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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도 ‘살아보는 거야’

[방송 따져보기] 나영석표 여행 예능이 늘 통하는 이유 방연주 객원기자l승인2017.04.05 09:5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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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유독 ‘나영식 표’ 예능이 화제를 모으는 이유는 무얼까. 동일한 잣대로 비교하긴 어렵지만,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일부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에서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요소를 활용해 그야말로 리얼리티를 살리는 데 공들인다. ⓒ tvN

출판 및 여행업계에서 불고 있는 ‘한 달 살기’ 열풍. ‘한 달 살기’는 ‘이동’보다 ‘머무는 것’을 택하는 방식 중 하나로 현지인처럼 일정 기간 살아보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머무는 여행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이유는 짧은 기간 동안 충족시키기 어려운 생활자의 시선을 경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도시의 일상에서 벗어나 ‘느리게 살기’를 맛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계에서도 엿볼 수 있다. 현재 각광받는 라이프 트렌드를 대중의 입맛에 맞게 버무리는 예능의 경우 나름의 방식으로 ‘시간과 공간 싸움’에 나서고 있다. 한정적인 공간과 자원으로 승부수를 던지는 예능 프로그램이 무엇을 택했을까.

‘느린 예능’은 ‘나영석 표’ 예능이 대표적이다. 할배의 배낭여행을 콘셉트로 잡은 ‘꽃보다 시리즈’부터 시작해 <삼시 세끼>, <신서유기>, <신혼 일기>, 그리고 현재 방영 중인 <윤식당>까지. 대중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요소인 배낭여행, 시골 살이, 해외에서 살아보기까지 단순한 콘셉트를 점차 확장하며 ‘살아보기’로까지 진화했다. 예컨대 <삼시 세끼>(tvN)는 프로그램 제목처럼 산과 바다 곁 소박한 마을에서 끼니를 먹는 그 과정을 보여준다면, <신혼일기>(tvN)에서는 실제 갓 결혼한 신혼부부가 강원도에서 겨울을 나는 나날을 낱낱이 기록해 담아냈다. 일종의 체험에서 생활의 영역으로 깊숙이 발을 옮긴 것이다.

<윤식당>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간다. 인도네시아의 외딴 섬에서 윤여정, 이서진, 정유미는 직접 메뉴를 선정하고, 요리하고, 서빙하는 등 그야말로 외국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일상을 보여준다. <윤식당>은 시청자에게 이국적인 풍광이라는 눈요깃거리를 선사할 뿐 아니라 출연자와 일반 관광객이 나누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전하면서 마치 시청자가 그 곳에 함께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몰입도를 높인다. 그 결과 시청률은 2회 만에 급상승했다. 화제성도 기대 이상이다. 지난 3일 CJ E&M과 닐슨코리아가 공개한 콘텐츠 파워 지수에 따르면 <윤식당>은 251.8로 신규로 순위권에 진입했는데도 상위권(2위)에 오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간 예능을 훑어보면 ‘나영석 표’ 예능만이 ‘느린 예능’을 선보인 게 아니다. <해피 선데이-1박 2일>(KBS), <불타는 청춘>(SBS)은 ‘여행’이라는 코드와 함께 출연자들이 한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대중의 입지를 다져왔다. 과거 <일요일이 좋다- 패밀리가 떴다>(SBS)도 출연자가 시골에서 지내는 1박 2일 간 에피소드를 담아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우리 결혼했어요>(MBC)에서도 일부 차용된다. 새로 합류한 최민용-장도연 커플은 기존 ‘우결 커플’들이 도시 생활을 할 때 섬마을에서 가상 부부 생활을 꾸렸다. 이들 예능은 프로그램의 취지와 기획에 따라 방식을 달리하더라도 출연자들이 한 공간에서 함께 지내면서 충돌하고, 맞춰가고, 경쟁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 ‘느린 시간’과 ‘느린 공간’을 카메라에 고스란히 비춘다. 이렇게 대놓고 ‘느림’을 앞세울수록 대중의 잠재적인 욕구는 꿈틀거릴 수밖에 없다. 방영 직후 “부럽다” “살아보고 싶다”라는 반응이 이어지는 걸 보면 말이다. ⓒ tvN

그럼에도 유독 ‘나영식 표’ 예능이 화제를 모으는 이유는 무얼까. 동일한 잣대로 비교하긴 어렵지만,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일부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에서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요소를 활용해 그야말로 리얼리티를 살리는 데 공들인다.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공간을 배경 삼아 명소를 둘러보거나, 게임하거나, 수다를 떠는 등 끈끈한 ‘팀워크’를 보여주는 데 할애한다. 즉, ‘시간’과 ‘공간’은 거들 뿐, 판타지는 거세된다. 그러나 ‘나영석 표’ 예능은 아이러니하게도 리얼리티를 살릴수록 판타지를 극대화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공간을 배경 삼지만, ‘느린 시간’과 ‘느린 공간’을 카메라에 고스란히 비춘다. 이렇게 대놓고 ‘느림’을 앞세울수록 대중의 잠재적인 욕구는 꿈틀거릴 수밖에 없다. 방영 직후 “부럽다” “살아보고 싶다”라는 반응이 이어지는 걸 보면 말이다.


방연주 객원기자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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