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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건’, 자신의 시대를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떠난 울버린

[신지혜의 되감기]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답다 신지혜 CBS 아나운서l승인2017.03.22 10: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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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아름답고 아무리 강력하고 아무리 선한 시대라 할지라도 한 시대는 분명 막을 내리기 마련이니. 그리고 그 뒤를 이을 새로운 세대에 의한 새로운 시대가 움트고 있기에 우리는 또한 저릿한 마음을 부여잡고 찰스와 로건(으로 대변되는 그들의 시대)을 보내줄 수 있는 것이다. ⓒ <로건> 스틸

덥수룩한 수염과 이리저리 뻗쳐나간 머리카락은 이제 희끗희끗하다. 다친 다리는 완쾌되지 않아 살짝 땅에 끌리고 아다만티움은 여전히 그를 규정하는 물질이지만 피부를 뚫고 나오는 그의 무기는 예전처럼 날카롭지도 않고 날이 가지런하지도 않다. 아픔도 심하게 느껴지고 재생능력은 엄청나게 떨어져서 다친 부위가 잘 아물지도 않는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끙끙거리며 신음소리를 내는 그는 ‘로건’이다.

첫 장면부터 왠지 마음이 찡해온다. 리무진 기사를 하면서 생계를 꾸리는 그는 하루빨리 돈을 많이 모아야 한다. 돈을 모아 요트를 사서 찰스 자비에 교수와 함께 안전하게 여생을 보내는 것이 마지막 남은 그의 꿈이자 목표이기 때문이다. 두뇌에 문제가 생긴 찰스 자비에 교수를 멕시코 국경 근처에 숨겨 놓고 돌보며 찰스가 발작할 때마다 엄청난 힘을 견뎌내며 마치 쇠락한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키려는 듯 안간힘을 쓰고 있는 그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저리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낯선 여자가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고 로건은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심상치 않은 표정의 소녀 로라와 마주친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여정이 로라와 함께 시작된다.

 

그는 울버린이다.

영화 <엑스맨> 오리지널 시리즈에서부터 얼굴을 내밀며 관객들에게 익숙해져 온 그는 울버린이다. 뮤턴트로 태어난 그는 웨폰 X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돌연변이 능력이 극대화된, 이러저러한 사연을 품은 채 찰스 자비에와 연을 맺고 큰 활약을 해 온 그는 울버린이다.

그는 제임스 하울렛이다.

<엑스맨> 시리즈와 <울버린> 시리즈 그리고 <로건>을 거쳐 온 우리는 비로소 그의 정체성을 확인하게 된다. 제임스 하울렛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중간 글자 ‘로건’으로 최종회를 맞은 그. 뮤턴트로 태어나 남들과 다른 삶을 살아야했고 강력한 병기로 거듭나 자신의 본명은 사용하지 않은지 오래된 그는 제임스 하울렛이다.

그는 로건이다.

2029년. 더 이상 뮤턴트가 태어나지 않게 된 시대. 최고의 능력으로 엑스맨을 이끌던 뮤턴트 찰스조차도 뇌에 이상이 생겨버린 시대. 강력한 힘과 빠른 재생력으로 거의 불사에 가까웠던 뮤턴트 로건마저도 나약하고 쇠잔해져버린 시대. 그 시대를 힘겹게 버티는 그는 로건이다.

 

이 영화가 갖는 애잔한 분위기는 대체 어디에서 기원하는 것일까.

시대적 배경과 캐릭터가 그려지는 모습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중간에 꽤 비중 있게 등장하는 서부극 <셰인>이 왠지 그 분위기에 일조하는 듯하다. 알란 래드가 주연했던 1953년작. 최고의 실력을 가진 떠돌이 총잡이. 작은 마을에서 의사가정을 이룰 듯 했지만 결국 악당들을 처단하고 눈물을 흘리며 만류하는 소년에게 다정하게 작별을 고한 후 표표히 자신의 길을 떠나던 셰인.

그 모습은 찰스 자비에의 모습과 다름 아니며 로건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다른 사람과 다르게 태어났지만, 다른 사람보다 월등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그것을 인류화합, 인류평화에 쓰려했던 그들은 그러나 자신의 시대에 정착할 수 없었다.

<로건>에서 또 하나 마음이 저려오는 장면은 도로에서 만나 호의를 베푼 가족에게 자신들을 소개하는 장면일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손녀라고 이야기하는 그들은 누가 봐도 삼대에 걸친 가족구성원이다.

셰인이 가질 수도 있었던 가족, 그러나 결국 그들을 위해 가족이 되기를 포기해야 했던 셰인. 찰스와 로건과 로라는 표면적으로나마 의사가족을 이룬다. 아니, 어쩌면 그들의 마음은 이미 가족을 이루었는지도 모른다. 찰스와 로건의 오래고 질긴 인연, 생사고락을 함께 하며 모든 것을 나누었던 인연, 그리고 로라는 어쨌거나 로건의 유전자를 받은 생물학적 친딸이니.

또 하나를 떠올려본다면 서부극 <무숙자>이다. 헨리 폰다와 테렌스 힐이 주연한, 총잡이의 세대교체를 다루었던 작품. <로건>은 바로 그렇게 찰스와 로건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로라와 친구들의 시대가 열릴 것임을 보여준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정의롭게 살면서 사람들을 지키고자 했던 찰스의 정신과 강인한 힘과 의지를 보여주었던 로건의 시대. 아무리 아름답고 아무리 강력하고 아무리 선한 시대라 할지라도 한 시대는 분명 막을 내리기 마련이니. 그리고 그 뒤를 이을 새로운 세대에 의한 새로운 시대가 움트고 있기에 우리는 또한 저릿한 마음을 부여잡고 찰스와 로건(으로 대변되는 그들의 시대)을 보내줄 수 있는 것이다.

 

17년이다. 휴 잭맨이 <엑스맨> 시리즈와 <울버린> 시리즈에서 울버린 역할을 한 것이. 원작 마블 코믹스와는 다른 캐릭터의 성격을 덧입으며 더 흥미롭고 더 관객들에게 깊이 다가온 멋진 캐릭터였다.

 

한 시대를 아름답게 마무리한 로건에게 마음을 다해 존경을 표한다.

역시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하는구나 ...


신지혜 CBS 아나운서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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