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언론실천선언 42년만에 시민 2143명의 ‘시민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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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언론실천시민선언, 모든 언론인들이 경전의 가치로 새겨야”

“1980년 해직 언론인들이나 언론계 후배들이 ‘자유언론실천선언’의 이념과 목표를 이어받겠다고 밝힌 일은 있지만 시민들이 직접 그 선언의 의미를 되살리겠다고 나선 것은 처음이다.” -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42주년 기념식, 김종철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장

24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42주년 기념식에서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42주년을 맞아 24일 현업 언론인들과 시민들이 함께 ‘2016 자유언론실천 시민선언’(이하 시민선언)을 발표했다. 시민선언에는 △박근혜 정권의 공영방송 지배 청산을 위한 국회의 법적·제도적 해결책 마련 △진실·공정보도 지원 및 불공정·편파·왜곡보도 감시 운동 확산 △현업 언론인들의 단합 및 자유언론·공정방송 실천 과업 매진 등의 요구와 당부가 담겼다.

2143인의 언론인과 시민이 함께한 이날의 ‘시민선언’은 1974년 <동아일보> 기자들이 발표한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의 2016년 판이다. 1974년 <동아일보> 기자 200명은 국가비상사태 선포와 긴급조치 발동 등 박정희 정권의 유신 독재와 권력에 저항하는 기사와 논평을 쓰는 언론인들의 중앙정보부 연행 등 언론 탄압에 맞서서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했다.

▲ 김종철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2주년 자유언론실천선언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언론노조

기념식 사회를 맡은 노종면 YTN 해직기자는 “42년 전 암울했던 유신독재 치하에서 언론계 대선배들이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했다”며 “그리고 42년 전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지금의 언론 현실을 바로잡고 언론 자유를 바로 세우기 위해 2000여 명이 넘는 언론인과 시민들이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은 “1980년 해직 언론인들이나 언론계 후배들이 ‘자유언론실천선언’의 이념과 목표를 이어받겠다고 밝힌 일은 있지만 시민들이 직접 그 선언의 의미를 되살리겠다고 나선 것은 처음”이라며 ‘시민선언’의 의미를 짚었다.

김 위원장은 “‘국정 최고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공영방송인 KBS와 MBC에 공공연하게 ‘청와대 낙하산 사장’을 보내 인사‧편성‧제작권을 독점하려 하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이사회 구성에 ‘특별다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노동조합의 요구를 묵살하는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파탄내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그 결과 KBS‧MBC 등 양대 공영방송과 대다수 언론들이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해버린 오늘의 상황은 자유언론실천선언이 42년 만에 시민들의 힘을 빌려 재탄생하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자유언론·공정언론,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현돼야”

이날 기념식에는 세월호 유가족과 성과퇴출제에 반발해 파업 중인 공공운수노조 관계자, 그리고 한일 정부의 올바른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대학생 등 사회 각 분야의 여러 시민들이 참석해 각자의 입장에서 언론의 현 주소를 진단하고 민주주의의 기인 언론자유를 위한 언론의 스스로의 노력을 촉구하기도 했다.

세월호 희생자 고 임요한 군의 어머니는 “세월호 참사 때 대한민국 언론에 의한 오보와 진실 은폐, 그리고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현실을 목도하며 유가족들 참 많이 아파했지만 소수 양심 있는 언론인들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며 “자유언론‧공정언론이 선언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현돼서 앞으로도 국민의 편에서 세월호의 진실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24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2주년 자유언론실천선언에서 2143명의 언론인과 시민들이 ‘2016 자유언론실천 시민선언’을 발표하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언론노조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시간이 갈수록 노동자 파업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식어가고 있고, 유일하게 보도되는 철도 파업마저도 마치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바라고 그러는 것처럼 ‘왜곡 보도’가 일어나고 있다”며 “왜곡 보도 언론들에 대한 정정‧반론 보도와 손해 배상을 청구하고 있지만 결국 왜곡 보도를 바로 잡는 것은 언론 그 자신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안부 소녀상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 대학생 단체 ‘평화나비네트워크’의 김샘 활동가는 “지난해 12월 28일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이 배제된 채 한일 양국 합의가 이뤄졌는데, 이를 언론에서 ‘대승적 합의’라고 일제히 보도했다”며 “이 문제에 항의하는 할머니들의 목소리와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우리 대학생들이 하고 있는 활동에 언론이 조금 더 관심을 가져서 인권과 평화라는 가치를 함께 지켜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념식에 참석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과 이해동 목사, 함세웅 신부 등 진보 학자‧종교계 인사들도 이날 발표된 ‘시민선언’이 보다 중요한 가치와 의미를 지니길 바란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해동 목사는 “언론 자유가 바로 서려면 42년 전 자유언론실천선언은 물론 오늘 발표된 ‘시민선언’이 모든 언론인들에게 경전적 가치와 의미를 지녀야 한다”며 “언젠가는 언론사들의 신입 기자 채용 과정에 이들 선언의 숙지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포함되길 빈다”고 밝혔다.

