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스페셜’, 정보공개청구의 허와 실을 파헤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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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따져보기] SBS 스페셜 ‘시크릿 공화국, 감시로부터의 자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2항에 이렇게 명시돼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기엔 너무 민주적이지 못하고, 권력은 국민들 손에 없다. 대한민국 권력자들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악용해 정보를 독점하고, 시민들을 감시‧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거대한 ‘판옵티콘’이다.

지난 19일 방영된 <SBS 스페셜> ‘시크릿 공화국, 감시로부터의 자유’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얼마나 견고하고 폐쇄적인 판옵티콘 속에 살고 있는지 4가지 사안과 관련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2016년 12월 28일의 한일 위안부 합의, 월성 원전 1호기 지역 방사능 문제, 비아그라와 감초‧태반‧백옥주사 등 청와대의 물품 구입 내역, 그리고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의문들까지, <SBS 스페셜>은 국민들이 알고자 했고 접근하고자 했지만 절대 접근할 수 없었던 정보들에 손을 뻗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는 지상파 방송사라 하더라도 ‘정보’에 접근하기 힘든 것은 매한가지였다. 청와대를 비롯한 행정기관에 그 어떤 정보를 청구해도 대다수의 경우에 ‘비공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대한민국은 ‘정보공개청구제도’를 통해 국민이라면 누구나 행정기관이 보유한 정보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고, 이 제도에 의하면 공공기관은 12일 이내에 공개 여부를 결정할 의무가 있지만, <SBS 스페셜>을 본 시청자들은 알 수 있었다. 그 제도가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것을 말이다.

▲ 'SBS 스페셜' 시크릿 공화국, 감시로부터의 자유 편 방송화면 캡처 ⓒSBS

<SBS 스페셜>에서 드러난 대한민국 정보공개청구제도는 유명무실할 뿐만 아니라 썩기까지 했다. 국민의 요구를 묵살한 채 권력자들이 정보를 은폐해도 처벌할 방법이 없다. 청와대가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기록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해 30년 간 공개되지 못하도록 만들어도, 우리 국민들은 현재로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세월호 참사 3주년이 다 돼 가지만 아직도 생존 학생 준혁이는 ‘(그 날) 대통령이 (어디서) 뭘 하고 있었나’ 궁금해 하고 있고,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는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윤병세 외교부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알려달라고 울부짖고 있다. 스웨덴은 외국인에게도 총리의 크리스마스 식사 메뉴, 비용, 참석자 명단 정보를 제공하는데, 우리는 도대체 어느 나라 국민인가.

지난해 6월 박 대통령은 정부 3.0 국민체험마당 개막식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작은 정보와 데이터도 개방하고 공유하며 정부와 민간, 중앙과 지방, 정부 부처 간 긴밀한 소통과 협업을 통해서 국민의 삶을 보다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데 매진해 왔습니다.” <SBS 스페셜>도, 방송을 시청한 시청자도 묻는다. 박 대통령의 이 말은 어느 나라 국민에게 하는 말이냐고. 언제쯤 국민의 질문을 받을 거냐고 말이다.

질문 받지 않는 대통령, 정보를 은폐하는 권력. 이들이 원하는 것은 국민이 무지해지는 것, 행동하지 않는 것이다. 국민이 무기력하게 권위에 복종해주기를 바란다. 당신이 혹시 <SBS 스페셜> ‘시크릿 공화국, 감시로부터의 자유’ 편을 시청했다면, 아니면 최소한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나쁜 권력’이 원하는 그런 국민은 되지 말아야 한다. 조기대선을 앞둔 다가올 대한민국에선 권력자들의 이런 바람이 통하지 않도록, 그런 바람을 갖는 권력자가 없도록, 계속 저항하고 요구해야 한다. 그것이 주권자로서 국민에게 주어진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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