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묶인 언론장악방지법과 MBC 차기 사장 선임 강행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BC 구성원들, 청와대 방송 두고 보지 않는다

▲ 공영방송인 MBC는 중립적이지 않은 여야 추천 비율로 인해 정치 권력 개입에 취약한 구조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악용해 고강도의 방송 통제로 여론을 호도했다.ⓒ 언론노조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울 언론장악방지법은 발이 묶여버렸다. 설상가상 MBC는 ‘청와대 방송’을 이어갈 전혀 새롭지 않은 ‘낙하산 사장’이 내려올 위기에 처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이하 방문진)가 오는 23일 차기 사장 선임을 강행한다. 공영방송 회복을 위해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위원장 김연국)는 사장 후보 3인이 왜 자격 미달인지에 대해 상세히 밝히며 반발하고 있다.

 

MBC본부는 22일 노보를 통해 권재홍 부사장, 문철호 부산MBC 사장, 김장겸 보도본부장이 MBC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훼손한 장본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본부는 방문진에게 MBC 사장 선임 자격이 없다면서 “이들 3명은 오늘날 MBC를 처참하게 추락시킨 장본인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본부는 우선 권 부사장에 대해 “파업 과정과 이후 보도 부문 조합원들에 대한 해고와 무더기 징계, 대규모 부당전보를 사실상 주도했다”라면서 “회사 인사위원장 역할을 겸하는 부사장에 오른 이후에도 인사평가 최하 점수 강제 할당과 강제 교육, 징계, 부당전보 등을 수시로 자행하며 조직파괴에 앞장섰다”라고 규탄했다.

 

이어 문 사장이 2011년 보도국장으로 불공정 보도를 일선에서 지휘했다고 주장했다. 본부는 “2012년 1월 기자회의 제작거부와 노동조합의 170일 파업을 촉발시킨 직접적 책임자”라면서 “당시 그는 공정보도에 대한 구성원들의 요구를 시종 묵살하고 위로 아래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라고 지적했다.

 

본부는 김 본부장에 대해 “2011년 이후 MBC 뉴스 파탄의 주역이자 총책임자”라면서 “김재철 사장 취임 직후 정치부장으로 임명돼 각종 정치 이슈와 선거 관련 보도를 편파적으로 지휘했다”라고 꼬집었다. 또한 “김장겸 보도국장 체제에서 현직 기자들을 상대로 한 설문 조사 결과 MBC 뉴스는 영향력 0.7%, 신뢰도 0.5%의 참담한 오명을 뒤집어썼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방문진은 지난 16일 MBC 사장 공모 지원자 14명 중에 심사와 표결을 통해 면접 후보자 3명을 압축했다. 방문진은 오는 23일 주주총회에서 사장 내정자를 선임한다. 차기 사장 임기는 2020년까지다.

 

MBC본부는 현재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을 비롯해 여권 추천 이사 6명이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극우 성향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사장 선임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제기한다. 방문진은 여당 추천 인사 6명, 야당 추천 이사 3명으로 구성돼 있다. 공영방송인 MBC는 중립적이지 않은 여야 추천 비율로 인해 정치 권력 개입에 취약한 구조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악용해 고강도의 방송 통제로 여론을 호도했다.

 

MBC본부가 이번 차기 사장 임명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이유다. 현재 방문진 이사 구성으로는 또 다시 편파적인 성향의 사장 선임, 그로 인한 MBC의 공정성과 독립성의 더 큰 추락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 야당 추천 이사 3명(유기철, 이완기, 최강욱)이 아무리 반발해도 다수제에 따라 번번히 여당 이사들의 일방적인 의견이 관철되고 있다. 이번 사장 임명 강행 표결 때도 야당 추천 이사들은 표결 거부 말고는 실효적인 반발이 없었다.

 

MBC본부를 비롯한 언론계는 국회에 계류 중인 방송관계법 개정안 일명 ‘언론장악방지법’을 통해 공영방송 지배 구조를 공정하게 개선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영방송 사장 선임 권한이 있는 방문진과 KBS 이사회 구성에 있어서 중립성을 이뤄내자는 게 법안의 핵심 골자다.

 

개정안은 여당 추천 이사 6명, 야당 추천 이사 3명 등 9명으로 구성돼 있는 현행 방문진 이사진을 여당 추천 이사 7명, 야당 추천 이사 6명으로 개편하자는 내용이다. 사장 선임은 다수결 제도가 아닌 3분의 2의 찬성으로 하는 특별 다수제 도입으로 여야의 균형 견제가 가능하도록 개선하고자 한다. 이 개정안은 현재 자유한국당의 반발로 발의 후 7개월 넘게 법안 처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영방송 독립성과 중립성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지배 구조 개선이 시급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MBC본부는 23일을 '분노의 날'로 정하고 적극적인 투쟁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MBC 구성원들은 23일 오후 1시 여의도 방문진 앞에서 차기 사장 선임 규탄 집회를 개최한다. 같은 날 오후 6시30분에는 상암 MBC 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연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