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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뚫은 ‘판듀’...PD가 밝힌 한류 예능의 새로운 길

“경쟁 심한 한국...좋은 프로그램 많아” [인터뷰] 표재민 기자l승인2017.02.10 11: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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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문화 콘텐츠 강국이라는 크레딧(credit, 명성)이 생기기 시작한 거다.”

 

SBS 인기 예능프로그램 <판타스틱 듀오> 연출자인 김영욱 PD는 최근 머나먼 스페인을 다녀왔다. <판타스틱 듀오>의 정식 스페인판이 TVE의 4월 방영을 확정하고, 사전 제작에 들어갔기 때문.

 

김 PD는 원작자로서 제작 틀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돌아왔다. 흔히 말하는 플라잉 PD(flying PD) 일을 했다. 스페인뿐이 아니다. <판타스틱 듀오>는 세계적인 포맷 회사인 Banijay International과 배급 대행 계약을 맺고, 전세계로 뻗어나가는 중이다. 한류 열풍의 시작인 아시아가 아니다. 사실상 한국 방송 수출 불모지였던 유럽이 주목한다. 이탈리아는 오는 5월 시범 방송을 앞두고 있고 영국, 프랑스, 포르투갈 등에서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판타스틱 듀오>는 가수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노래 실력을 뽐낸 일반인과 함께 무대를 만든다. 원곡자보다 노래를 잘하는 우리 이웃들의 모습이 격한 감동을 안긴다. 원곡자와 일반인이 함께 만들어가는 무대는 전율을 선사한다. 시즌 1이 인기를 끌었고, 조만간 시즌 2로 돌아온다.

 

<런닝맨>으로 중화권에서 대박을 터뜨린 SBS는 <판타스틱 듀오>로 또 다시 한류 예능을 이끌 조짐이다. 사드 배치를 빌미로 중국 정부의 한류 콘텐츠 제재가 심화된 가운데, 한국 콘텐츠의 시장성을 넓히는 단비 같은 소식이다. 그동안 아시아를 넘어 새로운 한류 시장 발굴에 나섰던 SBS는 <판타스틱 듀오>라는 또 다른 ‘한류 우량아’를 내놓는데 성공했다. 아래는 시즌 2 준비로 한창 바쁜 김영욱 PD와 나눈 대화다.

▲ "현지 제작진과 함께 고민하고 함께 홍역을 앓다 왔다. 현지에 맞춰 대응을 하더라도 우리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지향점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기획의도와 프로그램의 방향을 지켜야 했는데, 혹시나 흔들릴까봐 걱정돼 잠도 못 잤다." ⓒ SBS

스페인판 사전 제작에 참여하고 왔는데, 우리와 방송 환경이 달라서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걱정을 하면서 갔는데, 현지 제작진이 많은 노력을 했더라. 내 프로그램이니까 내가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하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방송 환경이 정말 달랐다. 자체 제작인 우리와 달리 스페인은 외주 제작사가 방송사에 프로그램을 납품하는 구조다. 방송이 시작되기 전에 모든 방송을 만들어야 한다. 어떤 간접광고(PPL)도 할 수 없고, 어떤 프로모션도 할 수가 없다. 그 나라 방송법상 불법이라고 하더라. 그리고 제작사와 연예인의 관계 역시 우리와 달랐다. 내가 우리 방식대로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내가 시즌 1을 제작하면서 겪었던 일들이 아닌 그 나라 현지 사정상 발생하는 새로운 난관을 경험했다. 현지 제작진과 함께 고민하고 함께 홍역을 앓다 왔다. 현지에 맞춰 대응을 하더라도 우리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지향점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기획의도와 프로그램의 방향을 지켜야 했는데, 혹시나 흔들릴까봐 걱정돼 잠도 못 잤다.

 

다행히 현지 제작진도 우리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를 명확히 알고 있었다. 우린 평범한 사람들이 오디션을 치르겠다고 나오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가수가 되기 위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냥 자신만의 ‘인생 노래’를 부르기 위해 나온 거다. 현지 제작진도 무대는 가수의 것이 아닌 부르는 모든 사람의 것이라는 우리의 기획의도를 공감했다. <판타스틱 듀오>가 지향하는 기획의도를 높이 평가했다. 현지 제작진도 그 지향점을 포기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출연자 중에 청각 장애인인데 수화로 노래를 하는 분도 있다. 세계 공통의 감동이 아닐까. 그들이 사전에 우리 프로그램을 참고해 섭외에 공을 들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송 환경이 많이 달라 난감했지만 그래도 우리 정서와 맞는 부분이 있었고, 현지 제작진만의 구성 방식 중에 괜찮은 아이디어가 많았다.

