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떠나는 판타스틱 세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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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④책 프로그램에서 추천한 여행을 부르는 에세이들

“무언가를 해라. 잘 되지 않으면 다른 무언가를 해라. 말도 안 되는 생각이란 없다“ -짐 하이타워

추석 연휴에는 모두가 가족을 만나기 위해, 혹은 달콤한 휴가를 즐기기 위해 어디론가 멀리 떠난다. 그러나 모두가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정이 마땅치 않거나 혹은 어떤 계획을 짜는 것조차 귀찮은 이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바로 그런 이들을 위해 ‘집에 가만히 앉아서 여행을 떠나는 방법 매뉴얼’을 준비했다.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말이 된다! 준비물은 상상력이다. 5일이나 되는 긴 추석 연휴동안 술술 쉽게 읽히는 여행 에세이들과 함께 원하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그 길에 묵묵히 ‘책벌레’들의 친구 역할을 해 온 각 방송사의 책 소개 프로그램들이 길잡이 역할을 해 줄 것이다.

■내 방에서 떠나는 ‘마음 여행’

▲ 김진세, 길은 모두에게 다른 말을 건다 ⓒ이봄

가수 박원이 진행하는 EBS FM의 <음악이 흐르는 책방, 박원입니다>(매주 월~토, 오후 4~5시 방송)는 ‘삶은 여행, 삶은 에세이’를 주제로 수요일마다 여행 에세이를 한 편씩 소개하고 있다. 이 중 지난 8월 31일 방송에서 소개된 김진석 신경정신과 박사의 ‘길은 모두에게 다른 말을 건다’는 바쁜 일상 속 ‘번 아웃 증후군(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에 시달려온 현대인들이 추석 연휴를 맞아 마음을 다스리며 읽기에 안성맞춤이다.

산티아고 순례길,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다고 알려진 ‘프랑스길’은 해마다 20만 명의 사람들이 찾아와 고민에 대한 답을 얻고 인생의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장소이다. 책의 제목처럼, 이 길은 순례자 모두에게 다른 말을 건넨다. 순례자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길을 걷고 그러면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는다.

저자 김진세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인생의 오르길만큼 내리막길도 중요하고, 혹시 완주를 못 하더라도 좌절하지 말라”고. 결국 이 책은 ‘마음 여행’을 떠날 독자들에게 건네는 저자의 노하우, 그 자체인 것이다. 그 노하우를 터득하고 실제로 여행을 떠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김진세 지음/이봄/1만 6800원>

▲ 다비드 르 브르통, 느리게 걷는 즐거움 ⓒ북라이프

KBS 1TV에서는 ‘고독한 독서가’를 자처한 방송인 김창완이 매주 화요일 11시 40분 방송되는 <TV책>을 통해 시청자들과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그가 소개했던 수많은 책들 중 ‘추석 연휴에 집에만 있기에는 너무 따분하지 않나’하고 생각하는 이들이 읽으면 좋을 법한 책이 있다. 다비드 르 브르통의 ‘느리게 걷는 즐거움’이다.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저자는 걷기 예찬론자이다. 저자는 ‘걷기 여행은 마음 내키는 대로 떠나고 멈추고 다시 떠나도 무엇 하나 방해하지 않고 발길을 붙잡지 않아서 좋다’고 말한다. 즉, 목적이 없어도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추석 연휴 중 하루 정도는 무작정, 정처 없이 걸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다비드 르 브르통 지음/북라이프/1만 3000원>

■상상은 그만! 진짜 여행 떠나기

혹시 ‘마음 여행’이 단조롭다고 생각하는 이들을 위해 좀 더 ‘버라이어티’한 여행을 권하는 책들을 소개한다.

매주 월~금 저녁 7~9시에 방송되는 EBS FM <북 카페>는 아예 공식 홈페이지에 별도의 공간을 두고 DJ인 서현진 아나운서가 여행 책을 추천하고 있다. KBS 1TV <TV책> 또한 방송을 통해 실제 세계 곳곳을 여행한 이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꾸준히 전하고 있다.

그 가운데 아시아, 동남아시아, 유럽, 남아메리카(남미) 등 4개 대륙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표현해 낸 4가지 책을 엄선했다.

