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국민면접’, ‘썰전’ 제쳤지만 정책 빠진 아쉬운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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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따져보기] 예능에 치중해 핵심 정책 검증 누락

SBS가 12일 방송된 <대선주자 국민면접> ‘문재인 편’으로 7.3%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하며 앞서 대선주자 검증 프로그램을 방송했던 MBC를 두 배 가까운 수치로 제쳤다(MBC <대선주자를 검증한다> ‘문재인 편’ 시청률 4.0%(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2049 시청률(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에서는 4.4%을 기록한 JTBC <썰전> 문재인 편보다도 높은 5.3%가 나왔다.

높은 시청률이 반증하듯이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상당했다. 특히 5부작 시리즈의 첫 주자가 현재 대선주자 중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여서 더 그랬다. 시청자들은 물론이고 일부 연예인이 방송을 시청하고 SNS에 시청소감을 남길 정도였다.

프로그램이 받은 높은 관심에는 ‘면접’이라는 독특한 형식이 한 몫 했다. 그것도 ‘국민 면접’이었다. ‘국민이 묻고 대선주자가 답한다’는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고 SNS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취합한 국민들의 질문을 강신주 철학박사, 김진명 소설가, 전여옥 전 의원, 진중권 교수, 허지웅 칼럼니스트 등 5인의 면접관이 대선 주자에게 직접 질문했다.

▲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편 ⓒSBS

‘국민 면접’이라는 독특한 형식 덕분에 시청자들은 앞서 방영됐던 대선주자 검증 프로그램이나 토론 프로그램에서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경험할 수 있었다. 유력 대선 후보로 꼽히는 문 전 대표가 이력서를 수기로 작성하고 증명사진을 부착하는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은 동질감을 느꼈을 것이다. ‘지원자’로 나선 그가 면접관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아유, 장난이 아니네요’하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랬을 것이다. 이런 일련의 모습들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대선주자들에게 주지시킴과 동시에 국민들 대다수가 느껴 본 취업의 어려움을 대선주자들도 느껴보게 하겠다는 제작진의 ‘깊은 의도’를 보여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런 ‘의도’는 방송에서도 잘 드러났다. ‘국민들이 차기 대통령에 바라는 역량’을 주제로 진행된 역량 면접에서 문 전 대표는 리더십, 소통, 위기관리 등 세 가지 항목을 토대로 능력을 검증받았다. 여기서 날카로운 질문도 다수 이어졌다. ‘안철수, 김종인, 이분들처럼 같이 일하다 떠난 사람들이 많다. 같이 있을 수 없어서 나가는 것 아니냐’, ‘국민들이 지금처럼 ‘대통령 물러나라’고 하며 촛불집회 열면 물러나겠느냐’(이상 소통 능력 질문), ‘호남에서 지지받지 못하면 정계 은퇴한다고 하지 않았나’, ‘(문 전 대표가 몸담았던) 참여정부보다 잘 할 것 같냐’(이상 리더십 질문) 등이 그 것이었다.

특히 누구보다 국민들이 본인의 입으로 해명을 듣고 싶어 하는 부분인 문 전 대표의 여러 논란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가령 친문패권주의나 3철 비선 논란, 금괴 200톤 보유 논란, ‘당선되면 미국보다 북한에 먼저 가겠다’ 등의 발언으로 인한 종북 논란 등에 대한 질문이 던져졌고, 이에 대해 문 전 대표의 가감 없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위기관리 능력 점검 부분은 <대선주자 국민 면접>의 ‘킬링 포인트’였다. ‘IS에 의해 지하철이 테러를 당했고, 국민들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데 대통령으로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하는 질문이 문 전 대표에게 떨어졌다. 국민들의 생명과 테러범과의 협상, 상충하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서 답변해야 하는 아주 어려운 질문이었고, 이에 대해 대선주자로서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문 전 대표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꽤나 흥미로웠다.

▲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편 ⓒSBS

‘농담 따 먹기’식 악성댓글 소개? ‘공무원 81만 명’ 공약 등 핵심 공약 파고들었어야…‘아쉬움’

프로그램 전체를 통틀어 기존의 대선 TV토론이나 대선주자 검증 프로그램과의 차별화를 꾀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특히 ‘대통령 선거’라는 최대 정치 이슈를 예능 요소를 가미해 풀어낸 것은 오래 전부터 문제로 지적돼 왔던 20~30대 정치 무관심을 해소할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5.3%라는 높은 2049 시청률을 통해서 알 수 있듯 SBS의 시도는 어느 정도 빛을 발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예능적인 부분에 치중하다보니 정작 중요한 정책 검증에서는 놓친 부분이 많아 아쉬움이 남는다. 문 전 대표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탈원전 문제나 한국 정치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인 적폐 청산, 북핵 문제 등에 관해 질문이 나왔고 이에 대해 문 전 대표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었지만, 일부 핵심 공약이나 정책에 대해 심도있는 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

예를 들어 ‘공무원 81만 명 증원’ 공약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이 일고 있고, 따라서 문 전 대표 본인이 좀 더 명확히 해명해야 할 부분이다. 그런데 <대선주자 국민면접>에서는 ‘2:1 압박면접’ 코너를 통해 공약 이행을 위한 예산 부분만 간략하게 짚은 뒤 넘어갔다. 이후 문 전 대표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은 (예산이) 22조 원 소요됐다’고 한 데 대해 ‘그건 일시적인 사업이지만 공무원 증원 공약은 그렇지 않다’는 반박이 있었고, 다시 문 전 대표가 ‘청년 인구 급감에 맞춰 이 정책을 몇 년 만 시행해주면 된다’고 재반박하는 도중에 화면이 전환됐다. 이미 여러 언론 보도나 네티즌들에 의해 지적되고 있는 ‘산만한 편집’ 문제가 바로 이 것이다.