 

현지 제작진이 풀어놓는 아이디어 중에 어떤 점이 좋았나.

 

스페인 체류 내내 우리 프로그램과 다른 성격으로 변질될까봐 두려웠다. 일정이 맞다면 녹화까지 보고 오고 싶었지만 사전 제작 준비만 도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우리도 참고할 만한 그들만의 제작 방식이 있었다. 스페인은 촬영 스튜디오에 음향을 맡아줄 밴드가 없었다. 처음에는 납득할 수 없었다. 녹음을 해서 가수가 노래를 부를 때 넣는다고 해서 당황했다. 생동감 있는 음악을 위해 현장 밴드가 중요한데 사전 녹음이라고 하니 불안했다. 내가 불안해하니 녹음 스튜디오를 보여주더라. 전문 스튜디오인데 정말 좋은 음질의 음악이 나오더라. 현장 밴드와 다른 성격의, 완성도 높은 음악이 나오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

▲ "결국 우리는 똑같은 '방송쟁이'였다. 같은 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방송 환경이 달라도 금방 통하더라. 서투르게 이야기를 해도 결국 좋은 방송을 만들겠다고 고민하고 머리 아픈 것은 똑같았다." ⓒ SBS

가수가 세 명의 출연자 중에 한 명을 선택하는 과정이 있지 않나. 가수가 버튼을 누르고 MC인 전현무 씨가 긴장감을 형성한다. 그런데 현지 제작진은 제작 시스템이 부족하다고 버튼을 쓰지 않고 가수가 그냥 말로 하겠다고 하더라. 또 당황했지만 대안을 찾아야 했다. 버튼 없이 긴장감을 어떻게 형성할지 연구해야 했다. 현지 제작진이 제안한 아이디어는 버튼 누르기 대신에 상응하는 배경음악을 깔고 가수가 바로 선택하는 구성이었다. 어떻게 보면 더 잔인하다. 같이 회의를 하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결국 우리는 똑같은 ‘방송쟁이’였다. 같은 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방송 환경이 달라도 금방 통하더라. 서투르게 이야기를 해도 결국 좋은 방송을 만들겠다고 고민하고 머리 아픈 것은 똑같았다.

 

플라잉 PD로 다녀온 후 연출자로서 달라진 게 있나.

 

모든 직장인이 그렇듯 일하면서 동료들과 아쉬운 점도 이야기하고 툴툴거리지 않나. 그런데 나는 방송사라는 네트워크 안에서 제작을 하고 있다. 나와 함께 일하는 제작진이 내가 의도하는 연출 방향에 대해 이해하고 그 자리에서 같이 논의를 한다. 그런데 스페인 현지 제작진은 뭐든 하나라도 하려고 하면 정말 많은 사람들을 설득해야 했다. 상당히 제한적인 환경에서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우리는 고민하고 결정을 내리는데 빠르지 않나. 우리는 세계적으로 빠른 LTE 속도만큼 뭐든지 ‘빨리 빨리’ 할 수 있는 나라다.(웃음) 그런데 유럽은 그렇지 않았다.

 

감회가 새로웠다. 내가 조연출일 때 <보야르 원정대> 제작에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가 포맷 수입을 해서 만든 거다. 이번에 포맷 계약 중개를 해준 회사가 그 <보야르 원정대> 판매를 했던 회사다. 포맷을 수입하던 나라가 수출을 했다.

▲ 물론 그 선두에 <런닝맨>이 있었다. <런닝맨>을 만들었던 방송사인 SBS에 <판타스틱 듀오>라는 음악 프로그램이 있다고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 같다. 한국이 문화 콘텐츠 강국이라는 크레딧(credit, 명성)이 생기기 시작한 거다. ⓒ SBS

