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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히어로, 드라마

드라마, 정부 주도 홍보 영상보다 효과 좋다 조선진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교수l승인2017.03.28 14: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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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다가 신문기사나 SNS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는 콘텐츠까지 생각하면, 드라마를 통한 일반 대국민 메시지의 파급력은 상상 그 이상일텐데. ⓒ SBS

시계를 되돌려 2015년으로 돌아가보자. 2015년의 가장 핫한 당신의 키워드는 무엇일까?

 

SBS 드라마 스페셜 <용팔이>는 시청률 20%를 넘어섰으니, 가히 SBS 가족이라면 주요 키워드로 제시될 만 하다. <용팔이>에 버금가는 키워드가 하나 있으니, 당신은 기억하시는지, 바로 ’메르스’라고…그 해 여름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어디를 가든 <용팔이> 아니면 ‘메르스’ 둘 중 하나는 꼭 화제로 떠올라 떠들썩해지곤 했다. 조금 과장해서 말이다.

 

당시 우리를 공포에 떨게 했던 메르스로부터 연결되는 키워드를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와는 달리 발빠른 위기대응을 보여줬던 미국의 질병예방통제센터(Center for Disease Prevention & Control, CDC)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 질병예방본부의 모델이 된 곳이기도 하다. 평소에는 역학(사주팔자에서의 역학이 아니라, 질병의 발생과 분포, 원인 및 예방요인을 연구하는 epidemiology이다)을 업으로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질병예방통제센터를 이야기하려면 약간의 설명이 필요했는데, 이 사건 이후로는 아주 쉽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아마 당신 또한 그러하시리라.

 

바로 이 질병예방통제센터가, 미국 국가기관인 그 곳에서, 주요 방송사들의 드라마 제작을 지원하고 있단다. (사실, 속내를 들여다보면 미국 정부는 TV 드라마가 국민의 건강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좀더 자세히 얘기해보자. 미국 정부가 질병예방통제센터를 통해 설립, 지원하고 있는 'Hollywood, Health & Society'라는 단체에서는 TV 드라마 방송작가가 건강 관련 스토리라인을 만들 때 같이 작업을 한다.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하면서 ‘무.료.로’ 말이다.

 

와! 국가가 'Edu-tainment' 관점을 이렇게 멋지게 실현해내다니! 그렇다고 질적인 수준이 떨어지느냐 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돈 내고 하는 것 이상으로 전문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드라마를 제작할 때 필요한 경우에 의학적 자문을 받고 있지만, 거기에 중요한 요소가 하나 덧붙는다. 바로 건강과 관련된 메시지를 사전에 ‘철저히’ 준비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드라마의 대사와 장면에 그 메시지를 녹이고 스며든 상태에서 대중에게 전달되도록 하려고 말이다. (그 메시지 때문에 만약 드라마가 따분해졌다면, 어떤 방송사도, 절대로, 아무도 이용하지 않았을 거라는 점은 누구보다 독자가 더 잘 아실 것이다)

한 예를 들어보자. 'Hollywood, Health & Society'는 장기기증에 대한 국민의 인식수준을 높이고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의향을 갖도록 하고 싶었다. 움직이기 시작한다. FOX 사에서 방영하고 있는 수사드라마 A가 완전 인기다. 이 드라마의 작가와 작업을 시작한다.

1)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인체 장기 매매시장에 관한 대사를 삽입하는 한편(거짓정보를 흘린 것, 일단은 넓은 아량을 베풀어 이해해주기로 하자), 2) 남자주인공인 수사반장의 신분증에 장기기증서약 스티커가 붙어 있는 장면을 내보내기로 한다.

자, 결과는 어땠을까? 상상하고 계신 그대로다! 의도적으로 삽입한 장기매매 시장에 대한 거짓 정보는 왜곡된 채로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전달되어, 마치 그것이 사실인 양 인식하게 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 남자주인공의 신분증에 붙어있는 장기기증서약 스티커 노출장면을 본 시청자들은 그렇지 않은 시청자에 비해, 자신도 장기기증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갖게 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장기기증에 관한 메시지는 이렇게, 무겁지 않게 대중에게 전달되고 받아들여졌다.

 

건강과 관련된 무거운 주제, 하면 빠질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자살’이다. 보건복지부는 해마다 지상파 TV 방송을 통해 약 30초 분량의 자살예방 공익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이렇게 ‘드러내놓고 하는’ 공익광고는 대중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그런데 그 공익광고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하고 생각해보면, 사실, 잘 모르겠다. 그런 것 보다는 오히려, 드라마에서 Edutainment를 활용하면 배우가 롤모델이 되어 시청자는 훨씬 더 부담감 없이 배우의 태도와 행동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텐데.

 

게다가 신문기사나 SNS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는 콘텐츠까지 생각하면, 드라마를 통한 일반 대국민 메시지의 파급력은 상상 그 이상일텐데. 어째 우리나라 정부는 미국 정부와는 달리 별 아이디어가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마냥 국가를 바라보고 기다릴 수만은 없지 않을까, 작금의 사태에서도 깨닫고 있듯이 말이다. 미디어가 국민의 인식, 태도, 행동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 즉 미디어가 자살예방을 위해 행사할 수 있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힘을 발휘할 때다. 그런 점에서 드라마는, 향후 우리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좌우할 숨겨진 영웅이다. ⓒ SBS

그 중에서도 드라마는, 드라마의 본래 목적인 재미(Entertainment)라는 요소를 통해 일반 대중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으므로, 교육적인 요소(Education)가 드라마에 입혀지면 매우 효율적인 대국민 교육매체로서 역할하게 된다. 이것이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의 기본원리이다.

2016년에 이슈가 되었던 SBS 드라마 스페셜 <괜찮아 사랑이야>를 보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정신과 질환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예전엔 ‘조현병’(정신분열병이 개명된 것이다) 하면 좀 이상하게, 뭔가 불편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런데 장재열(조인성 분)이 조현병에 걸려 입원하고, 치료하고, 회복하고, 그런 걸 보고 나니까, 아, 조현병도 그저 여러 가지 병 중의 하나일 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던데요”

 

자살예방을 위한 미디어의 역할은 두 가지 중 하나다. 1) 해야 할 일을 하는 수행하는 것, 2)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삼가는 것. 마치 사실주의 그림을 그리듯, 동영상이라도 찍는 듯 자살사건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하는 기사 보도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그리고 이제는, 미디어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삼가는 수준, 그러한 소극적 입장에서 벗어나, 해야 할 일을 수행하는 것, 즉 미디어가 자살예방을 위해 행사할 수 있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힘을 발휘할 때다. 그런 점에서 드라마는, 향후 우리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좌우할 숨겨진 영웅이다.

*이 글을 쓴 조선진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교수는 자살예방행동포럼 LIFE 운영위원입니다.


조선진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교수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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