이는 앞서 방송된 JTBC <썰전>에서 이 공약에서 정확히 어떤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증원하겠다는 건지, 증원된 일자리가 과연 양질의 일자리일지, 민간 부문 일자리 창출이 우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등의 꼬리 질문을 통해 핵심 공약을 다각도로 심층 분석한 것과 대조해 보면 더욱 아쉬운 부분이다.

여러 대선 주자들이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교육제도 개혁에 관련해서는 아예 질문하지 않았다. 대신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학에 국민들이 분개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가십성 질문만 했다. 여기에 문 전 대표가 ‘교육부의 권한을 축소하고 초‧중등 교육을 지방교육청으로 분권화 해야한다’라고 대답하며 자신의 교육정책 공약에 대해 언급했으나, 그보다는 지원자 본인이 최근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주장한 교육부 폐지와 국가교육위원회 신설을 먼저 언급하며 공약 제시 이유, 현실성 등에 대해 면접관들이 심층적으로 질문하고 이에 대해 답변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적절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질문도 나왔지만 문 전 대표가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인물이 바람직하게 경영할 수 있도록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법안을 발의했다’ 정도로 간단히 답변하고 넘어갔다. 앞서 방송된 타 방송사의 대선주자 검증 프로그램에서 언급되지 않은 문제를 언급이라도 했다는 점에선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지만, 언론사인 SBS가 언론 관련 핵심 현안에 대한 유력 대선 주자의 생각을 충분히 들어보고자 시도하지 않은 점은 확실히 아쉽다.

▲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편 ⓒSBS

무엇보다 SBS 자신이 <SBS 스페셜> ‘대통령의 탄생’ 편(2월 5일 방영)에서 짚었던 대선주자 검증 포인트 중 일부를 검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가장 큰 아쉬움이 생긴다. <SBS 스페셜>은 해당 방송에서 문 전 대표의 검증 포인트로 참모형 수동적 리더십, 외교‧안보관, 사드배치 입장 등 3가지를 꼽았다. 이 중 외교‧안보관 등에 대해서는 검증을 했지만 나머지 2개에 대해서는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 적어도 SBS가 스스로 제시한 검증 포인트는 <대선주자 국민면접>에서 검증해 보였어야 하는 것이 맞다.

이렇다 보니 나름의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 넣은 대선주자가 직접 악성댓글(악플)을 읽는 코너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고, 큰 효용가치도 없었다. 방송에 소개된 댓글도 ‘첫 끗발이 개 끗발, 문재인 얼마 안 남음’ 등 대부분 대선주자를 단순 비방하기 위한 악의적 의도로 작성된 것이거나 소위 ‘농담 따 먹기’에 가까운 것들이어서 문 전 대표 본인도 대수롭지 않게 답변하고 넘어갔다.

물론 방송 이전 여러 대선주자 검증 프로그램이나 토론 프로그램에서 이미 언급된 내용들이어서, 혹은 좀 더 폭 넓은 연령대의 시청자가 편하고 즐겁게 시청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소 어려운 내용은 좀 덜어내고, 예능적 요소를 가미해 조금 편안하고 가벼운 분위기로 프로그램을 만들었을 수는 있다. 그게 제작진의 기획 의도이자 전략일 수 있다. 기대 이상의 시청률이 나온 것을 보면 그 전략은 통했고, 분명히 대선주자 검증 프로그램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그러나 ‘검증하겠다’고 도전장을 내민 만큼, ‘재미’와 ‘내실’을 동시에 추구했다면 좀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못내 지울 수가 없다. <SBS 스페셜> ‘대통령의 탄생’ 편으로 인해 <대선주자 국민면접>에 대한 기대치가 한껏 높아져 있던 상황이었기에 더 그렇다.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을 보며 KBS <대선주자에게 듣는다>나 MBC <대선주자를 검증한다>가 생각나지 않는 것은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힐링캠프>(2016.2 종영)가 생각나서야 되겠나.

아직도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여부는 안개 속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국민의 염원을 담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되고, 향후 서너 달 내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앞으로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등도 <대선주자 국민면접> 출연을 앞두고 있다. 남은 4명 대선주자들의 면접은 좀 더 ‘속 시원하게’ 치러져서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이 조기대선을 앞둔 국민들에게 바른 길잡이가 돼 주길 기대해 본다.

한편, 지난 12일 첫 방송된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은 13일(월)~16일(목)까지 매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된다. 안희정, 이재명, 안철수, 유승민 순서로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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