EBS FM <북 카페> 추천- 허영만·이호준 ‘이토록 맛있는 일본이라면’

일본 여행하면 보통 오사카, 도쿄, 훗카이도 등 대도시의 풍경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은 허영만·이호준 두 식객이 지난 2년간 이시카와, 니가타 등 일본 소도시 10곳을 구석구석 누비며 발품을 판 결과물이다. 이 책에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일본 소도시의 매력은 물론, 100년 전통의 소바 전문점 등 숨겨져 있는 보물 같은 식당이나 명소에 대한 정보가 가득하다. 방 안에 앉아서 떠나는 ‘식도락 여행’, 이 책과 함께라면 가능할 것이다. <허영만·이호준 지음/가디언/1만 5000원>

EBS FM <북 카페> 추천- 오동준 ‘하얗게 웃어줘, 라오스’

▲ 오동준, 하얗게 웃어줘 라오스 ⓒ알에이치코리아(RHK)

성과주의의 경쟁사회에서 지친 사람들이라면 이 책에서 느낄 수 있는 ‘나눔’, ‘배려’ 등의 가치에 더욱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 여행을 ‘나를 위해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 책의 저자는 남의 행복을 고민하며 라오스로 여행을 떠났다.

‘치카치카 프로젝트(경제·문화적으로 소외된 개발도상국과 빈곤 지역을 찾아가 칫솔과 치약을 선물하고 치·위생 교육을 실시하는 프로젝트)’의 기획자인 저자 오동준은 총 777일 간 동남아시아 라오스에 머물면서 ‘어떻게 하면 이 곳의 아이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이 세상이 바뀔까?’라는 질문만 막연하게 계속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작은 길을 열어줄 지도 모르겠다. <오동준 지음/알에이치코리아/1만 3000원>

EBS FM <북 카페> 추천- 김이듬 ‘디어 슬로베니아’

파울루 코엘류의 소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에서 주인공 베로니카는 자살을 결심한다. 그녀는 죽기 전 마지막으로 자신의 조국인 슬로베니아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는 글을 쓴 기자에게 편지를 쓰면서 이렇게 탄식했다. “슬로베니아가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몰라. 아무도.”

이 책의 저자인 김이듬 시인도 베로니카처럼 슬로베니아에 주목했다. 1992년 유고연방의 해체와 함께 탄생한 유럽의 신생국으로 아직까지 우리에게는 낯선 나라인 슬로베니아. 그곳에서 3개월이라는 시간을 보낸 작가는 슬로베니아를 두고 ‘사랑하기 좋은 나라’라는 감상을 남겼다.

알프스 산지의 동쪽 산록에 자리해 국토의 대부분이 산지인 슬로베니아의 축복받은 자연이 주는 여유와 상쾌함, 그리고 느림과 여유의 미학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이듬 지음/로고폴리스/1만 4000원>

KBS 1TV <TV 책> 추천- 원대한 ‘엄마는 산티아고’

▲ 원대한, 엄마는 산티아고 ⓒ황금시간

당신은 평소 부모님께 살가운 자식인가? 월간 <PAPER>의 필진이자 이 책의 저자인 원대한은 스스로 ‘딸처럼 살갑고 친구처럼 다정한 아들’이라고 자부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다정한 아들’이 어머니와 단 둘이, 긴 시간 여행한 적은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얼떨결에 ‘모자(母子)가 함께 하는 산티아고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산티아고 풍경 그 자체보다는 산티아고라는 낯선 공간에서 마주한 ‘엄마’라는 존재의 낯선 모습에 주목한다. 결국 저자가 원한 것은 이 책을 보는 독자들이 ‘엄마’라는 존재를 ‘희생하고 인내하는 사람’으로 한정시키기 보다는 ‘짜증내고 투정부릴 수 있는 보통 사람’으로 인식해주는 것이 아닐까. <원대한 지음/황금시간/1만 3800원>

■판타스틱 독서여행

OtvN <비밀독서단> 추천- 이동진 ‘필름 속을 걷다’

‘책벌레’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김국진, 송은이 등 대중들에게 친밀도가 높은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직접 책을 소개하도록 하고 있는 OtvN <비밀독서단> 역시 지난해 10월 15일, ‘시간이 없어 여행을 못 가는 사람들’을 위한 특집을 마련해 여행 서적들을 소개한 바 있다.

▲ 이동진, 필름 속을 걷다 ⓒ예담

이날 방송인 데프콘이 소개한 ‘필름 속을 걷다’는 유명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영화에 대한 애정과 여행자로서의 호기심을 총 집합시킨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이동진이 직접 영화 <러브레터>의 주인공들이 다녔던 중학교나 <이터널 선샤인>의 배경이 된 미국 몬탁의 바닷가를 찾아가 보고 느낀 것을 그 특유의 감수성과 섬세한 시선으로 이 책에 풀어냈다.

<러브 액츄얼리>, <화양연화>의 주인공들과 함께 골목길을 걷고 해변가를 산책하는 것 같은 낭만적인 경험을 하고 싶다면, 바로 이 책을 펼쳐들어 보자. <이동진 지음/예담/1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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