성실한 이행 △공정성 확보방안 마련 △연도별 콘텐츠 투자계획 성실 이행 등의 조건을 부과한 바 있다. 이들 종편의 콘텐츠 투자계획 대비 실적은 TV조선 82%(508억 6400만원 중 476억 200만원), JTBC 53.9%(2424억 9700만원 중 1306억 6000만원), 채널A 73.2%(820억 6200만원 중 600억 7200만원)이다.

JTBC의 경우 콘텐츠 투자계획을 이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업계획서에 재방비율을 47.2%로 적어냈지만 실제 재방비율은 48%로 과다했다. JTBC의 불이행 항목이 더 많지만, 같은 기간 JTBC에서 콘텐츠에 투자한 금액이 TV조선과 채널A의 투자금액의 합을 상회할 정도라는 점을 감안해 방통위는 과징금을 감경, 결과적으로 종편 3사 모두에 대해 각각 45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결정했다.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6월 16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열린 제33차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사업계획을 성실히 이행하라는 조건과 함께 재승인을 받은 종편들은 재승인 조건의 불이행은 물론 이로 인한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고도 방통위를 탓하는 모습을 보였다. 방통위에 따르면 TV조선과 채널A의 경우 ‘재승인 조건에 성실히 (사업계획을) 준수하라고 하고 있을 뿐, 어느 정도 준수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기준은 제시된 바 없는데도 방통위가 재승인 조건 위반으로 판단해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또 TV조선은 ‘주어진 여건 내에서 콘텐츠 투자계획을 성실히 준수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으며, 채널A는 ‘재승인 조건을 위반했더라도 위반의 정도와 이행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시정명령은 비례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TV조선과 채널A의 일련의 주장을 대법원은 이미 판결로 논박했다. 대법원은 지난 5월 24일 콘텐츠 투자계획과 재방비율 미준수로 인한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2014년 방통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은 종편 4사가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방송법에서 (방통위로 하여금) 사업계획서를 반드시 심사해 승인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취지를 봐도 신청인(종편)으로 하여금 사업계획서를 성실히 이행하도록 한 승인조건이 단지 권고적이거나 훈시적인 의미에 그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방통위가) 사업계획서에 기재된 내용대로 이행되지 않은 사항을 발견하고 원고(종편)들에게 시정할 것을 명하는 시정명령을 단순히 권고적 의미에 불과하다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사업계획서의 성실한 이행을 요구하는 승인조건을 가벼운 의미로 해석한다면, 이행이 불가능하거나 이행할 의도가 없는 사업계획서로 사업승인을 받은 후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방통위에서) 취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재 수단이 없게 된다”며, 이로 인해 입법 취지의 훼손은 물론 방송발전과 공공복리 등의 침해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서 고삼석 상임위원(야당 추천)이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제시하며 “사업권을 받을 때 방통위에서 조건을 부과하고 이를 성실히 준수하라 하는 것은 100% 준수하라는 의미로 봐야 한다”고 의미를 짚고, “사업자는 90% 이상 준수했다며 성실히 준수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우리(방통위)는 100%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제재하는 것”이라고 원칙을 강조한 이유다.

시정명령 불이행 반복 종편 ‘업무정지 3개월’ 처분, 가능할까

이날 회의에서 방통위는 종편들에 대한 과징금 처분 결정과 함께 TV조선과 채널A의 오보‧막말‧편파방송 등의 방지를 위한 방안 마련을 거듭 촉구했다. 재승인 심사 당시 사업계획에서 적시한 공적책임‧공정성 확보 방안을 외형상으로는 이행하고 있지만, 오보‧막말‧편파방송 심의제재 건수는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TV조선의 경우 오보‧막말‧편파방송 심의조치 건수가 지난 2015년 127건으로 전년(95건) 대비 크게 늘었고, 채널A도 54건에서 67건으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JTBC와 MBN의 경우 각각 16건→7건, 18건→13건으로 심의제재 건수가 줄었다.

김석진 상임위원(여권 추천)은 “올해 상반기 방심위(방송통신심의위원회) 민원접수 처리 현황을 보니 종편 관련 민원이 1021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550건과 비교할 때 대폭 늘어났고, 공정성 위반이 504건이며 객관성 위반도 176건이었다”며 “작년에도 (공정성 등 공적책임 확보 방안 마련에 대한) 이행 촉구를 했고 올해도 다시 하게 됐는데, 이행 촉구만으로 방송의 공적책임과 공정성을 지킬 수 있을지 심각한 회의가 든다”고 말했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최근 한 종편의 (시사토크 프로그램) 진행자가 출연자에게 성매매를 한 일이 있냐고 질문해 물의를 일으켰는데, 이 진행자는 타 종편에서 막말‧편파 방송으로 15회 이상 제재를 받았다”며 “진행자와 출연자에 대해 방통위가 일일이 기용 여부를 말할 권한은 없지만, 공적책임과 공정성 확보 방안을 성실히 이행해 방송품격을 높일 수 있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출연자에게 “성매매 해봤냐” 묻는 TV조선 진행자

▲ TV조선 <박종진 라이브쇼> 8월 4일 방송 ⓒTV조선 화면캡처

이런 가운데 이날 회의에선 종편으로 하여금 공정성 등 공적책임을 제고하도록 하며, 사업계획 불이행의 반복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실효성 있는 제재를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재홍 부위원장(야당 추천)은 “오보‧막말‧편파방송부터 콘텐츠 투자 등 사업계획 불이행의 모습이 아무리 시정을 요구해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악순환의 고리를 한 번 끊는 측면에서 ‘3개월 업무정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송법 제18조 1항 9호에 따라 방통위는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방송사업자에 대해 ‘업무정지 3개월’ 또는 ‘승인 유효기간 3개월 단축’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업무정지 등의 처분이 시청자에게 불편을 주거나 공익을 해할 우려가 있을 경우 동법 같은 조항에 의거, 과징금 처분도 가능하다. 방통위는 지난 2014년에도 이번에도 시청자 불편 야기 등을 이유로 과징금 처분을 결정했다.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방송법 시행령 제70조에 따라 이 경우 방통위에서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 기준은 3000만원이며 사업규모와 위반행위의 정도‧횟수 등을 고려, ±50% 가중 또는 감경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지난해 종편 4사의 방송매출 합은 총 5321억원이다. 반면 이날 과징금 처분을 받은 종편 3사에서 부담해야 할 과징금 합은 1억 3500만원이다. 재승인을 위해 약속한 사업계획을 이행하지 않는 데 따르는 페널티의 값이 매출과 비교할 때 미미한 수준으로, 과징금 처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김재홍 부위원장은 “3개월 업무정지는 매우 어려운 일이긴 하나, 방통위와 시청자들의 잇단 요구에도 (종편들이) 개선을 하지 않을 경우 다시 재정비해 (도입 취지에 맞는) 방송을 시작하라는 의미에서 (향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기주 상임위원(여권 추천)은 “지적을 하는 게 방통위 최종 목표가 아닌 만큼, (문제를) 바로잡는 실천적 액션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어떤 액션이 가능할지, 법적‧행정적 절차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방통위는 이날 콘텐츠 투자계획과 재방비율을 준수하지 않아 재승인 조건을 위반한 종편 사업자 MBN에 대해 시정명령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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