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들, 막내 기자 경위서 제출 요구에 ‘분노의 릴레이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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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선고가 내려진 MBC 뉴스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

▲ 성명서의 문구는 각기 다르지만 MBC 뉴스를 몰락시킨 보도 간부들에 대한 비판, 그리고 진짜 국민을 위한 방송과 뉴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깊은 책임감이 담겨 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

MBC 기자들이 보도 간부의 불합당한 경위서 제출 요구에 잇따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기자들의 분노와 자성의 목소리가 MBC의 변화를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1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에 따르면 최기화 보도국장은 MBC 뉴스가 부끄럽다며 온라인에 영상을 올린 곽동건, 이덕영, 전예지 기자에게 오는 11일까지 경위서를 제출하라고 지난 6일 편집회의에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 사람은 MBC 보도국 45기 기자로 ‘MBC 막내 기자의 반성문’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유튜브 등에 게재했다. 정권 편향적인 뉴스를 생산하는 MBC의 행태가 부끄러우며, MBC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고 꾸준히 관심을 가져달라는 자성과 당부의 목소리가 담겼다. MBC에 대한 따가운 질책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공영 방송으로서의 책임감을 다하는 방송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여겨졌다. 이들은 김장겸 보도본부장과 최기화 보도국장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영상이 게재된 후 온라인에서 뜨거운 반향이 일어났다.

 

이 가운데 최기화 보도국장이 이 영상을 문제 삼아 3명의 기자들에게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전해지면서 MBC 보도국이 들끓고 있다. 기자들은 기수별로 연이어 성명서를 발표하며 보도 간부들의 책임 있는 자세와 반성, 그리고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성명서의 문구는 각기 다르지만 MBC 뉴스를 몰락시킨 보도 간부들에 대한 비판, 그리고 진짜 국민을 위한 방송과 뉴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깊은 책임감이 담겨 있다.

 

기자들은 “막내 기자들이 경위서 제출을 요구받았다”라면서 “영상물을 제작해 취업규칙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영상물의 제목은 ‘반성문’이다”라면서 “하여 묻는다. 법원에서 공정성을 위반했다고 적시한 뉴스, 매일 타사에 물을 먹는 뉴스는 누가 책임지고 있는가? ‘시청률 2% 뉴스’의 책임자는 무얼 하고 있는가? 반성이 필요한 자가 반성하는 자를 벌하려 하는 것은 무슨 논리인가? 경위서 제출 요구를 철회하라”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기자들은 “내부의 건전한 비판을 징계와 인사로 재갈을 물린 책임자들이 사퇴하고, 권력과 한 몸이 되려는 사람들 대신 권력을 감시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제 자리로 돌아가는 게 사망선고가 내려진 MBC 뉴스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라면서 “경위서를 내야할 사람은 보도책임자”라고 지적했다.

 

기자들은 “MBC뉴스가 이름을 숨기고 비아냥을 듣고, 4년차가 4년째 막내인 경위를 모르겠다면 최소한 당신들이 강조하던 잣대인 시청률에 대해서라도, 그 경위를 밝히십시오”라면서 “경위는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막내들은 용기를 냈을 뿐입니다. 용기 없던 부끄러움을 반성하며 작은 힘을 보탭니다”라고 온라인을 통해 반성문을 게재한 막내 기자들을 지지했다.

 

아울러 “뉴스데스크 시청률 2%대, 취재 현장에서 쏟아지는 ‘엠빙신’이라는 야유, ‘요새 MBC뉴스 누가 보느냐’는 비아냥, 반성문을 써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칩니다”라면서 “안타깝게도 우리 뉴스에 지킬만한 명예는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오로지 후배들이 했던 처절한 반성만이 우리의 명예를 다시 세울 수 있는 길입니다. 현재 땅에 떨어진 시청자들의 신뢰는 이런 반성 없이는 회복될 수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아래는 9일 오후 9시 기준 성명서를 올린 기자들이다.

 

권희진 김현경 김혜성 노재필 민병호 박찬정 박충희 왕종명 이재훈 전봉기(이상 33기) 권혁용 김우철 김재영 김정원 노경진 백승우 서현권 양윤경 이형빈 장준성 정규묵 정시내 현영준(이상 35기) 김세진 김준석 박민주 박영회 윤효정 이명진 이필희 이호찬 임명현 장미일 전훈칠 조효정(이상 36기) 김경호 남상호 박선하 신지영 유충환 이정은 전준홍 조윤정 최훈(이상 37기) 강연섭 김지경 엄지인 이학수 전종환 정준희(이상 38기) 강나림 고은상 김재경 박종욱 서유정 남재현 박주린 박주일 신정연 이용주 이지선 임소정 임현주 전동혁 현기택(이상 39기) 공윤선 김민욱 서혜연 양효걸 이남호 임경아 조의명(이상 41기) 송양환 오현석 장인수 정진욱 조국현 조재영 조현용(이상 40기) 곽승규 김정인 나세웅 남형석 박소희 염규현(이상 42기) 손병산, 배주환, 이준범, 박진준(이상 4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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