<판타스틱 듀오>가 해외에서 많은 러브콜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판타스틱 듀오>는 문화 차이를 느끼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아무리 대박이 나도 한국에서만 통하는 정서의 프로그램이어서 포맷 수출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노래를 싫어하는 민족이 없지 않나. 정도의 차이지만 모두 노래를 좋아한다. 그리고 가수의 팬으로서 관객석에 있다가 무대 위로 올라오는 순간의 감동에 해외가 주목하는 것 같다. 우리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리 연예인 지망생이 아니다. 빵을 굽는 아주머니부터 택시 기사, 배관공 등이 출연해 꿈에 그리던 가수와 무대에서 함께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감동인 거다. 또 스마트폰을 통해 예선을 치른다는 점도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새로운 흐름에 대한 관심과 부가 가치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것 같다. 트렌드와 대중문화가 맞물려 있으니까 높은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유럽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중국의 한류 제재 속 우리 콘텐츠 시장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중국이라는 큰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겠지만 유럽에서 정식으로 포맷이 판매되고 방송을 앞두고 있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제 한국에서 어떤 프로그램이 나온다고 하면 전세계 제작진이 관심을 갖는다는 의미다. 콘텐츠가 약한 나라는 우리가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면 유심히 보고 있다. 나도 몰랐던 한국의 설날,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을 해외 제작진이 관심을 갖는 경우도 있더라. 그만큼 한국 콘텐츠 시장이 인정받고 있다. 물론 그 선두에 <런닝맨>이 있었다. <런닝맨>을 만들었던 방송사인 SBS에 <판타스틱 듀오>라는 음악 프로그램이 있다고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 같다. 한국이 문화 콘텐츠 강국이라는 크레딧(credit, 명성)이 생기기 시작한 거다.

▲ 글로벌제작사업팀 사람들이 불철주야로 전세계를 다니면서 우리 프로그램 포맷을 미국과 유럽 등 해외 곳곳에 팔기 위해 전담하고 있다. 이렇게 전담자가 없으면 <판타스틱 듀오> 포맷 판매도 이뤄지지 않았을 거다. ⓒ SBS

외국인이 봤을 때 우리나라는 경쟁이 심해 제작진이 머리를 쥐어짤 수밖에 없어 좋은 프로그램이 나온다는 인식을 가졌다는 게 중요한 거다. 만약에 우리나라가 삽으로 땅을 파면 기름이 나오고 밖에 나가면 열매가 주렁주렁 있는 나무가 가득해 굶어죽지 않는 환경이라면 이런 좋은 콘텐츠가 나오지 않았을 거다. 방송 채널도 많고, PD라는 명함을 파고 다니는 사람은 더 많다. 그러니 경쟁이 심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좋은 프로그램이 나오는 거다. 먹고 살기 힘든 나라라, 우리 안에서 경쟁해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면 해외에서 인정해주는 것 같다.

 

여기에 우리는 제작진의 아이디어를 빠르게 구체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 해외는 아이디어가 있어도 거대 자본이 뒤에 있는 스타 PD가 아닌 이상 바로 구체화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더라. 그래도 방송사 소속 PD인 우리는 회사에서 명절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라고 한다. 뭐라도 만들어서 그 중에 하나씩 대박이 터지는 거다.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는 방송 환경이 존재하고, 그 덕분에 새로운 판로가 열렸다고 생각한다. 방송사가 방송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고 있다는 게 부가가치를 만드는데 있어서 유리하다.

 

이번 기회로 새로운 한류 열풍의 길을 찾았나.

 

나는 아직 시작이다. 문고리를 겨우 잡았고, 문을 열지도 못했다. 다만 우리 프로그램이 유럽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는 게 뿌듯했다. 플라잉 PD로 가서 마치 내가 내 새끼를 양부모한테 입양시키며 부탁하는 기분이었다. 현지 제작진이 죽기 살기로 열심히 제작을 하니까 고마웠다. 다녀온 후에도 계속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제작상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SBS가 <런닝맨>을 계기로 해외 포맷 판매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글로벌제작사업팀 사람들이 불철주야로 전세계를 다니면서 우리 프로그램 포맷을 미국과 유럽 등 해외 곳곳에 팔기 위해 전담하고 있다. 이렇게 전담자가 없으면 <판타스틱 듀오> 포맷 판매도 이뤄지지 않았을 거다. 좋은 콘텐츠를 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한 노력을 그 분들이 하고 있다. 글로벌제작사업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판타스틱 듀오>가 시즌 2로 돌아온다. 노래 예능이 참 많은데도 소구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노래를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시청자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인 것 같다. 순댓국을 파는 아주머니가 원곡자보다 노래를 잘한다. 노래를 같이 부르는 감동도 존재하지만 일상에 파묻혀 사는 분들이 누구나 자신만의 장기가 있고 끼가 있다는 점을 <판타스틱 듀오>는 보여준다. 누구나 ‘스타’라는 것, 누구나 ‘매력’이 있다는 것, 굳이 전문 가수가 아니더라도 ‘에너지 넘치는 무대 장악력’을 가졌다는 것을 <판타스틱 듀오>에서 보여준다. 그게 <판타스틱 듀오>다.

 


표재민 기자  jmpy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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