최근 복막암 투병 사실이 알려진 이용마 MBC 해직기자도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을 통해 기념사를 보내와 42년 만에 선언이 재탄생하게 된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과 언론인들을 향한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용마 해직기자는 “동아투위 선배들을 비롯한 언론인들이 42년 전 피를 토하며 쟁취한 언론자유가 말살당해 실천선언을 42년 만에 다시 하게 된 상황이 안타깝다”며 “이번 시민선언을 통해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시민들이 언론인들을 계속해서 질책하고 응원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 통일언론상 대상 수상자인 <뉴스타파> ‘목격자들’ 박정남 PD ⓒ언론노조

통일언론상‧안종철 자유언론상 수상자들 “언론자유 수호 위해 더 노력할 것”

이날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42주년 기념식 행사에 이어 2부 행사로 제22회 통일언론상 시상식과 제28회 안종철 자유언론상 시상식이 열렸다.

통일언론상 대상을 수상한 <뉴스타파> ‘목격자들 2부작-개성공단을 말한다’를 연출한 박정남 PD는 “PD는 판단하는 사람”이라며 “대부분의 언론이 개성공단을 조명해주지 않는다는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기획이었는데, 앞으로도 이 사회의 힘 없는 사람들, 어두운 곳을 비추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남북의 10대 청소년들이 소통하는 내용으로 특별상을 수상한 EBS <딱 좋은 친구들>의 수상소감은 해당 방송에 출연했던 탈북 대학생 주일용 씨가 맡았다. 자신을 ‘함경북도 남자’라고 소개한 주 씨는 “고등학생 시절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북한에서의 삶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남한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던 것이 고등학교 시절 최고의 추억이었다”며 말했다.

<딱 좋은 친구들>의 이혜진 작가는 다시 그 공을 남북 학생들에게 돌렸다. 이 작가는 “사실 탈북민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할까봐 방송 출연은커녕 자신이 탈북민임을 밝히는 것조차 쉽지 않다”며 “용기를 내 방송에 출연해서 진정성 있게 임해준 남북 학생들 덕분에 좋은 방송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마찬가지로 특별상을 수상한 울산 MBC <돌직구 40-신불산 빨치산은 말한다>의 이영훈 PD는 “제작 시간과 비용의 한계로 좀 더 좋은 다큐멘터리를 만들지 못해서 아쉬운 점이 많았는데 상을 받게 됐다”며 “‘조국과 민족에 떳떳한 삶을 살았다’고 말하는 빨치산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미처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돼 뜻깊은 제작이었다”고 말했다.

▲ 안종필 자유언론상 본상 수상자인 <뉴스타파> ‘훈장’을 취재한 최문호 기자 ⓒ언론노조

이어 시상식이 진행된 ‘안종철 자유언론상’은 1974년 ‘자유언론실천선언’ 운동을 전개하다 투옥되고 이후 석방된 뒤 3개월 만에 유명을 달리한 고 안종필 선생을 기리기 위한 상으로, 본상과 특별상 두 부문으로 나뉘어 시상이 이뤄졌다.

본상은 대한민국 서훈 72만 건을 전수 조사해 미처 서훈을 받지 못한 독립운동가와 민주화 운동가 등을 재조명하고 정부조차 밝혀내지 못했던 서훈 6만 명의 신원을 밝혀 낸 뉴스타파 <훈장과 권력> 제작팀에게 돌아갔다. 이 기획을 방송에 내보내기 위해 KBS에서 <뉴스타파>로 자리를 옮긴 최문호 기자는 “민주열사인 박종철과 이한열이 나라의 훈장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착안해 대한민국의 훈장을 바로 잡고자 기획했다”며 “상을 받기는 했지만,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모든 분들이 훈장을 받을 때까지 이 기획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별상 수상자인 권석천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다른 분들처럼 생계와 사회적 지위를 걸고 언론 자유를 위해 투쟁한 게 아니라서 상을 받는 게 부끄럽다”면서도 “이기주의와 자기 검열에 빠진 요즘 기자들에게 계속해서 경종을 울리라는 뜻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언론의 자유’라는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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